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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특집] 기후변화가 상어라면 물은 상어이빨, 투자자 위한 워터리스크 상식

장상유 기자 jsyblack@businesspost.co.kr 2023-10-30 1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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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기후변화가 일상이 되고 있는 지금, 워터리스크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이에 세계 경제를 이끄는 기업, 투자자들도 워터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여념이 없다.

워터리스크가 무엇이고 이를 둘러싼 세계적 흐름은 어떤지, 위험을 넘어 기회는 없는지, 워터리스크에 관해 알고 있어야 할 점을 짚어본다. 

■ 방송 : 비즈니스포스트
■ 진행 : 장상유 기자(기후에너지팀)

TSMC, 삼성전자, 포스코, 소니, 글로벌파운드리.

세계 경제에 중추적 역할을 맡고 있는 이런 기업들뿐 아니라 세계 금융시장의 큰손, 기관투자자들 또한 요즘 대비하는 분주한 리스크가 있습니다. 바로 ‘워터리스크’ 입니다. 

우리 개미 투자자들과 직장인, 일반 시민들이 알아야 할 것은 없는지 워터리스크에 대해 알아야 할 기본 상식 정리해드리겠습니다.

먼저 워터리스크, 즉 물 위험은 물이 기업 및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광범위하게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기업 관련 ‘워터 시큐리티(Water Security) 그러니까 물 안보 관련 정보공개를 진행하고 있는 CDP(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라는 비영리 국제단체가 있습니다. 미화 110조 달러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590개 이상의 기관투자자들이 CDP와 협력하고 있습니다.

CDP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재무 또는 전략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워터리스크를 크게 5가지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장기적인 물리적 변화(만성)’, ‘단기적인 물리적 변화(급성)’, ‘규제’, ‘명성&시장’, ‘기술’입니다.

일반적으로는 물이 너무 많아서 생기거나 물이 너무 부족해서 생기는 문제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물리적 리스크에 해당합니다. 가장 쉽게 알 수 있으면서도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폭우, 가뭄 등으로 벌어지는 피해 등입니다.

단적으로 지난해 태풍 힌남노로 포항제철소가 가동을 중단하는 바람에 포스코는 연간 영업이익이 1조 원이 넘게(1조3400억 원) 감소했습니다. 자산 손실이나 복구 비용까지 합치면 피해는 훨씬 더 큰 셈입니다.

규제 리스크는 폐수라는 개념을 통해 가장 잘 설명할 수 있습니다. 공장에서 다 쓴 물을 내보낼 때는 당연히 그 물을 깨끗이 정화해서 내보내야 합니다. 이 규제를 어기면 벌금을 내거나 가동중지 명령 등을 받을 수 있습니다.

명성과 시장과 관련한 리스크는 기업들의 평판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소송이나 사고 같은 리스크를 말합니다. 최근 세계적으로 기후소송, 즉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는 기업이나 정부를 대상으로 한 소송이 늘고 있는데 물 문제도 여기에 포함됩니다.

또 시장의 눈높이가 높아진 점도 있습니다. 시장의 수요자들이 환경적 요소를 고려한 선택을 많이 하는 것입니다. 그 예로는 청바지가 있습니다. 청바지를 한 벌을 만드는데 무려 7천 리터의 물이 사용된다고 합니다. 4인 가족 기준으로 5~6일 사용할 수 있는 양입니다. 이런 점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이 때문에 물 발자국이 큰 제품, 즉 생산하고 소비하는 과정에서 사용한 물의 양이 많은 제품은 소비자의 외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기술 리스크는 이런 물 문제 대응에 투입되는 기술개발 비용, 불확실성 등을 의미합니다.

CDP는 워터리스크가 경제에 미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을 돈으로 바꾸면 모두 3920억 달러, 우리 돈으로 517조 원에 이른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 기업들 가운데 절반에 이르는 50%는 자신들이 워터리스크에 노출돼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워터리스크는 가장 먼저 폭우로 인한 손실, 가뭄으로 인한 가동 중단이 일어나면 기업이 이익을 내는 데 곧바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흐름을 보면 더 중요하게 짚어봐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투자 분야입니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기업에 투자하는 의사 결정을 할 때 기업이 지닌 워터리스크를 굉장히 중요한 요소로 보고 있다는 점입니다.

9월에 보도된 블룸버그 기사에 따르면 영국 자산운용사 애버딘(Abrdn)이 투자에 가장 중요한 요소로 ‘워터리스크’를 제시했습니다. 특히 물 사용량이 절대적으로 많은 반도체 기업들이 고려 대상라고 언급했습니다.

이 보도에서 애버딘 선임 투자책임자가 한 말이 인상적입니다. 물 문제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문제보다 반도체 기업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습니다.

ESG 그러니까 기업의 환경 사회 지배구조 문제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기업을 평가하는 데 매우 중요한 평가 요소로 자리 잡았습니다. ESG보다도 기업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은 투자자들이 워터리스크를 얼마나 중대하게 바라보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세계 반도체 기업 가운데 가장 기업가치가 높다고 평가되는 기업도 예외는 아닙니다. 세계 시총 순위 14위, 반도체 기업 1위인 대만 TSMC 이야기입니다.

올해 7월 말부터 세계 최대 규모의 기후펀드 중 하나인 ‘글로벌 기후환경펀드’가 TSMC를 투자대상에서 제외한 일이 알려졌습니다.

TSMC가 대만 정부와 협력해 워터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지금까지 좋은 상황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후변화를 점점 예측하기 힘들어지면서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도 더 커지고 있다는 것이 글로벌 분석기관들의 시선입니다.

TSMC는 CDP 등 국제기관에서 수자원 관리의 우수성을 인정받은 기업입니다. 또 국제적 기관투자자들이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빼지 않고 넣는 비중 있는 투자대상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런 기업이 일부 투자자에 외면을 받았다는 점은 간단히 넘길 문제가 아니라고 볼 수 있습니다.

기후변화와 함께 워터리스크가 커지면서 기업들이 물과 관련해 받는 요구 또한 커지고 있습니다. 기업들 또한 투자자들의 요구에 점점 더 많이 반응하고 있습니다. 

CDP는 기관투자자들과 함께 기업에 정보공개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워터 시큐리티 그러니까 물 정보공개에 응한 기업 수는 최근 5년 사이 85% 늘어났습니다.

다만 이런 정보공개 요구는 기업들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역량과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기업들은 물과 관련해 앞으로 점점 더 큰 도전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양한 리스크에 대응해야 하고, 대응 역량을 입증해야 투자로도 이어질 수 있고 물 관련 정보공개를 위한 자원 투입도 필요한 상황으로 보입니다.

물이 기업에게 리스크인 점은 분명하지만 오히려 큰 기회가 열릴 것이란 예상도 있습니다. 

지난해 CDP가 기업들의 응답을 종합한 결과 물 관련 기회는 최대 4360억 달러, 무려 6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사업에 재무적, 전략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물 관련 기회 수는 무려 2718개로 보고됐습니다.

물 관련 기회는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다고 보입니다. 기업들이 보고 있는 2718개의 물 관련 기회 가운데 33%는 이미 현재 실행되고 있습니다. 또 40%는 1~3년 내에 실현될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기후특집] 기후변화가 상어라면 물은 상어이빨, 투자자 위한 워터리스크 상식
▲   글로벌 정보공개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국제 비영리기구 'CDP'가 2022년 3909개 기업을 설문조사한 결과, 제조업 응답기업들은 37%가 워터리스크에 잠재적 사업 기회가 있다고 답했다. 서비스업에선 25%의 응답기업이 잠재적 이익 기회를 파악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물 관련 가장 큰 기회는 제품 및 서비스의 확대입니다.

제조업 분야에서는 1831억 달러(약 249조 원), 서비스업 분야에서는 1499억 달러(약 204조 원)의 물 관련 기회가 열릴 것으로 보입니다. 기업들은 물과 에너지 효율성이 개선된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점점 더 환경에 민감한 고객층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물 관련 기회는 긍정적 파급효과도 기대해볼 수 있습니다. 수자원의 전반적 효율성을 높이면 지역사회와 생태계에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워터리스크란 인류에게 뭔지 잘 비유한 문구가 있어 소개해드리겠습니다.

“기후변화가 상어라면 물은 상어의 이빨이다.”

우리가 상어를 무서워 하지만 사실 가장 위협적인 부분은 상어 이빨인데 기후변화와 워터리스크의 관계 또한 그렇습니다. 우리가 기후변화의 영향을 가장 직접적으로 몸으로, 생활로 느낄 수 있는 때는 바로 가뭄, 홍수 같은 워터리스크가 현실로 나타나 실제 피해를 받았을 때입니다.

지구가 온난화를 넘어 열대화로 치달아가는 지금, 우리는 기후변화뿐 아니라 워터리스크 또한 대비하고 적응해나가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비즈니스포스트 기후에너지팀 장상유 기자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장상유 기자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워터리스크, 물이 산업안보다] 폭우와 가뭄 등 극단적 기후현상은 세계 많은 지역에서 점차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9월 한반도에 몰아친 115년 이래 최악의 폭우로 포항제철소 고로는 사상 처음 가동을 완전히 중단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공장 운영에 필요한 수자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투자 계획을 고심하고 있다. 물이 너무 많아도, 부족해도 문제다.
인구 증가와 산업 활성화, 기후변화로 ‘워터리스크(water risk)’, 물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수자원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일이 산업 안보에 중요한 과제가 됐다. 워터리스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 반도체, 철강, 화학, 발전 등 주요 산업은 물론 국가와 지역경제도 위험해진다.
비즈니스포스트는 CDP한국위원회를 맡고 있는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과 함께 국내외 주요 기업 및 물 관리 선진국의 리스크 관리 및 대응사례를 발굴해 보도한다. 최신 동향과 해법 관련 기사들은 비즈니스포스트 워터리스크 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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