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2023-10-24 14:5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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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롯데하이마트가 올해 연간 흑자 전환을 바라보고 있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적자 고리를 끊어내는 것이 힘들지 않겠느냐는 비관적 전망도 적지 않았으나 2개 분기 연속 흑자를 내면서 연간 흑자 달성도 가능해 보인다.
▲ 남창희 롯데하이마트 대표이사(사진)이 추진한 체질 개선 효과가 롯데하이마트의 연간 흑자 전환에 초석을 놓고 있다.
남창희 롯데하이마트 대표이사가 재고 관리와 점포 효율화에 방점을 찍고 추진한 체질 개선 작업이 효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4일 증권가 분석을 보면 롯데하이마트가 올해 영업이익을 내며 1년 만에 적자에서 탈출할 가능성이 크다.
IBK투자증권은 이날 롯데하이마트가 올해 매출 2조6604억 원, 영업이익 248억 원을 낼 것으로 전망했다. 2022년보다 매출은 20.3% 줄어들지만 흑자로 돌아서는 것이다.
지난해 창사 이후 처음으로 연간 적자를 내며 크게 부진했지만 1년 만에 상황이 반전되는 것이라는 점에서 흑자 전환의 의미는 적지 않다.
롯데하이마트의 실적이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 시기는 2021년 4분기부터다. 당시 롯데하이마트는 영업손실 29억 원을 냈는데 이듬해인 2022년 1분기에도 적자 82억 원을 기록하며 부진한 모습을 이어갔다.
지난해 2분기와 3분기에는 이익을 내긴 했으나 영업이익 감소률이 각각 99.2%, 98.7%나 됐다. 롯데하이마트는 지난해 4분기에 영업손실 228억 원을 낸 탓에 연간 기준으로 적자 520억 원을 기록했다.
롯데그룹의 현금창출원(캐시카우) 역할을 했던 계열사가 가전 업황의 부진을 이겨내지 못해 ‘아픈 손가락’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 배경이다.
이런 부정적 시각은 올해 초에도 이어졌다. 여러 증권사의 분석리포트에는 “구조적 성장을 위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절실하다는 점은 분명하다” “예상보다도 더 어렵고 부진하다” 등과 같은 부정적 의견들이 많았다.
하지만 남창희 대표는 회사 수장으로 취임한지 1년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회사 분위기를 바꾸는 데 성공한 모습이다.
남 대표의 출발은 좋지 않았다. 롯데하이마트는 1분기에 영업손실 259억 원을 냈는데 2개 분기 연속 200억 원대 적자라는 점은 뼈아픈 지점이었다.
하지만 남 대표는 2분기와 3분기에 영업이익으로 각각 78억 원, 96억 원을 내며 흑자 전환의 불씨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특히 3분기에는 부가가치세 환급 수익 266억 원이 반영돼 영업이익이 무려 지난해 3분기보다 52배나 늘어난 ‘착시효과’도 덤으로 얻었다.
4분기 전망도 비교적 밝다. IBK투자증권은 이날 롯데하이마트가 4분기에 영업이익 65억 원을 내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해 흑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남 대표가 취임한 뒤 재고와 점포의 효율적 관리에 중점을 뒀기 때문에 예상보다 빠른 회사 정상화가 가능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롯데하이마트는 대부분의 상품을 매입해 파는 직매입 구조로 사업을 펼친다. 수요 예측을 잘못해 재고가 쌓인다면 이는 고스란히 롯데하이마트의 손실로 이어진다.
남 대표는 상품 구성을 어떻게 해야 재고를 최소화할 수 있는지를 알아내는데 주력했다.
롯데하이마트가 기존에 쌓아둔 고객 판매 데이터 등을 종합해 언제, 어떤 상품이 많이 팔리는지 알아냈고 이를 최고 등급으로 분류해 매대에 진열함으로써 고객의 눈길을 끄는 전략을 썼다.
예를 들어 상품 인기도를 S~D등급 등 5단계로 구분한 뒤 최고 등급인 S등급의 상품을 판매하는데 주력했다는 뜻이다. 고객들에게 인기가 낮은 D등급 상품은 할인폭을 넓게 적용함으로써 재고 부담을 낮췄다.
이 전략에는 상품의 판매 주기도 고려됐다. 예컨대 3~4년 동안 판매가 저조했던 A라는 상품의 판매 주기가 5년이라면 이제는 판매가 늘어날 시기라고 보고 이 상품을 적극적으로 판매하는 전략을 썼다는 얘기다.
상권별 취급 상품도 달리했다. 특정 점포 인근의 상권을 고려해 해당 점포에서 잘 팔릴만한 상품을 중점적으로 배치함으로써 롯데하이마트는 상품 회전율을 높일 수 있었다.
롯데하이마트는 이 덕분에 재고자산을 큰 폭으로 줄일 수 있었다. 롯데하이마트에 따르면 9월 말 기준으로 회사가 보유한 재고의 금액 규모는 2022년 말과 비교해 1400억 원 감소했다.
롯데하이마트 관계자는 “기존에는 각 매장마다 상황이 달라 재고 관리 전략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었지만 남 대표 취임 이후 명확한 기준을 만들어 재고 관리를 강화한 것이 성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 롯데하이마트의 손익 개선에는 재고 관리와 점포 효율화가 한 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 대치동 롯데하이마트 본사. <롯데그룹>
남 대표가 회사 손익을 개선할 수 있었던 다른 이유로는 점포 효율화가 꼽힌다.
롯데하이마트가 말하는 점포 효율화 전략은 회생이 불가능한 부진 점포의 폐점과 기존 매장 재단장을 포괄하는 의미다.
남 대표는 올해에만 로드점 20곳, 마트점 18곳 등 롯데하이마트 점포 38곳을 폐점했다. 지난해 폐점한 점포 수가 총 36곳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부진 점포를 정리하는 속도가 더욱 빨라진 모양새다.
롯데하이마트에 따르면 폐점한 점포들의 연간 영업손실은 모두 82억 원 수준이었다.
남 대표의 폐점 전략에는 기존 고객들을 잃지 않기 위한 방안도 포함되어 있다. 롯데하이마트는 폐점 점포 인근에 위치한 다른 매장이 기존 고객을 유치할 수 있도록 마케팅을 강화하고 매장을 재단장하는데 공을 들였다.
롯데하이마트가 1~3분기에 재단장한 매장 수는 모두 19곳인데 이 매장들의 매출은 평균 33.6%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남 대표는 올해 말까지 매장 50곳 안팎을 재단장해 선보이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남창희 대표는 롯데그룹 유통 계열사에서 흔하지 않은 ‘롯데맨’이다. 1992년 롯데마트에 입사해 2019년까지 줄곧 일한 뒤 2020년부터 롯데슈퍼 대표를 맡으면서 본격적으로 전문경영인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2022년 말 정기 임원인사에서 롯데하이마트 대표에 선임됐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