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유 기자 jsyblack@businesspost.co.kr2023-10-20 17:4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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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국민연금이 책임투자 자산을 대규모로 부풀리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워싱을 저질렀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일 국민연금공단 국정감사에서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에게 한 질의에서 “국민연금이 2022년 말 책임투자 자산이라고 공시한 국내외 위탁운용 주식과 채권 자산의 98%는 책임투자 자산이 아니거나 그 근거가 매우 박약하다”고 밝혔다.
▲ 국민연금공단이 책임투자 자산을 부풀렸다는 지적이 국감에서 나왔다.
이어 “이는 금융기관이 주로 저지르는 전형적 ESG 워싱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ESG 워싱은 조직이 제품과 서비스 등의 ESG 성과를 거짓 혹은 과장해 경제적 이득이나 사회적 평판 등을 얻고자 하는 행위를 뜻한다.
국민연금이 2022년 말 기준으로 공시한 책임투자 규모는 모두 384조1천억 원으로 직접운용이 99조7천억 원, 위탁운용이 284조4천억 원이다.
2021년 말 기준 130조2천억 원이었던 책임투자 규모가 3배 가까이 급증했는데 이는 위탁운용 덕분인 것으로 분석됐다.
2021년 말까지 국민연금의 위탁운용 책임투자 자산은 국내주식의 여러 위탁 유형 가운데 책임투자형 하나의 유형에만 적용했고 규모는 7조7천억 원에 불과했다.
반면 국민연금은 2022년에는 위탁운용사에 위탁하는 국내주식, 국내채권, 해외주식, 해외채권의 모든 자산을 책임투자 자산으로 집계해 공시했다.
한 의원은 책임투자라고 공시된 위탁운용자산 가운데 2%인 6조 원만 요건에 맞고(책임투자형) 나머지 98%는 실제로 ESG를 고려하지 않는 자산이라고 주장했다.
한 의원은 “위탁운용자산 가운데 278조4천억 원(98%)은 책임투자 자산이 아니거나 근거가 매우 미흡하다”며 “국민연금 논리대로라면 위탁운용사의 국민연금 위탁자산만이 아니라 각종 공모펀드 등 그들의 모든 운용자산이 책임투자 자산이라는 터무니 없는 비약이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책임투자형이 아닌 나머지 위탁운용자산 가운데 국내주식, 국내채권, 해외채권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여부 및 세부지침 보유 여부, 책임투자 정책 및 지침 보유 여부를 국민연금 위탁운용사 선정 때 2점 혹은 1점을 가산점으로만 부여한다.
다만 국민연금 위탁자산 운용 때 실제로 ESG를 고려하는지는 보지 않는다. 즉 실제 운용이 아닌 정책과 시스템 등 조직에 관한 평가만 고려한다.
해외주식의 위탁운용사는 다른 자산군과 다르게 ‘투자전략의 ESG 고려수준’을 평가해 가산점을 배정하는 방식으로 선정한다. 기존 운용방식에 ESG 고려요소를 추가하는 통합 방식이다.
이 역시 다른 자산군의 선정 방식보다는 책임투자에 근접해 있지만 온전히 책임투자 자산으로 분류하기에는 매우 미흡하다고 한 의원은 지적했다.
△가산점 방식인데다 △위탁운용사의 ESG 고려 수준의 등급 사이 차이(최고 2점~최하 1.2점)가 크지 않고 △실제 적용하는지의 여부는 별개라는 점이 그 근거다.
ESG가 주류화하면서 일반 기업, 금융기관의 ESG 워싱, 또 이와 관련한 소송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유럽연합(EU), 미국 등에서는 각종 워싱을 방지하기 위한 법적 및 제도적 장치를 구축하고 있다.
금융감독원도 내년 2월부터 ‘ESG 펀드에 관한 공시기준’을 도입해 시행한다. 이 기준에 따르면 펀드명칭에 ESG를 포함하고 있거나 스스로 ESG임을 표방하는 펀드는 투자목적·전략, 운용능력, 투자위험 등 핵심 정보와 ESG 연관성을 사전에 알리고 정기적으로 운용 경과를 보고해야 한다.
한 의원은 “건전한 ESG 생태계를 구축하고 감시해야 할 주체인 국민연금의 ESG 워싱은 자본시장 전반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우리 사회 전체의 지속가능성을 저하한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연금은 위탁운용자산의 책임투자 자산 분류 기준을 ‘ESG 워싱 방지’라는 관점에서 엄격히 수립하고 이를 기준으로 책임투자 자산을 재산정해 다시 공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