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충희 기자 choongbiz@businesspost.co.kr2023-10-18 15: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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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게임 기업 네시삼십삼분이 신임 대표로 정기홍 경영전략본부장을 내정했다.
네시삼십삼분은 블록체인 게임기업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블록체인 게임 개발을 위해선 투자 자금 확보가 관건이다. 게임업계 마당발이자 투자전문가인 정 내정자가 그 역할을 맡은 것으로 보인다.
▲ 정기홍 네시삼십삼분 신임 대표이사 내정자가 블록체인 게임 개발이라는 과제를 짊어졌다.
네시삼십삼분은 18일 정기홍 경영전략 본부장을 신임 대표로 내정한다고 밝혔다.
올 11월 이사회를 열고 정 내정자를 신임대표이사로 공식 선임하기로 했다.
정 본부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하면서 네시삼십삼분이 블록체인 게임기업으로 간다는 방향을 명확히 했다는 시선이 나온다.
이미 정 내정자는 경영전략본부장으로서 네시삼십삼분 경영방향을 자회사 ‘디랩스’의 블록체인 게임사업 위주로 바꿔가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디랩스는 네시삼십삼분이 2022년 설립한 블록체인 게임 전문기업이다. '럼블 레이싱 스타'를 비롯한 블록체인 게임 3종을 개발했다. 올 7월에는 블록체임 게임 플랫폼 '폴리곤'으로부터 60억 원 투자유치에 성공하면서 블록체인업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단기적으로는 디랩스가 개발하고 있는 블록체인 게임들을 글로벌 시장에 성공적으로 내놓는 것이 정 내정자의 과제다.
블록체인 게임이란 게임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해 게임 생태계와 이용자 활동정보가 분산저장돼 탈중앙화되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 게임이다.
블록체인에 기반해 게임을 만들면 가상화폐에 기반한 P2E(돈을 버는 게임) 사업구조를 적용할 수 있다.
정 내정자는 “앞으로 자회사를 적극적으로 지원해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고 내부적으로도 창의적인 게임을 개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국내에서는 게임산업진흥법 내 사행성에 관한 규제로 블록체인 게임을 이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규제에 따르면 게임 내에서 획득한 점수·경품·게임머니 등 '유·무형의 결과물'을 환전하거나 알선하는 행위는 모두 금지된다.
게임물관리위는 해당 조항에 근거해 P2E 게임에 쓰이는 토큰 혹은 NFT를 현금화하는 것이 '불법 경품'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게임 등급 분류를 내주지 않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김남국 의원 사태로 블록체인 게임을 만드는 게임사들이 정쟁에 휘말리면서 블록체인 게임에 대한 이미지도 안 좋아진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면 블록체인 게임을 지향하는 네시삼십삼분은 당분간 필요한 자금의 상당 부분을 외부 투자에 의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네시삼십삼분은 총체적인 위기에 빠져있다.
네시삼십삼분은 2009년 설립된 뒤 2014년 인기 모바일게임인 '영웅'과 '블레이드'를 연달아 내놓으며 전성기를 보냈다. 그해 블레이드가 모바일게임 최초로 대한민국 게임대상을 수상하면서 일약 주목받는 게임기업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 네시삼십삼분의 블록체인 게임 전문자회사 '디랩스'가 개발한 블록체인 게임들. 왼쪽부터 '럼블 레이싱 스타, '스페이스프론티어', '메타볼츠'
하지만 이후 이렇다할 흥행작을 내지 못했고 2015년부터 2022년가지 8년째 적자를 이어오고 있다. 2022년 연결기준 매출 466억 원, 영업손실 306억 원을 기록했다.
정 내정자로서는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블록체인 게임으로 반전을 노리고 있는 정 내정자와 네시삼십삼분의 도전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블록체인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블록체인 게임이 새로운 패러다임이라는 데 이견을 가진 업계 관계자는 없다"면서도 "그러나 이것이 엄청난 비용이 드는 사업이고 개화 시기가 언제가 될지 모르는 장기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중소 게임사로서는 쉽지 않은 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내정자는 1978년생으로 네오위즈, 위메이드, 액션스퀘어 등 국내 주요기업에서 경영전략본부장을 역임했다. 15년 넘게 게임기업의 투자와 인수합병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투자전문가다. 2020년에는 네시삼십삼분에 합류해 안정적인 투자환경을 구축하면서 회사 안팎의 신뢰를 얻었다.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