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국내 금융투자회사들이 코로나 이후 투자지형 변화 속에 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하는 WM(자산관리) 경쟁력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유동성 과잉에 따른 기대수익률 저하, PF(프로젝트파이낸싱) 수익성 악화라는 자금운용 트렌드 변화 속에서 선두자리를 확보하기 위한 글로벌 금투업계의 경쟁이 국내에서도 관측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 금투업계에서 WM(자산관리)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고객 및 인력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현재 글로벌 WM 업계 1위는 모건스탠리가 차지하고 있다. <연합뉴스> |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알짜 수익원으로 WM의 매력이 거듭 부각되면서 금투사들이 사업 역량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007년 금융위기 이후 규제가 강화되면서 금투사들은 대출과 트레이딩 비용이 증가하며 이전만큼 수익을 내기가 어려워졌다.
자산운용(AM)의 경우는 경쟁 심화 및 시장 포화로 기대수익이 줄어든 ‘레드오션’이 돼버렸다. 블랙록, 뱅가드와 같은 거대 글로벌 자산운용사의 운용자산 규모는 9조 달러(약 1경2천조 원) 수준까지 이르렀지만 수익성은 예전만 못하다.
반면 WM은 자산배분, 절세, 은퇴설계 등에 대한 자문을 제공하면서 평균적으로 자산당 연 1%의 수익률을 얻는다. 자문의 특성상 자본이 거의 들지 않으며 어느정도 규모를 갖춘 금투사의 경우 WM 마진율이 평균 25%까지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몇 년 동안 수익에 기여하던 PF 사업이 악화된 점도 금투사들이 WM 시장으로 눈을 돌리게 했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국내 국외 할 것 없이 부동산 시장 등 침체로 PF 사업이 악화되자 금투사들이 대체 먹거리로 WM에 모여들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한번 거래를 맺은 WM 고객들은 일반적으로 충성도가 높아 안정적인 매출을 기대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매력으로 WM 시장이 금투업계의 ‘블루오션’으로 점차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자산 성장률이 글로벌 GDP 성장률을 앞지르며 WM시장의 규모는 향후 계속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2000년 글로벌 증시 규모는 160조 달러로 글로벌 GDP의 4배 수준이었는데 20년이 지난 2020년 이 차이는 6배까지 벌어졌다.
고액자산가들이 늘어난 결과로 풀이되는데 UBS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의 백만장자 수는 84만9천 명으로 2000년과 비교해 23배 늘어났으며 아프리카에서도 같은 기간 10배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앞으로도 이같은 추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WM시장에 유동성이 지속적으로 공급될 것으로 전망된다. 컨설팅사 배인(Bain)은 글로벌 WM시장 규모가 현재 130조 달러(약 17경 원) 수준에서 2030년 230조 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금투업계에선 이미 ‘100조 달러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WM 시장은 선점효과가 강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인데 마커스 허벨 배인 W&A 부문장은 “WM 시장은 결국 승자독식의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현재 업계 1위인 미국의 모건스탠리는 지난 10년 동안 여러 중소형 WM사들을 인수하며 몸집을 키워 왔는데 지난 5월 파산한 퍼스트리퍼블릭을 인수한 결과 현재 관리 자산 규모가 6조 달러로 급격히 늘었다.
스위스의 UBS가 5조5천억 달러 규모로 뒤를 바짝 쫓고 있는데 마찬가지로 올해 파산한 크레디트스위스를 인수하며 브라질과 동남아 등 신흥 지역에서 WM사업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이밖에 씨티그룹은 뱅크오브아메리카에서 WM 사업을 이끌던 앤디 지이크를 올해 4월 영입하는 등 인재 유치전도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증권사들을 필두로 한 국내 금투업계서도 이러한 흐름을 관찰할 수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WM 자산규모는 올해 2분기 말 2768조 원으로 3년 전과 비교해 18.5%가량 늘었다.
증권사들은 최근 여러 군소형 점포를 대형 점포로 통합해 나가고 있는데 그 목적이 ‘WM 특화형 점포’에 있어 눈길을 끈다.
▲ 압구정에 위치한 KB 골드앤와이즈 더퍼스트 건물 모습. < KB금융그룹 > |
대신증권은 올해 말까지 신촌WM센터, 사당WM센터, 광화문센터, 여의도영업부를 합쳐 여의도에 통합점포를 연다고 지난달 12일 밝혔다. 주요 거점을 하나의 대형 점포에 통합시켜 WM 서비스 전문성을 제고하기 위함이다.
신한투자증권은 대전금융센터, 인천금융센터, 제주금융센터, 대구금융센터 등 지역 거점형 대형 점포를 출범시키기도 했다.
개별 회사들이 조직개편을 통해 WM 부문에 힘을 주는 모습도 포착된다.
교보증권은 최근 대대적 조직개편에서 WM 영업조직을 기존 총 5권역 체제에서 제1지역본부, 제2지역본부로 이원화해 효율성을 높였다. 금융상품 개발부터 판매까지 총괄하는IPS본부도 신설했는데 유진투자증권에서 WM 역량 강화를 맡던 조성호 본부장이 이끌게 된다.
‘WM으로의 전환’을 외친
박정림 대표이사 사장이 이끄는 KB증권은 지난해 초고액자산가 전담조직인 ‘GWS본부’를 신설했으며 종합 WM 서비스센터인 ‘KB 골드앤와이즈 더퍼스트’를 압구정에 선보이기도 했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