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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교의 변신에 사람들이 몰려든다, 통영 고양이학교 그리고 논산 상상마당

박혜린 기자 phl@businesspost.co.kr 2023-10-02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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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교의 변신에 사람들이 몰려든다, 통영 고양이학교 그리고 논산 상상마당
▲ 통영시 한산면 호두1길 351에 자리 잡은 ‘공공형 고양이 보호분양센터' 모습. 통영 공공형 고양이 보호분양센터는 11년 동안 폐교로 방치됐던 한산초등학교 용호분교를 리모델링해 2023년 9월 개관했다. <통영시>
[비즈니스포스트] 경남 통영시의 한 섬마을. 주민 160여 명이 사는 이 마을 바닷가의 폐교가 최근 ‘고양이 학교’로 변신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한산도에서 1km 거리, 죽도와 비진도, 오곡도 등을 이웃으로 두고 있는 섬 용호도의 한산초등학교 용호분교는 1943년부터 70여년 동안 용초마을과 호두마을 아이들의 유일한 학교였다. 

용호분교는 2012년 3월 마지막 두 명의 학생을 떠나보내고 11년을 폐교로 방치됐다. 그러다 통영시의 주민참여사업을 통해 리모델링을 거쳐 올해 9월 공공형 고양이보호·분양센터로 다시 문을 열었다.
 
폐교의 변신에 사람들이 몰려든다, 통영 고양이학교 그리고 논산 상상마당
▲ 통영시 한산면 호두1길 351에 자리 잡은 ‘공공형 고양이 보호분양센터' 보호실 모습. <통영동물복지플랫폼 홈페이지>
2일 지방교육재정알리미의 시·도교육청 폐교재산현황 자료를 살펴보면 2023년 3월 공립학교 기준 전국의 폐교는 3922곳이고 이 가운데 ‘미활용 폐교’는 358곳에 이른다. 전남은 83개의 학교가 폐교로 방치돼 있고 경남(75개교), 강원(55개교), 경북(54개교) 등에도 버려진 학교들이 많다.

한국은 2022년 합계출산율이 0.78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을 보이고 있는 만큼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폐교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다 보니 폐교시설의 활용은 지역사회 공간정책 측면에서도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통영시 고양이 학교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생긴 공공형 고양이 보호분양센터로 폐교 활용의 새로운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동물복지 등 사회적 측면과 관광자원개발을 통한 지역사회 활성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통영시 고양이 학교는 문을 연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지만 대형 포털사이트 커뮤니티와 SNS 등에서 반응이 뜨겁다.

용호도는 여객선을 타고 들어가야 하는 대중교통도 딱히 없는 작은 섬마을인데도 ‘고양이 학교에 다녀왔다!’는 게시물부터 ‘고양이 학교 보고 통영에 가고 싶어졌다’는 댓글 등을 볼 수 있다. 
 
폐교의 변신에 사람들이 몰려든다, 통영 고양이학교 그리고 논산 상상마당
▲ 통영시 한산면 호두1길 351에 자리 잡은 ‘공공형 고양이 보호분양센터' 캣북카페 모습. <통영동물복지플랫폼 홈페이지>
통영시 공식 홈페이지 시민마당 게시판에도 고양이 학교 사업을 칭찬하는 글들이 올라와있다.

용호분교 고양이 학교는 보호분양센터인 학교건물 외에도 운동장 곳곳에 건설현장 폐자재와 폐품 등을 활용해 고양이를 형상화한 조각품 등이 볼거리를 제공한다.

이밖에도 용호도 용초마을 어구보관창고 벽면에 고양이 아트월을 설치하는 등 고양이를 주제로 섬마을을 가꾸고 있다.

고양이 학교를 둘러싸고 있는 인근 숲은 통영 섬마을 활성화사업의 하나로 방탄소년단(BTS) 정국 팬클럽의 후원을 통해 ‘정국 숲 5호’로 조성되고 있다.
 
폐교의 변신에 사람들이 몰려든다, 통영 고양이학교 그리고 논산 상상마당
▲ 통영시 한산면 호두1길 351에 자리 잡은 ‘공공형 고양이 보호분양센터' 외부 조형물 모습. <통영시 블로그>
고양이 학교에서는 앞으로 유기묘 보호와 입양뿐 아니라 다양한 전시, 공연 등 행사도 진행될 예정이다. 

고양이 학교는 강석주 통영시장의 공약사업으로 2020년 용역을 발주해 동물을 보호하고 주민 소득향상도 연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다.

2021년 실시설계를 마치고 입지선정에 들어가 통영시 섬들의 여러 폐교들을 조사한 끝에 학교 운동장이 바닷가와 닿아있는 모래사장 위 용호분교가 낙점됐다.

통영시는 같은 해 11월 포스코이앤씨와 용호분교를 고양이 보호분양시설로 리모델링하는 내용의 업무협약을 맺었고 주민참여사업 예산 4억 원을 투입했다.

통영시 고양이 학교는 그 뒤 1년6개월 여의 리모델링 공사를 거쳐 고양이 보호실과 치료실, 캣북카페, 테라스, 사무실과 방문객 휴식공간 등을 갖춘 보호분양센터로 재탄생했다.

이곳은 한려해상국립공원 통영시 구역 내 있는 3개월 이하 새끼 고양이와 다친 고양이, 장애를 지니거나 유기된 고양이를 주요 보호대상으로 하는 시설로 현재 고양이 30여 마리가 입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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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교의 변신에 사람들이 몰려든다, 통영 고양이학교 그리고 논산 상상마당
▲ 통영시 한산면 호두1길 351에 자리 잡은 ‘공공형 고양이 보호분양센터'에서 보호하고 있는 고양이들의 입양홍보 페이지 갈무리. <통영동물복지플랫폼 홈페이지>
용호분교 고양이 학교는 고양이를 120마리까지 보호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통영시동물복지플랫폼에 따르면 용호분교 공공형 고양이 보호분양센터는 월요일을 제외한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문을 연다. 고양이 입양상담을 원하는 방문객은 사전예약을 꼭 해야 한다.

충남 논산시 상월면 캠핑 명소 KT&G 상상마당 논산도 폐교를 리모델링한 곳이다.

상상마당은 KT&G가 예술인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고 대중들에 문화향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2007년 서울 홍대 근처에 처음 만들어진 복합문화공간이다. 
 
폐교의 변신에 사람들이 몰려든다, 통영 고양이학교 그리고 논산 상상마당
▲ 충남 논산시 상월면 한천길 15-20 폐교된 한천초등학교를 복합문화공간으로 리모델링한 KT&G 상상마당 논산. < KT&G 상상마당 >
KT&G 상상마당 논산은 1992년 폐교한 뒤 방치됐던 한천초등학교 부지를 2010년 KT&G가 논산시와 협의를 거쳐 매입해 다양한 문화체험관광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리모델링했다.

한천초등학교 학교 건물은 게스트하우스와 아트홀, 오픈키친과 미니수영장 등을 갖춘 문화예술교육센터로 재탄생했다. 학교 운동장 등 야외 부지에는 잔디분수광장을 중앙에 두고 카라반과 일반 텐트를 칠 수 있는 캠핑사이트 20여 개가 조성됐다.

생택쥐페리의 어린왕자에 나오는 보아뱀을 모티브로 한 아팅라운지는 카페와 책을 읽을 수 있는 라운지, 야외 미니풀장 등으로 구성됐다.

KT&G 상상마당 논산에서는 캠핑과 함께 지역 사회 뮤지션들의 라이브 공연, 강연 등을 즐길 수 있는 ‘아트캠핑데이’, 농촌 벼룩시장인 ‘놀빛시장’ 등 다채로운 행사가 열리고 있다.

올해도 놀빛시장에는 사회적기업과 마을기업, 협동조합을 포함해 14개 업체가 참여해 지역 대표 농산물인 논산딸기로 만든 딸기잼 등 직접 재배한 농산물과 직접 만든 생활용품, 공예품 등을 팔았다. 다가오는 10월22일 토요일에는 캠핑장에서 할로윈 아트캠핑데이 행사도 열린다.
 
폐교의 변신에 사람들이 몰려든다, 통영 고양이학교 그리고 논산 상상마당
▲ 충남 논산시 상월면 한천길 15-20 KT&G 상상마당 논산 캠핑빌리지 모습. < KT&G 상상마당 >
KT&G에 따르면 상상마당 논산은 2011년 개관한 뒤 방문객 80여만 명이 다녀갔다.

앞으로도 지자체들은 폐교를 다양한 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최근 발표한 ‘서울관광인프라 종합계획’에서 폐교를 단체여행 등 대규모 관광객을 위한 도심 숙박시설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활용계획을 확정하지 않은 방화동 공항고 부지를 유스호스텔로 전환하는 방안을 우선 검토한다.

서울시가 올해 진행한 2023 서울 청년정책 콘테스트에서도 폐교 건물을 청년공유주거시설로 리모델링하는 제안이 대상 아이디어에 선정됐다.

전남 무안군은 폐교를 활용한 문화재생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폐교로 방치된 무안고를 공공문화예술공간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사업으로 9월 기본계획 수립과 공공건축 기획심의 및 내진 보강공사 등을 거쳐 현재 실시설계 공모를 준비하고 있다.

민현정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무역관은 올초 트렌드 보고서를 통해 폐교 활용률이 64% 수준인 일본 사례를 소개하면서 “한국도 출산율이 OECD 국가 평균의 절반 수준에 그치면서 폐교가 증가하고 있다”며 “초등학교뿐 아니라 고등교육기관도 폐교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추세 속에서 더 많은 학교들이 새로운 형태의 육성시설, 비즈니스공간, 주거공간, 관광지 등으로 변모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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