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건설업계가 조만간 발표될 정부의 부동산 공급대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건설사들은 지난해부터 계속된 자재값 상승 등에 따른 공사비 부담 증가, 자금시장 경색, 건설경기 침체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번 공급활성화 대책이 숨통을 틔워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 건설업계가 조만간 발표될 정부의 부동산 공급대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진은 건설현장 모습. <연합뉴스>
19일 건설업계와 정관계 안팎에 따르면 정부가 부동산공급 활성화대책을 20~25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지원 확대 등을 통해 건설사 착공률을 끌어올리고 주택공급을 활성화하는 데 정책의 중심을 둘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대책 발표를 앞두고 여러 차례 공급위축 문제 해결을 핵심과제로 꼽았다. 원 장관은 8월29일 주택공급 혁신위원회에서 “(주택시장) 공급위축 상황이 이미 초기 비상단계”라며 “전반적 공급경색으로 가지 않도록 금융과 공급부문에 관한 본격적 협의를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초기 비상단계' 판단을 내릴 정도로 올해 건설시장은 주택 착공과 인허가물량이 모두 감소세를 지속하며 위기감이 높아진 상황이다.
국토부의 주택통계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주택착공 누적물량은 10만2299가구로 2022년 같은 기간보다 54.1% 급감했다. 같은 기간 주택 인허가물량도 20만7278가구로 29.9% 줄었다.
부동산 경기침체에 고금리, 공사비 상승 등이 겹쳐 수익성이 악화되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자금시장 경색으로 수주를 하고도 사업진행이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의 기업경영분석 보고서를 보면 2023년 2분기 건설업 수익성 지표 가운데 매출액세전순이익률은 3.4%로 2022년 같은 기간(7.31%)보다 3.91%포인트 낮아졌다. 올해 2분기 건설업 매출액영업이익률도 3.35%로 지난해 2분기(6.49%)와 비교해 3.14%포인트 감소했다.
매출이 늘어도 수익성은 하락하고 있는 것이다.
나이스신용평가가 분석한 주요 건설사의 평균 영업이익률(EBIT/매출액)은 2021년 6.5%에서 2022년 4.1%, 2023년 상반기 2.5%로 낮아지고 있다. 이 수치는 장기 신용등급이 A- 이상인 종합건설사인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DL이앤씨, 포스코이앤씨, 롯데건설, HDC현대산업개발, GS건설, 태영건설, 대우건설, SK에코플랜트, KCC건설의 재무수치 평균치를 낸 것이다.
권준성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시멘트가격 인상 논의, 금융비용 증가에 더해 최근 콘크리트 및 철근품질 이슈로 원자재 투입량 증가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공사원가 부담은 높은 수준으로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바라봤다.
권 연구원은 “착공물량 감소로 건설사 중장기적 매출 기반도 취약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수익성 및 현금흐름 저하, 프로젝트파이낸싱 우발채무 부담 삼중고에서 매출 기반 축소는 건설업황의 저하를 지속하게 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착공물량 감소는 앞으로 시장의 주택공급 부족으로도 연결될 수밖에 없어 정부 부동산정책 측면에서도 중요한 과제다.
게다가 건설수주 규모, 미분양 물량 등 건설경기 다른 주요 지표들도 좋지 않다.
대한건설협회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상반기 건설수주 규모는 주거용 건축 26조 원, 비주거용 건축 34조 원, 토목 35조 원 등 모두 약 95조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2년 상반기보다 18.3% 줄어든 수치다.
주거용에서도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정비부문을 제외한 신규주택 수주금액은 2022년보다 57.8% 급감했다.
올해 7월에도 국내 건설 수주금액은 2022년 7월보다 44.9% 감소한 10조 원 수준을 보였다. 누계 수주금액은 지난해보다 21.9% 줄어 감소 폭이 더욱 늘어났다. 7월 신규주택부문 수주금액은 1년 전과 비교해 60%가 줄었다.
송유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건설수주는 공공건축부문이 소폭 상승한 것 외 모든 부문에서 감소세를 보이고 있고 주택 인허가, 건축 허가면적 등 선행지표도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어 앞으로도 수주가 부진한 흐름을 이어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미분양 리스크도 여전하다.
국토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7월 전국 미분양물량은 6만3087세대다. 악성으로 분류되는 준공 뒤 미분양물량은 9041세대로 2022년 10월 뒤 9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서긴 했다.
다만 광주 미분양은 2022년 12월 291세대에서 7월 698세대로 3배 넘게 늘었고 전남도 3517세대로 지난해 말보다 미분양이 500세대가 증가했다. 비수도권은 여전히 미분양 우려에서 자유롭지 않은 셈이다.
올해 건설사들의 아파트 분양물량도 대폭 줄었다. 상반기 기준 전국 아파트 분양물량은 7만5천 세대로 2022년 같은 기간(16만9천 세대)와 비교해 56% 감소했다.
주택산업연구원이 한국주택협회, 대한주택건설협회 회원사 500여 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주택건설사업 체감경기 설문조사에 따르면 9월 전국 주택사업 경기전망 지수는 86.6을 보이며 8월(96.7)보다 10.1포인트 하락했다.
주택사업 경기전망 지수는 기준선인 100을 넘으면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보는 업체 비율이 높은 것이고 100 아래면 그 반대라는 뜻이다.
서울과 경기는 올해 7월부터 경기전망 지수가 기준선인 100을 웃돌고 있지만 비수도권에서는 미분양 증가, 수요위축 등 우려가 여전히 큰 상황으로 지수가 약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 지역에 사업토대를 둔 중견·중소 건설사들은 미분양 상황 등으로 현금흐름이 막히면서 재무부담이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김정주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부동산금융발 시장충격 대비 필요’ 보고서에서 “ 2021년부터 현재까지 지속된 공사비 인상부담과 비수도권, 비수익형 부동산부문의 저조한 분양실적으로 지역 기반의 중소건설사들이 올해 하반기와 2024년 상반기 대량으로 부실화될 가능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러 중소건설사는 이미 증가한 공사비와 지연된 공기로 인해 투입공사비가 예정공사비에 비해 훨씬 커져 손실이 크게 확대된 상태에서 금융기관들의 대출 거절로 인해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고 파악했다.
국토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17일까지 등록된 종합공사업체 폐업신고는 모두 399건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98건과 비교하면 약 2배로 늘어난 것이다.
김 연구위원은 이에 “중소건설사들의 자금조달 애로를 완화하는 유동성 공급장치 마련에 관한 적극적 고민이 이뤄져야 한다”며 “투자자에 관한 세제혜택 및 위험헷지 장치 제공, 정부 출자 확대 등을 통한 프로젝트파이낸싱 정상화 지원펀드 범위 확대 고민 등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1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 장관은 앞서 6일 건설산업 정상화 태스크포스 회의에서 민간 주택공급 촉진을 위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건설금융과 보증지원 확대 방침을 밝혔다.
18일 국토부 출입기자 간담회에서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총량 확대,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사업성 확보를 위한 규제완화 등을 언급했다. 조만간 나올 부동산공급 활성화대책에 이러한 내용이 구체적으로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부동산공급 대책에 기대를 하고 있다”며 “다만 금융지원 확대만으로 사업성이 좋아질 수는 없기 때문에 결국 비수도권 등 수요회복, 공공재개발 활성화 등 시장의 근본적 불균형을 해결할 수 있는 실효적 방안들이 나와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