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재팬디스플레이가 노트북과 태블릿, 자동차용 분야에서 올레드 시장 진출에 재도전한다. 재팬디스플레이의 태블릿용 디스플레이 기술 안내 이미지. <재팬디스플레이> |
[비즈니스포스트] 일본 재팬디스플레이(JDI)가 노트북에 사용할 수 있는 크기의 14인치 중소형 올레드패널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재팬디스플레이는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 한국 경쟁사에 밀려 스마트폰용 패널 시장에서 밀려난 뒤 성장 잠재력이 큰 노트북과 자동차용 디스플레이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19일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재팬디스플레이는 2025년 대량생산을 목표로 14인치 올레드패널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재팬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용 디스플레이 시장 진출에 실패해 수 년 동안 올레드 사업을 사실상 포기한 상태에 놓여 있었다.
기술 부족으로 스마트워치에 사용되는 크기의 패널 이외에는 상용화에 성공하지 못했고 생산량과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도 한국 디스플레이업체에 크게 밀렸기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중소형 올레드 분야에서 일찌감치 선두주자로 자리잡아 애플 등 대형 고객사의 아이폰용 패널 생산을 담당하게 됐다.
LG디스플레이도 발빠르게 추격에 나서 애플의 패널 공급사로 선정되며 성장 기회를 맞이했다.
재팬디스플레이는 아이폰용 LCD 패널을 공급하는 주요 부품사로 장기간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애플이 LCD 대신 올레드를 전면적으로 적용하기 시작하며 큰 위기에 놓였다.
이러한 시장 변화는 재팬디스플레이가 LCD에 이어 올레드 사업에서도 한국 디스플레이업체에 사실상 완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재팬디스플레이는 소니와 도시바, 히타치 등 일본 기업들이 중소형 LCD 사업부문을 분리한 뒤 통합해 출범한 법인이다.
LCD 시장에서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글로벌 선두로 자리잡으면서 개별 기업으로 승부를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선 것이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LCD 사업에서 중국 경쟁사들의 영향력이 확대되자 중소형 올레드에 더욱 집중하는 사업 재편을 통해 발빠르게 대응해 나갔다.
한국 업체들이 이러한 전략을 통해 우월한 사업 역량을 갖춰내면서 결국 재팬디스플레이의 스마트폰용 올레드 진출 의지를 꺾는 결과로 이어졌다.
재팬디스플레이는 더 이상 스마트폰용 패널 시장에서 한국 디스플레이업체와 경쟁이 어렵다고 판단한 뒤 수 년 전부터 10인치 이상의 디스플레이 개발에 집중해 왔다.
이러한 결실이 2025년 출시를 앞둔 14인치 올레드패널 양산 계획으로 이어진 것이다.
노트북과 태블릿, 자동차용 디스플레이 등에 활용될 수 있는 14인치 패널은 아직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도 본격적으로 키우지 않고 있는 사업이다.
아직 수요가 크지 않은데다 스마트폰용 올레드 사업에도 꾸준한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 재팬디스플레이의 자동차용 디스플레이 기술 안내 이미지. <재팬디스플레이> |
결국 재팬디스플레이가 한국 경쟁사의 영향력이 비교적 작은 틈새시장을 노려 올레드 사업에 다시 본격적으로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닛케이아시아는 “재팬디스플레이가 8월 말 선보인 올레드 기술은 화질과 밝기, 수명 등을 연장하고 생산 공정을 단순화해 원가를 절감하는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재팬디스플레이는 이러한 패널을 노트북과 태블릿, 자동차 고객사에 공급한다는 계획을 두고 있다. 대량 생산은 일본과 중국 공장에서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두고 있다.
노트북과 태블릿, 자동차용 올레드 시장은 아직 규모가 크지 않지만 앞으로 성장성이 기대되는 분야다.
세계 전자업계 유행을 선도하는 애플이 맥북과 아이패드에 처음 올레드패널을 적용하기 시작한다면 글로벌 제조사들로 수요가 빠르게 확대될 공산이 크다.
자동차용 올레드패널 역시 자동차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자율주행 기술 발전에 따라 전망이 밝은 분야로 꼽힌다.
이러한 기능을 원활하게 활용하려면 이전보다 더 큰 화면이 필요하고 올레드패널은 가시성과 응답 속도, 전력효율 등 측면에서 자동차에 적합한 디스플레이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팬디스플레이가 성공적으로 노트북과 태블릿, 자동차용 올레드 시장에 진출한다면 해당 영역에서 한국 디스플레이 업체를 경쟁 상대로 맞이하며 다시 승부를 노릴 수 있다.
다만 중소형 올레드 시장에서 한국 업체는 물론 BOE와 같은 중국 기업의 기술력이 상당한 수준으로 발전한 만큼 재팬디스플레이가 한계를 맞을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