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원석 기자 stoneh@businesspost.co.kr2023-09-07 17: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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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현대자동차그룹이 현대모비스 수소연료전지 사업을 현대차로 이관을 추진하면서 적자가 이어지던 현대모비스 전동화사업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모비스는 최근 빠른 속도로 외형 성장을 거듭하고 있지만 전동화 사업을 포함한 부품 및 모듈 사업에서의 저수익 기조가 장기화하고 있다.
▲ 조성환 현대모비스 대표이사 사장이 그룹사의 조직개편 흐름을 타고 전동화 사업 수주 확대를 통해 '본업' 경쟁력 제고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조성환 현대모비스 대표이사 사장. <현대모비스>
조성환 현대모비스 대표이사 사장은 그룹사의 조직개편 흐름을 타고 전동화부품 사업에서 비용절감과 함께 수주 확대를 통해 주력 사업의 경쟁력 제고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대모비스는 현대차그룹 차원의 조직개편을 계기로 전동화 사업부문 흑자 시점을 앞당길 기회를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현대모비스 수소연료전지 관련 사업을 현대차로 이관하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조직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대차는 그룹 내 분산된 수소연료전지 역량을 통합하고 현대모비스는 전동화 사업에 역량을 집중해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취지"라고 말했다.
현대모비스의 전동화부품 사업은 BSA(배터리시스템)와 BMS(배터리 관리시스템), PE시스템(모터, 인버터, 감속기 일체형 구동 시스템), 충전기, 수소연료전지 등으로 구성됐다.
수소사업이 전동화부품 사업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 미만으로 추정되지만 사업 특성상 비용 부담이 커 전동화 사업 흑자전환 시점을 지연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현대모비스가 지난해 10월 올해 하반기를 목표로 착공한 인천과 울산 2곳의 현대모비스 수소연료전지 생산공장 건설은 현재 답보 상태에 놓였다. 투자금은 모두 1조3천억 원이 들어간다.
특히 넥쏘 판매대수가 월간 400대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수소연료전지 사업의 적자 규모가 더 커졌을 것으로 분석된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대모비스의 수소연료전지 사업 적자가 연간 500억~1천억 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해마다 적자를 기록해온 수소연료전지 사업부를 현대차로 이관하면 현대모비스 전동화부품 사업이 빠르게 흑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유지웅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모비스의 수소연료전지 사업부문을 현대차로 이관함에 따라 전동화사업부의 손익분기점(BEP) 도달이 조기에 현실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성환 사장은 그룹발 조직개편 흐름을 타고 전동화 부품 수주 확대에 박차를 가해 저수익 수렁에 빠진 주력사업의 완전한 체질개선을 도모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모비스는 유럽 수주 확대를 위한 대대적 영업활동을 펼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오는 10일(현지시각)까지 독일 뮌헨에서 열리는 'IAA 모빌리티 2023'에 참가했다. 특히 현대차와 기아가 해당 모터쇼에 불참한 가운데 현대모비스가 홀로 나선 점은 조 사장의 유럽 지역 수주 확대를 향한 의지로 읽힌다.
현대모비스는 전시 기간 폭스바겐과 다임러, BMW 등 유럽 주요 완성차 고객사를 초청해 전동화와 자율주행시스템, 롤러블 디스플레이 등 신기술 경쟁력을 알리며 사업 기회를 엿보고 있다.
특히 현대모비스는 올해 유럽에서 전동화 부품을 필두로 전년보다 2배 이상 늘린 12억9천만 달러의 수주를 따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악셀 마슈카 현대모비스 글로벌 영업담당 부사장은 4일 IAA 모빌리티 2023 프레스데이 발표자로 나서 "올해 유럽 지역 수주는 지난해보다 2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며 "오는 2030년까지 유럽 시장에서 연평균 30% 이상의 매출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사장은 현재 현대모비스 전동화 부품을 계열사 밖 수주 확대에 앞세우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최근에도 글로벌 완성차업체 독일 폭스바겐으로부터 전동화 핵심 부품인 배터리시스템(BSA) 수주에 성공한 바 있다. 수주물량은 폭스바겐의 차세대 전기차 전용플랫폼에 탑재되며 수주규모는 5~6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해당 물량은 2025년 이후 매출에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모비스는 최근 세계 5위(2022년 매출 기준) 자동차부품사에 올랐지만 주력사업인 모듈 및 핵심부품 사업 저수익성이 고질적 문제로 지적돼 왔다.
현대모비스는 완성차 제조공정에 부품을 공급하는 '본업'인 모듈 및 부품 제조 사업과 국내외에서 운행되는 현대·기아차에 보수용 부품을 공급하는 A/S용 부품 사업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현대모비스 2분기 실적을 부문별로 따져보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7.2%에 불과한 A/S부품사업이 전체 영업이익의 85.6%를 책임졌다. A/S부품사업은 영업이익률이 21%에 이르는 단단한 수익성을 담보하고 있지만 주력인 모듈 및 핵심부품사업의 영업이익률은 0.7%에 그치고 있다.
현대모비스 매출은 2020년 36조6천억 원에서 지난해 51조9천억 원으로 2년 동안 42%나 성장했다. 그럼에도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력사업의 저수익 기조가 지속되면서 2019년까지만 해도 6%를 넘겼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3.9%로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조 사장이 지난해 초 직원들과 가진 타운홀 미팅에서 "매출로 따지면 세계 7위지만(2020년 매출 기준) 주력 사업인 부품만 따지면 한참 밑이다"며 "주력인 부품 사업에서 이익을 내는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런 상황과 맥을 같이 한다.
▲ 현대모비스 전동화 글로벌 거점 확장 현황. <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가 주력사업 수익성 부진을 겪는 중심에는 역설적으로 회사의 미래 성장 동력인 전동화부품 사업의 높은 성장세가 자리잡고 있다.
2분기 현대모비스 모듈 및 핵심부품사업 매출은 31.6% 증가했는데 그 중 전동화부품 부문 매출은 78.2%의 성장률을 보였다.
현대모비스 초기 투자비용의 대부분이 집행되는 전동화부품 사업은 높은 성장세에도 아직 초기 단계여서 충분한 이익을 올릴 수준까지 올라오지 못했다. 전동화부품 사업이 현대차·기아의 친환경차 생산 확대에 힘입어 주력사업의 매출 성장을 이끌고 있으나 오히려 전체 수익성 개선에서는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조 사장은 현대차그룹 전기차 라인업에 탑재돼 기술력을 검증 받은 전동화 부품의 계열사 밖 수주를 더욱 늘려 규모의 경제를 통한 본업 경쟁력 제고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플랫폼에 기반한 전기차(전용전기차)에 들어가는 전동화부품은 표준화돼 있어 규모의 경제효과가 큰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차와 기아의 전기차 생산 물량 가운데 전용전기차는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현대모비스가 아이오닉5, EV6 등 그룹사에 탑재해 검증 받은 전동화부품 공급 외연을 계열사 밖 글로벌 브랜드로 확장하면 주력사업 수익성 개선 속도는 배가될 수 있다.
현대모비스는 유럽뿐 아니라 북미, 일본 등에서도 광범위한 수주활동을 진행하고 있는데 올해 하반기에는 글로벌 전시회에 잇달아 참가하며 글로벌 수주 확대를 노린다.
현대모비스는 이달 독일 뮌헨 IAA 모빌리티쇼에 이어 미국 디트로이트 오토쇼에, 10월에는 일본 동경 재팬 모빌리티쇼에 참가해 전동화부품과 샤시, 램프, 전장 등 핵심 기술을 전시하고 공격적 영업활동을 펼칠 계획을 갖고 있다.
현대모비스는가 글로벌 거점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는 점도 계열사 밖 수주를 늘리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모비스는 현재 9개(국내 6개, 해외 3개)의 글로벌 전동화 생산 거점을 운영하고 있는데 추가로 6개의 신규거점을 구축하고 있다. 그 중 5곳이 해외 사업장이다.
북미에는 앨리배마·서배너·미발표 지역에 BSA 공장을, 서배너에는 PE시스템(모터, 인버터, 감속기 일체형 구동 시스템) 공장을 짓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도 브카시 델타마스에 BSA 공장을 구축하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현지 생산 공급망 확보에 힘을 쏟고 있는 가운데 선제적 거점 확보는 차별화된 수주 전략을 펼칠 수 있는 든든한 기반이 될 수 있다.
정용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와 기아의 전동화 현지화 전략과 맥을 같이하는 구조지만 결과적으로 전동화사업의 계열사 밖(논-캡티브) 수주 활동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