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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구글 삼성 포스코도 긴장한다, 2조3천억 달러 기회 낳는 워터리스크

이상호 기자 sangho@businesspost.co.kr 2023-09-05 16: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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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리스크, 물이 산업안보다] 폭우와 가뭄 등 극단적 기후현상은 세계 많은 지역에서 점차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9월 한반도에 몰아친 115년 이래 최악의 폭우로 포항제철소 고로는 사상 처음 가동을 완전히 중단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공장 운영에 필요한 수자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투자 계획을 고심하고 있다. 물이 너무 많아도, 부족해도 문제다.
인구 증가와 산업 활성화, 기후변화로 ‘워터리스크(water risk)’, 물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수자원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일이 산업 안보에 중요한 과제가 됐다. 워터리스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 반도체, 철강, 화학, 발전 등 주요 산업은 물론 국가와 지역경제도 위험해진다.
비즈니스포스트는 국내외 주요 기업과 물 관리 선진국의 리스크 관리 및 대응사례를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한국위원회인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과 함께 발굴해 보도한다. 최신 동향과 해법 관련 기사들은 비즈니스포스트 워터리스크 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TSMC 구글 삼성 포스코도 긴장한다, 2조3천억 달러 기회 낳는 워터리스크
▲ 물이 글로벌 기업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위기에 직면하기도 하고 새로운 기회도 안겨준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극단적 가뭄, 폭우로 물 리스크가 높아지고 있다. 지하수 고갈은 빨라지고 있다. 이산화탄소처럼 물 역시 가격이 매겨져 제품에 반영되기 시작할 것이다. (김형준 KAIST 교수)”

“(워터리스크와 같은) 기후 문제가 투자자 포트폴리오에 실시간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비키 칼브 UBS 환경·사회·지배구조 리서치 책임자)”

탄소에 이어 물이 글로벌 기업들의 화두로 떠올랐다. 주요 공장과 공급망이 있는 세계 여러 지역이 100년만의 가뭄 또는 500년만의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수자원이 부족한 지역에선 지역주민 반발로 공장 신설이 지연된다.

반대로 극단적 폭우로 공장이 멈춰 서는 곳도 많아지고 있다.

높아지고 있는 물 위험, 워터리스크(Water risk)는 이미 눈앞에 다가왔다.

국제비영리기구인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는 워터리스크가 경제에 미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모두 3920억 달러에 달한다고 분석한다. 우리 돈 517조 원,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4분의 1에 육박하는 규모다.

여기서 '워터리스크'란 물이 기업 및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광범위하게 포함하는 개념이다. 

CDP한국위원회를 맡고 있는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의 김현정 선임연구원은 “기후변화로 발생하는 가뭄과 홍수와 같은 물리적 위험과 이에 따라 기업 및 산업이 받는 실물경제 영향, 궁극적으로 금융 시스템의 리스크 등까지 아우르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TSMC 구글 삼성 포스코도 긴장한다, 2조3천억 달러 기회 낳는 워터리스크
▲ 2022년 9월7일 포항제철소에서 임직원들이 태풍 '힌남노'에 따른 침수 피해를 복구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포항제철소가 사고로 생산을 중단한 사례는 지난해가 처음이었다. <포스코>
워터리스크가 점점 커짐에 따라 기업과 사회 전반에 미치는 거시경제와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커지고 있다. 워터리스크는 이제 단순히 사회적 책임을 넘어 산업 안정성과 금융 시스템의 안정까지 확보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 셈이다.

산업과 금융분야에서 워터리스크의 '리스크'는 주로 기업의 재무 영향과 금융 리스크를 의미한다. 

김 연구원은 “금융기관 및 금융감독기관에서도 워터리스크를 중요한 의사결정 요소로 고려하면서 기업 등에는 사업 내의 워터리스크를 식별해 관리하도록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들 역시 워터리스크에 따른 재무적 영향을 피해갈 수 없다.

CDP에 따르면, 국내 기업은 워터리스크로 13조5900억 원의 잠재적 재무 영향을 받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미 예상 이상의 피해를 입은 곳도 나타났다. 포스코다.

태풍 힌남로로 포항제철소 고로가 침수되면서 설립 후 처음으로 모든 고로의 가동이 중단됐던 포스코는 유형자산 손실 2356억 원을 입었다.

복구비용엔 3800억 원이 들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1조3400억 원이 감소했다. 

CDP한국위원회는 “이는 포스코가 CDP에 보고한 잠재적 재무영향(694억 원)의 1930%를 초과하는 금액”이라며 “(포스코가) 홍수나 자연재해와 같은 물리적인 피해 리스크를 파악하지 않았던 것”으로 분석했다.

극단적 폭우가 기업에 물리적 피해를 일으킨다면 극단적 가뭄과 물 부족은 기업에 물리적 변화를 일으킨다.

기업의 사업 전략, 심지어 한 나라의 안보에도 영향을 미친다. 
 
TSMC 구글 삼성 포스코도 긴장한다, 2조3천억 달러 기회 낳는 워터리스크
▲ 2013년 대만에서 가뭄이 발생했을 당시 대만 난터우현에서 줘수이강을 바라본 모습. 줘수이강은 대만에서 가장 긴 강이다. <위키미디어커먼즈>
◆ 쌀 대신 반도체 선택한 대만 정부, 수자원 확보 중요성 보여줘

“쌀이냐, 반도체냐.” 

2021년, 대만 정부는 100년 만에 최악의 수준으로 꼽히는 가뭄이 닥쳤을 때 어려운 선택지 앞에 놓이게 됐다. 수자원 부족으로 농업용수와 산업용수를 모두 충분히 확보하기 어려워져 둘 중 하나를 포기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쌀 농사를 짓는 논에 물을 댄다면 TSMC와 같은 반도체기업의 공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수자원은 자연히 줄어든다. 그러나 반도체는 대만의 핵심 산업으로 식량 안보를 상징하는 쌀에 견줄 만한 중요성을 갖추고 있다.

ING에 따르면 2022년 대만의 반도체 수출액은 전체 국내총생산(GDP)에서 25% 이르는 비중을 차지했다. 대만 반도체 공급망은 미국과 협력 관계를 유지해 중국의 침공 위협을 낮추는 `실리콘 방패` 역할로 국가 안보에도 중요하다.

결국 대만 정부는 반도체를 지키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해 2021년부터 3년 연속으로 일부 지역 농가에 논농사를 짓지 않는 조건으로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수자원 부족으로 농사를 포기한 논 면적은 대만 내 전체 농지의 20% 수준에 이른다.

반도체 산업의 수자원 부족 문제는 대만에서만 불거지고 있는 문제가 아니다. 

TSMC는 미국 애리조나와 일본 구마모토현에 신설하고 있는 반도체공장에서 수자원 부족 문제를 겪고 있다. 인텔 역시 반도체 공장을 새로 짓는 독일 작센안할트주에서 비슷한 처지에 놓였다.

애리조나와 작센안할트 등 지역이 모두 최근 기후 변화에 따른 가뭄 문제로 수 년 동안 수자원 문제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는 불순물 세정을 비롯한 여러 제조 공정에서 대량의 물을 쓰는 대표적인 ‘수자원 집약’ 산업이다. 이 때문에 전 세계 반도체기업은 공장 투자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수자원 확보를 중요한 요소로 고려할 수밖에 없다.

한국 반도체기업들도 예외는 아니다. 

삼성전자는 300조 원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를 목표로 용인에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산업용수 공급 문제를 놓고 지자체 및 정부와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하루에 사용하는 물의 양만 65만 톤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용인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의 물 소비량이 주요 수원지인 팔당댐을 통해 확보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가 120조 원을 투자할 예정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역시 여수보 취수 문제로 지자체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TSMC 구글 삼성 포스코도 긴장한다, 2조3천억 달러 기회 낳는 워터리스크
▲ 2018년 가뭄 당시 바닥을 드러낸 라인강변의 모습. 라인강은 유럽의 주요 취수원이자 물길이다. <피엑스히어>
◆ 데이터센터도, 석유화학도, 철강도, 발전소도 ‘물 부족’ 못 피해

빅테크 기업들은 데이터센터를 설립하려는 지역들에서 워터리스크에 부딪혔다. 

페이스북 모기업 메타는 스페인 마드리드 인근에서, 구글은 우루과이 남부 카넬로시스에서 지역주민의 반대에 부딪혀 있다. 두 지역 모두 극심한 가뭄 속에 식수조차 부족한 상황이다. 

데이터센터 역시 냉각수로 많은 양의 물을 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메타가 2029년 완공을 목표로 건설하는 데이터센터는 연간 6억6500만 리터의 물을 소비한다. 인구 수만 명의 중소도시 하나가 1년 동안 쓰는 물의 양이다.

물 사용량이 많은 석유화학사업이나 철강업에서 물 부족은 생산을 위협한다. 

올 봄까지 50년만의 최악가뭄을 겪은 한국의 여수·광양국가산업단지에선 석유화학, 철강업체들이 공장 가동 일수를 조정해야 했다. 

지난해 50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을 겪은 유럽, 특히 독일에서는 라인강 수위가 내려간 영향으로 바스프, 티쎈크루프 등 세계적 기업들이 공업용수 부족으로 생산에 타격을 받았다. 

전 세계에서 물 부족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물에 대한 수요가 공급을 뛰어넘고 있다. 

세계자원연구소(WRI)는 세계 물 수요가 1960년 이후 두 배 이상 늘어났으며 2050년까지 25% 더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담수 부족은 인구 증가, 산업 발전, 지하수 등 수자원 고갈뿐 아니라 강수 패턴 변화에도 영향을 받고 있다. 기후변화 때문이다.
 
TSMC 구글 삼성 포스코도 긴장한다, 2조3천억 달러 기회 낳는 워터리스크
▲ 2023년 3월 가뭄으로 바닥을 드러낸 전남 순천시 주암댐의 모습. 당시 주암댐 수위가 20% 이하로 떨어지면서 여수산단 등 산업시설에서는 용수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연합뉴스>
◆ “기후변화로 워터리스크 커진다”, 국내에서만 대기업 74개 사업장 노출 

전문가들은 수자원 고갈, 가뭄과 폭우 같은 극단적 기상현상으로 워터리스크가 높아지면서 기업들이 받는 재무 영향 역시 커질 것으로 내다본다. 

김형준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수문학)는 “기후변화가 가속화하면서 그동안 연료(에너지)에 포함되지 않았던 이산화탄소 가격이 산정되고 있는 것처럼, 워터리스크가 높아지면 그동안 가격이 매겨지지 않았던 ‘물’의 가치가 정교하게 계산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적으로 농산물, 제품 교역으로 오가는 가상수(Virtual Water)가 상당히 많은데 가상수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지하수는 재생이 사실상 불가능한 자원이기 때문”이라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가상수란 제품 생산 전 과정에서 사용되는 물을 뜻한다. 

김 교수는 “기업이 물의 가치를 인식하고 장기적으로 추산하지 않으면 실제로 리스크가 현실화될 때 대응 수단이 궁색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의 대기업들도 워터리스크에 노출되어 있다. CDP한국위원회는 일단 한국 내에서 물 리스크에 노출된 사업장의 수만 해도 74곳에 이른다고 분석한다. 해외 사업장까지 따지면 그 수는 더 늘어날 것이다. 

워터리스크 노출 사업장 리스트에는 삼성전자, LG화학 등 국내 주요 대기업을 비롯해 한국동서발전 등 주요 발전사 등이 포함돼 있다

기후변화로 한국 기업의 국내 및 해외 사업장의 물 스트레스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앞으로 관련 재무 영향이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김 연구원은 “전사적으로 통합된 리스크 대응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수적이고 이런 노력은 기업의 워터리스크를 방지하고 나아가 새로운 시장에서 물 관련 투자 기회를 추구하는 전략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TSMC 구글 삼성 포스코도 긴장한다, 2조3천억 달러 기회 낳는 워터리스크
▲ CDP한국위원회가 제시한 2040년 한국 물 리스크 시나리오와 국내 주요 기업 사업장의 유역별 현황. 시나리오에 따르면 국내 주요 기업들 가운데 74곳은 물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 글로벌기업들, “워터리스크로 2조3천억 달러 시장 기회 열린다” 

그러나 기회도 열리고 있다. CDP는 최근 보고서에서 물 안보(Water security)와 관련 2조3천억 달러 즉 3039조 원 규모의 ‘상업적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잠재적 위험’보다 5.8배 큰 규모로 ‘잠재적 기회’가 형성되고 있는 셈이다. 한국 GDP의 1.4배에 육박하는 시장이다. 

CDP가 삼성, 폭스바겐 등 전 세계 3909개 기업을 설문조사한 결과, 기업들은 워터리스크로 1조 7000억 달러 규모의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보고 있었다. 

새로운 물 관련 시장은 3280억 달러 (433조4500억 여원), 극한 기후에 대한 회복력을 높임으로써 얻는 비용 절감 효과는 2310억 달러(305조2600억여 원)로 추산됐다. 

기후위기로 탄소중립이 기업들의 도전과제이자 새로운 시장으로 등장했듯, 워터리스크가 높아지자 물 안보와 관련한 거대한 시장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외 대기업, 업계 리더들은 워터리스크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어디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고 있을까? 비즈니스포스트는 CDP한국위원회와 공동기획을 통해 이들의 노력과 해법을 전한다. 특별취재팀=이경숙 김용원 이상호 장상유 이근호 손영호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TSMC 구글 삼성 포스코도 긴장한다, 2조3천억 달러 기회 낳는 워터리스크
▲ 아랍에미리트 라스 알 카이마에 위치한 해수담수화 플랜트의 모습. 세계적으로 물 부족 문제가 심각해 지면서 해수담수화 등 이 주요 해법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위키미디어커먼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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