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KB금융지주 회장 후보군이
양종희 KB금융지주 부회장,
허인 KB금융지주 부회장, 김병호 베트남 HD은행 회장 등 3인으로 좁혀졌다.
KB금융지주 다음 회장은 내부 인사가 유력한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KB금융지주 차기 회장 후보로만 벌써 두 번이나 이름을 올린 김병호 회장에도 적지 않은 시선이 몰리고 있다.
▲ 김병호 베트남 HD은행 회장이 KB금융지주 회장 후보로 두 번째 이름을 올리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가 29일 차기 회장 숏리스트(최종 후보군)을 발표하면서 베일에 가려져 있던 외부 후보도 공개됐다.
KB금융지주가 차기 회장 인선을 시작하며 외부 후보가 원하지 않는다면 2차 숏리스트 3명에 포함되기 전까지 익명성을 보장하기로 했던 만큼 외부 후보의 정체도 그동안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김 회장은 외부 출신이라는 점과 함께 금융지주 회장 후보에 자주 이름이 오른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는 하나금융그룹 출신인데 하나금융뿐 아니라 KB금융, 신한금융, 우리금융 등에서도 차기 회장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각 금융지주는 회장 승계 과정에서 투명하고 건전한 지배구조 확립 등을 위해 외부 자문기관의 추천을 받아 외부 후보도 다음 회장 후보로 검토한다.
외부 후보는 외부 자문기관과 각 금융지주 이사회 등의 눈높이를 모두 충족해야 회장 후보에 들 수 있다. 이런 점에 비춰볼 때 4곳 금융지주 모두에서 회장 후보에 들었다는 것은 그만큼 경영 능력과 실력을 갖췄다는 뜻으로도 볼 수 있다.
김 회장이 KB금융지주 회장 후보에 든 것은 이번이 벌써 두 번째다. 앞서 2020년 KB금융지주 회장 인선 때도 최종 숏리스트 4인에 포함됐다.
김 회장은 지난해 11월 신한금융그룹 차기 회장 숏리스트에 추천됐으나 본인 동의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고사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지주가 1월 공개한 차기 회장 롱리스트 8인에도 이름을 올렸다.
하나금융그룹에서는 지주 부회장이던 2018년 당시 김정태 회장,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정수진 하나카드 사장 등과 함께 차기 회장 롱리스트(회장 후보군)에 포함됐고 숏리스트에는 들지 못했다.
2020년 11월에는 차기 은행연합회장 숏리스트에도 포함됐다.
김 회장은 경영 능력이나 경력만 보면 내부 출신 두 후보에 밀리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다. 하지만 김 회장이 외부 출신인 만큼 다른 두 후보를 넘어서는 존재감을 보여주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외부 후보는 아무래도 내부 후보와 비교해 KB금융지주 내부에서 공감과 지지를 얻을 만큼 경영 능력을 보여줄 기회가 사실상 없다.
게다가 KB금융지주는 2014년 윤종규 회장이 선임되기 직전 ‘KB 사태’로 일컬어지는 외부 출신 회장과 내부 출신 행장의 갈등으로 크게 곤욕을 치렀던 만큼 내부 출신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짙은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권에서는 KB금융지주 차기 회장 외부 후보가 당초 예상과 달리 관료 출신이 아니라는 점에서 내부 후보에 무게추가 크게 기울었다고 보는 시선도 나온다.
김 회장은 하나금융그룹에 오래 몸담았다. 하나은행의 전신인 한국투자금융에 1987년 입사해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을 끝으로 2018년 4월 회사를 떠날 때까지 하나금융그룹에서만 30년 넘게 일했다.
하나금융그룹을 떠난 뒤에는 국제금융공사(IFC) 수석고문, SK 사외이사 등을 지냈고 2022년부터는 베트남 HD은행 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 양종희 KB금융지주 부회장(왼쪽)과 허인 부회장. |
은행 등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접하면서 국제적 금융 감각과 재무 능력을 두루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하나금융지주가 설립될 때 설립기획단 팀장으로 일했고 하나은행 뉴욕지점장 등을 지내 글로벌 전문가로도 여겨진다.
하나은행이 미국 사모펀드 론스타에서 외환은행을 인수할 때도 참여했고 하나은행이 베트남 국영은행인 베트남투자개발은행(BIDV) 지분 15%를 인수할 때는 협상 과정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금융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지냈다.
김 회장은 1961년생으로
양종희,
허인 부회장과 나이가 같다. 세 사람은 출신학교도 서울대로 같다. 김 회장이 영문과를 졸업했고 양 부회장은 국사학과, 허 부회장은 법학과를 나왔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금융지주 입장에서 외부 후보를 찾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며 “김 회장은 금융권 이력이나 나이 등 조건이 부합해 회장 후보로도 자주 오르내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