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정유, 기계, 조선 등 업종 관련 종목 주가가 함께 강세를 보이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최근 국제유가가 상승 흐름을 이어가면서 정유, 기계, 조선 업종 주가 역시 수혜 기대감에 단단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국제유가가 주요 산유국의 감산으로 추세적 상승 구간에 접어들었다는 전망 속에서 증권업계에서는 이들 종목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지속해서 나온다.
15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7월 이후 서부텍사스유(WTI) 배럴당 가격은 14일까지 17.8%(12.55달러) 올랐다. 주 단위로는 7주 연속 상승하면서 지난해 6월 이후 최장기간 상승 행진을 이어갔다.
최근 유가가 급등한 배경에는 주요 산유국들의 감산 기조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들이 자발적으로 원유를 감산하고 있는 반면 원유 수요는 단단한 흐름을 이어가면서 유가가 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공급 부족에 따른 유가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에너지정보청(EIA)은 원유 공급 부족현상이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3분기에는 일간 98만 배럴, 4분기에는 일반 38만 배럴의 원유가 수요보다 모자랄 것으로 예상됐다.
윤용식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사우디는 2019년과 팬데믹 기간을 제외하면 2011년 이후 최저 생산량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며 러시아도 감산기조를 이어가고 있다”며 “8월 사우디와 러시아의 대규모 자발적 감산이 연장되면서 유가는 강세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안정세로 접어들었던 국제 유가가 다시 오르면서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되는 업종의 주가도 함께 오르고 있다.
7월 이후 정유 대장주인 에쓰오일(S-Oil) 주가는 14일 기준 15.3% 가량 올랐다. SK이노베이션(18.11%), 극동유화(11.6%) GS칼텍스 지주사인 GS(6.3%) 주가도 강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수익률(0.3%) 대비 단단한 흐름을 보였다.
정유주는 유가 상승기의 대표 수혜업종으로 꼽힌다. 유가가 오르면 이미 구매해뒀던 원유 재고자산에 대한 평가이익이 발생하면서 정유기업의 수익성 지표인 정유마진이 개선되기 때문이다. 정제마진은 정유기업들이 석유제품 판매로 얻는 이익을 말한다.
업계에 따르면 8월 첫째주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11.5달러를 기록했다. 6월 5주차(3.8달러)에 비해 7.7달러 오른 것으로 약 2달 동안 2배 이상 상승했다.
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정제마진 상승세가 상당히 가파른 모습이다"며 "등유와 경유 재고 물량이 점점 줄어들고 있고 미국, 유럽에서는 폭염 등에 따라 가동 차질도 일부 발생하고 있어 정제마진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고 내다봤다.
조선주, 기계주도 유가상승에 따른 설비투자 증가로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되는 업종으로 여겨진다.
같은 기간 대표적 관련 종목인 현대중공업(31.0%), 한화오션(14.9%), 현대미포조선(9.6%) 등의 주가가 올랐다.
원유 공급부족에 따라 해양플랜트, 석유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발주가 중장기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유가가 오르면서 연료 효율이 약 20% 가량 높은 고부가가치 선박인 액화천연가스(LNG)선의 수요가 늘어나는 점도 수혜 기대감을 키운다.
과거 사례를 살펴봤을 때 이들 종목 주가가 유가와 함께 움직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013년부터 2022년까지 코스피 각 업종과 유가 사이 상관성을 살펴보면 정유와 같은 에너지기업과 유가 상승으로 설비 투자가 늘어날 수 있는 기계, 조선 등의 업종이 유가와 동일한 방향으로 주가가 움직였던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며 “2차전지 쏠림현상 이후 수급이 분산되는 상황에서 유가상승 수혜주에 대한 선별적 관심이 요구된다”고 조언했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