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신형 싼타페(왼쪽)와 기아 쏘렌토(오른쪽)의 새 모델이 거의 동시에 출시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진검승부를 펼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현대자동차 싼타페와 기아 쏘렌토가 동시에 새 모델을 앞세워 올해 하반기 중형 SUV시장에서 진검승부를 펼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디자인을 유지하면서 패밀리 룩만 입힌 쏘렌토가 풀체인지(완전변경) 과정에서 이름만 빼고 확 바뀐 싼타페와 경쟁에서 1위를 유지할지 관심이 쏠린다.
13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싼타페와 기아 쏘렌토가 이르면 거의 동시에 국내 시장에 출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대차는 지난 10일 싼타페의 상세 제원을 공개했고 기아도 8월 중순에 싼타페의 제원 등을 발표할 것으로 파악된다.
일반적으로 상세 제원을 공개한 이후 출시가 된다는 점과 두 모델의 신차 출시 일정이 큰 차이가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번에 완전변경 싼타페와 부분변경 쏘렌토가 이르면 8월 또는 9월 같은 달에 출시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현대차 싼타페와 기아 쏘렌토가 거의 동시에 출시되는 것을 놓고 자동차업계에서는 상당히 이례적 일이라는 시선이 많다. 두 차종은 동급의 '형제차'로 자칫 제 살 깎아먹기 경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다.
실제 신형 싼타페와 신형 쏘렌토는 현대차그룹의 3세대 플랫폼이 적용됐고 파워트레인도 동일하다.
물론 완전변경 모델인 신형 싼타페와 달리 기아 쏘렌토는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이라는 차이가 있지만 그동안 현대차와 기아는 동급의 경쟁 모델에서 출시 시기에 간격을 두며 판매 간섭을 최소화 해왔다.
직전 쏘렌토 4세대 풀체인지 모델은 2020년 3월 판매에 들어갔고 당시 싼타페 페이스리프트 모델은 2020년 7월에 출시해 4개월 간격을 뒀다.
다른 차급인 중형세단의 경우 8세대 쏘나타가 2019년 3월, 3세대 K5는 2019년 12월에 출시돼 9개월의 시차가 있다.
이와 달리 이번에 동시 출격하는 것은 최근 국내 중형SUV(스포츠유틸리티)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는 만큼 대표 모델의 신차 효과를 통해 중형 SVU 판매 시장에서 '쌍끌이'를 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특히 싼타페와 쏘렌토가 디자인에 있어서 대비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이런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번에 출시되는 5세대 풀체인지 싼타페는 과거 '갤로퍼'의 사각 디자인을 오마쥬한 것이 특징으로 꼽힌다.
대표적으로 신형 싼타페 라디에이터그릴 패턴을 바둑판으로 꾸며 과거 갤로퍼 라디에이터 그릴 디자인을 재해석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뿐 아니라 싼타페는 그동안 1세대 모델 이후 4세대까지 유선형 차체였지만 이번에는 각진 박스형 차체를 채택해 갤로퍼 외관과 비슷하면서도 강인한 인상을 갖췄다.
차체 크기도 신형 싼타페의 전장은 4830mm, 전폭과 전고 및 휠베이스(앞바퀴와 뒷바퀴 차축 사이 거리)는 각각 1910mm, 1710mm, 2815mm다. 현재 모델보다 전장은 40mm, 전폭은 10mm, 휠베이스는 50mm 늘어났다.
실내 공간을 키워 도심뿐 아니라 캠핑 등 아웃도어 활동까지 포괄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싼타페는 1세대 모델부터 도심형 패밀리 SUV를 표방해왔는데 이번 5세대 모델은 도심과 아웃도어 라이프 모두를 아우르겠다는 캐치프라이즈를 내세웠다.
반면 기아 쏘렌토 부분변경 모델은 최근 기아의 ‘패밀리룩’을 반영한 것을 제외하고는 지금까지 공개된 디자인이 이전 모델과 큰 차이를 보이진 않고 있다.
자동차 디자인에서 패밀리룩은 브랜드의 여러 차종이 마치 가족처럼 디자인 특징을 공유하는 것을 말한다.
최근 공개된 신형 쏘렌토 디자인을 살펴보면 기아가 최근 출시한 EV9과 모닝 등에 적용된 라디에이터 그릴과 수직적 이미지를 강조한 '시그니처 스타맵 라이팅' 주간주행등(DRL)으로 변경됐다.
범퍼 양쪽 공기 흡입구와 하단 스플리터는 비교적 간결하게 바뀌었고 ‘타이거 노즈’ 그릴 중앙에 있던 엠블럼은 후드 위쪽으로 옮겨졌다.
이와 함께 실내 디자인에서도 EV9에 적용됐던 디자인 요소들이 쏘렌토 부분변경 모델에 대거 포함됐다.
구체적으로 계기판과 내비게이션 화면을 하나로 잇는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를 탑재하고 그 아래 좌우로 끝까지 이어지는 송풍구를 통해 EV9과 비슷한 수평적 느낌이 강조됐다.
하지만 이를 제외하고 측면이나 후면 등의 디자인은 큰 틀에서 기존 모델의 분위기를 대체로 이어갔다.
차체 크기도 신형 쏘렌토는 부분변경 모델인 만큼 기존 모델과 전장 4810mm, 전폭 1900mm, 전고 1700mm, 휠베이스 2815mm 등 동일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최고 인기 차종으로서 기존의 장점을 살린 쏘렌토와 파격적 변신을 한 싼타페는 정면 대결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쏘렌토의 인기가 페이스리프트 모델에서도 이어진다면 국내 중형SUV 시장에서 쏘렌토의 입지가 더 단단해질 수 있다.
쏘렌토 2022년 국내에서 6만8902대 팔리면서 그랜저를 꺾고 국내 승용차 판매 1위에 올랐다. 올해 들어서도 1월부터 7월까지 4만2236대 팔려 같은 기간 싼타페(1만8636대) 판매량을 크게 웃돌았다.
다만 최근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페이스리프트 기반의 '신차효과'가 뚜렷이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파격적 변신이 예고된 싼타페가 유리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대표적으로 쏘나타는 디자인을 대폭 변경한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올해 5월 출시한 이후 6월 판매량을 보면 2951대에 그쳤다. 7월에도 2142대로 판매량이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직전 모델인 8세대 쏘나타의 판매량이 6월 3890대, 7월 2901대 등과 비교하면 판매량이 오히려 감소한 모습이다.
르노코리아자동차의 중형SUV인 QM6 페이스리프트 모델도 3월 출시됐을 때 1409대로 2월 938대와 비교하면 신차 효과가 나타났지만 4월 다시 994대로 줄어들면서 5월부터는 1천 대 미만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천~2천 대 판매량과 비교하면 오히려 페이스리프트 이후 판매량이 감소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비중이 가장 높은 중형SUV의 대표 모델들이 모두 신차를 내놓는 만큼 중형SUV 규모가 더욱 커질 것”이라며 “사실상 두 차는 동일한 플랫폼을 채택하고 있는 만큼 디자인에서 판매량 승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