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하반기에도 증시 거래대금 확대에 힘입어 실적 개선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저평가된 증권업종 주가도 전반적으로 반등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등 증권사를 둘러싼 위험요인 역시 여전한 만큼 선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 국내증시 거래대금 증가로 증권업종 종목의 주가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여의도 증권사들. |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증시 일평균 거래대금은 상반기 19조4천억 원에서 7월 27조 원, 8월 26조8천억 원 등으로 지속해서 증가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증시 부진으로 2022년 일평균 거래대금은 15조9천억 원에 그쳤다. 2021년보다 41.8% 줄었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 들어 2차전지 테마 열기 등으로 국내 증시 거래대금이 증가했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당분간 지금의 좋은 흐름이 이어져 하반기 전체 일평균 거래대금은 24조 원, 올해 연간 전체 일평균 거래대금은 22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보다 38.4% 늘어나는 것이다.
이에 증권사의 합산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수료도 6조2천억 원으로 전년 대비 37%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브로커리지 수수료는 국내 증권사들의 수수료 수익의 절반 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주요 수입원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국내증시 거래대금 증가는 증권사의 실적 상승으로 직결될 수 있다. 실제 2020년 국내 증시 거래대금이 크게 늘어날 당시 증권사들의 실적도 덩달아 증가했고 2022년에는 2020년과 정반대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하반기에는 IB(기업금융)부문에서도 IPO(기업공개)가 활성화하며 증권사들의 주관 수수료 수익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대어’가 부재했던 상반기와 달리 하반기엔 두산로보틱스, 서울보증보험, 에코프로머티리얼즈 등 굵직한 기업들이 기업공개를 준비하고 있다.
다만 부동산PF 부실 우려가 여전히 남아있다는 점은 부담으로 꼽힌다. 증권사들이 관련 충당금을 지속적으로 적립해 왔으나 부동산시장이 되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아 우발부채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따라서 증시 거래대금 증가로 수혜를 볼 가능성이 높고 PF 등과 관련한 충당금 부담이 적은 증권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안영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브로커리지 점유율과 부동산 관련 손익 방어력에 따라 선별적인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고 바라봤다.
여러 증권사들이 키움증권을 증권업계 최선호주로 꼽고 있다.
키움증권은 국내주식 브로커리지시장에서 30%대 점유율을 보이며 오랫 동안 1위를 지켜온 전통의 브로커리지 강자로 평가된다.
▲ 증시 거래대금 증가의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되는 키움증권에 대해 증권가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
따라서 키움증권은 과거에도 증시 거래대금이 증가할 때마다 가장 큰 수혜를 봤다. 과거 증시 거래대금이 늘어날 때마다 키움증권 주가는 증권업종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키움증권은 상반기 CFD(차액결제거래)와 관련한 충당금도 크게 늘렸다. CFD 주가 폭락 사태로 대규모 미수채권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되자 관련 충당금을 크게 확대한 것이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부동산PF 우려가 남은 상황에서 키움증권은 브로커리지 중심의 안정적인 사업구조를 구축하고 있고 PF 및 CFD 충당금 800억 원을 이미 적립해 실적과 주가 상승 가능성이 모두 높다”며 증권업종 최선호주로 키움증권을 꼽았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도 “8월까지 증시 거래대금이 2분기 대비 30% 증가한 상황에서 3분기 키움증권의 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익이 2500억 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브로커리지 호조로 이익 가시성이 가장 높아 키움증권을 증권업종 최선호주를 유지한다”고 말했다.
삼성증권도 브로커리지 수익 비중이 높아 증시 거래대금 증가의 수혜주로 여겨진다.
삼성증권의 2분기 브로커리지 수수료는 1612억 원으로 직전 분기보다 10.9%, 1년 전보다 21.39% 늘었다. 삼성증권의 수수료 수익 가운데 브로커리지가 차지하는 비중도 66% 수준으로 증권업계 평균보다 높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증권은 2분기 브로커리지 강점을 시장에 보여줬다”며 “시장 거래대금이 추가로 늘어난 점 등을 고려하면 삼성증권은 리테일부문 위주로 3분기에도 추가적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이 배당주로서 매력을 지니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증권은 배당성향 35% 수준의 배당 목표를 적용하면 올해 DPS(주당배당금)는 2600원으로 예상된다”며 “배당수익률 7.1%로 높은 수준에 해당된다”고 평가했다.
백두산 연구원도 "삼성증권은 실적 가시성과 고배당 정책으로 볼 때 올해 배당수익률 7.6%도 가능하다”고 바라봤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