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만이 미국의 반도체 산업을 빼앗아갔다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을 비판하는 대만언론의 논평이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TSMC가 각각 메모리반도체와 파운드리 시장에서 최고 기업으로 거듭난 배경은 시설 투자를 비롯한 노력을 꾸준히 이어온 데 따른 결과라는 대만언론의 논평이 나왔다.
한국이나 대만이 미국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빼앗아 갔다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의미다.
대만 IT전문지 디지타임스의 황친융 사장은 31일 “트럼프 씨는 농담하지 말라”며 “대만과 한국은 노력을 통해 (성과를) 얻어냈다”는 제목의 칼럼을 게재했다.
최근 미국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의 반도체 산업을 대만에 빼앗겼다고 언급한 데 반발하는 내용의 논평을 실은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러한 주장을 펼치며 미국 정부가 TSMC의 반도체를 비롯한 대만의 수출품을 관세 대상에 일찌감치 포함했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황친융 사장은 이런 내용에 반발하며 반도체 산업 주도권이 1980년대에 대만과 한국으로 넘어온 것은 해당 국가 반도체기업들의 꾸준한 노력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가 1986년 일본과 반도체 협정을 체결한 것은 대만과 한국 반도체 산업이 본격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일본 기업들이 일정한 가격 이하로 반도체를 공급하지 못 하도록 규제함으로써 일본의 반도체 산업을 견제한 것이 미-일 반도체 협정에 핵심이다.
한국과 대만은 이를 기회로 삼아 본격적으로 자국에서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기 시작했다.
TSMC는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에서 기회를 노려 시스템반도체 시설 투자를 확대했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에 집중했다.
황 사장은 논평에서 이러한 과거를 자세히 언급하며 “대만과 한국은 세계 기술업계에서 ‘2군’으로 꼽히고 있었지만 꾸준한 투자로 경쟁사와 격차를 벌려 나갔다”고 전했다.
이러한 결과로 TSMC가 전 세계 첨단 시스템반도체 생산의 90%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공급에 약 3분의2를 차지하는 현재 상황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황 사장은 이러한 과정에서 한국과 대만 반도체기업이 미국 업체의 반도체 장비를 시설 투자에 활용하면서 미국에도 큰 이익을 안겨줬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현재 글로벌 반도체 시장 상황을 두고 불만을 표시하는 이유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디지타임스에 논평을 낸 황친융 사장은 반도체를 비롯한 글로벌 IT업계 전문가로 꼽힌다. 그는 약 40년 가까이 대만에서 반도체 관련 분석을 해 왔다고 소개하고 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