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희 기자 JaeheeShin@businesspost.co.kr2023-07-26 16:5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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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MM 인수전이 4파전 양상으로 흐르며 이들 그룹사의 면면에 대한 주주들의 의견 교환이 활발하다. 주주들은 자금 조달능력과 해운산업 재건 역량 및 의지를 갖춘 기업이 인수전에 뛰어들길 바란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HMM 인수전이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지만 주주들은 대기업의 등판을 바라는 눈치다.
인수 후보를 찾기 어려울 것이란 예상과 다르게 매각공고 1주일 만에 4개 기업이 인수 관련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반면 인수후보로 거론됐던 대기업들은 여전히 조용하다.
26일 HMM 주주들은 인수전 움직임을 보이는 하림그룹, SM그룹, LX그룹, 동원그룹 등 4개 그룹사들과 관련한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주주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HMM의 인수후보로 적합하다고 여기는 기준은 △인수자금 조달능력 △해운산업 재건 의지와 역량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는 올해 1월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이 조선비즈와 인터뷰에서 언급한 ‘물류산업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국내 대기업’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이를 기준으로 현재까지 인수전 참여 움직임을 보인 4개 그룹사를 살펴보면 물류산업 시너지 가능성은 대체로 기대되나 자금 조달여력에서는 주주들에게 확신을 주긴 어려워 보인다.
그도 그럴것이 매각대상인 HMM 지분 3억9879만156주는 26일 종가 기준 단순가치로만 7조 원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매각공고에 따르면 본입찰 마감일인 8월21일전 매각대상 지분이 바뀔 가능성은 있다.
여기에 전환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잔여 영구채 1조6천억 원이 주식으로 전환된다면 인수비용은 더욱 늘어날 수 있다.
KDB산업은행은 잔여 영구채를 두고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인수자와 협의해 처리한다“고 설명했다.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라는 문구는 향후 주식전환 물량을 인수자가 소화해야 한다는 것으로도 읽힌다.
물론 최종적인 인수비용을 낮출 수도 있다. 경영권 확보 이후 HMM의 보유현금으로 배당을 의결하는 것이다. 게다가 잔여 영구채의 중도상환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긴 어렵다.
SM그룹은 HMM 주식을 틈틈이 모은 데다 자금 조달 여력까지 훤히 공개하는 등 인수의사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우오현 SM그룹 회장에 따르면 SM그룹은 소속 각 계열사의 보유 현금과 은행 대출을 포함해 최대 4조5천억 원 가량을 조달할 수 있다. 예상 매각가격과는 차이가 있다.
SM그룹은 해운선사를 이미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해운산업 재건 역량과 의지를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SM그룹은 2016년 한진해운의 미주노선 및 아주노선 사업을 인수한 뒤에 SM상선을 설립해 견실한 해운사로 키워냈다.
HMM을 품으면서 장거리 노선진출과 해운동맹 진입의 이점을 누려 컨테이너선 사업을 급격히 확대할 수도 있다. SM그룹의 또다른 해운 계열사 대한상선, 창명해운, 대한해운엘엔지, 대한해운 등을 활용한 HMM의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도 기대된다.
하림그룹은 우군을 확보하며 자금 조달여력을 보완하고 있다.
하림그룹은 10년 가까이 협업관계를 이어온 사모펀드 JKL파트너스와 손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JKL파트너스와 하림그룹은 2015년 팬오션 인수전에서도 1조 원이 넘는 인수자금을 성공적으로 조달한 경험이 있다. 하림지주의 1분기 말 연결기준 현금성자산(현금및현금성자산 + 단기금융상품)은 1조4890억 원이다.
또한 하림그룹은 벌크선 해운선사 팬오션을 인수해 경영을 정상화시킨 사례가 있다는 점이 주주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 사업구조를 살펴봐도 컨테이너선 위주의 HMM과 벌크선 위주의 팬오션을 통해 다각화를 이뤄낼 수도 있다.
다만 하림그룹이 추진하고 있는 ‘양재동 물류센터 개발 사업’을 두고 말이 나온다. 사업비만 6조 원에 이르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어 HMM 인수에 쏟을 여력이 충분하겠느냐는 것이다,
동원그룹은 4개 그룹사 가운데 가장 자산규모가 적다. 인수자금 조달에서는 원래 ‘한 뿌리’였던 한국투자금융지주와의 연합설이 나온다. 지주사 동원산업의 1분기 말 연결기준 현금성자산 규모는 6760억 원이다.
동원그룹은 물류관련 계열사로 동원로엑스와 동원부산컨테이너터미널 등의 계열사를 두고도 있다. 다만 해운산업 재건 역량과 관련해 해운선사를 거느린 하림그룹과 SM그룹과 차이가 있다.
물류업 시너지 측면을 살펴봐도 동원로엑스가 처리하는 연간 컨테이너 물동량은 30만TEU 규모로 LX판토스의 연간 153만TEU보다 적다.
LX그룹은 지난해 말 기준 현금및현금성자산 규모가 1조5071억 원으로 풍부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발행주식 총수를 늘리며 유상증자 가능성도 열어둔 상태다.
LX그룹 계열사로 종합물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LX판토스와 시너지가 기대된다. LX판토스는 지난해 해상운송 사업에서 153만TEU의 물동량을 처리했다.
▲ 현대차그룹과 포스코그룹은 HMM 경영권 인수의사가 없음을 공식적으로 밝혔음에도 여전히 인수전 참전 가능성이 제기돼고 있다. 현대차그룹 양재동 사옥(왼쪽), 포스코그룹 강남 사옥(오른쪽)
일부에서는 인수 움직임을 보이는 기업들이 인수대상인 HMM과 체급차이가 난다는 점을 지적한다.
자산규모 25조 원에 현금성자산이 13조 원을 보유한 HMM을 이보다 적은 자산규모를 가진 기업이 품는 것이 ‘새우가 고래를 삼키는 격’이다는 것이다.
일부 주주들은 재계서열 한 자릿 수의 대기업의 등장을 바라고 있다. 해운경기가 하강 국면인만큼 장기간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그룹사가 HMM의 기업가치를 제고하고 국내 해운산업 재건을 맡을 적임자라는 논리다.
이와 관련해 꾸준히 언급이 되는 곳이 현대자동차그룹과 포스코그룹이다. 이들은 올해 공개적으로 인수의사가 없음을 밝혔음에도 여전히 인수전 참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