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원석 기자 stoneh@businesspost.co.kr2023-07-21 17:5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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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지난해 글로벌 자동차판매 1위와 2위에 올랐던 일본 토요타그룹과 독일 폴크스바겐그룹이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급부상으로 현지 자동차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와 달리 지난해 3위를 차지했던 현대차그룹은 7년 전 중국의 '한한령'으로 현지 판매실적이 곤두박질쳤다가 최근에는 오히려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 중국 현지 브랜드들의 성장으로 일본 토요타그룹과 독일 폭스바겐그룹이 중국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현대차그룹이 이들과 판매량 격차를 줄일 수 있는 기회를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그룹>
게다가 글로벌 주요시장에서 최근 판매 호조를 보이고 있어 토요타그룹과 폴크스바겐그룹과 격차를 크게 줄일 수 있는 기회를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자동차시장에서 사상 처음 판매량 3위에 올라선 현대차그룹은 올해 들어서도 3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의 판매실적 통계를 보면 올해 현대차와 기아는 1~5월 글로벌 시장에서 합산 286만 대를 판매해 토요타그룹(420만 대)과 폴크스바겐그룹(333만 대)을 쫓고 있다.
다만 현대차그룹은 2위 폴크스바겐그룹과는 47만 대, 1위 토요타그룹과는 134만 대의 격차를 보이고 있다. 반면 4위 스텔란티스(270만 대), 5위 르노·닛산연합(264만 대)와는 각각 16만 대, 22만 대 차이로 격차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최대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 정부 지원을 업은 자국 전기차 브랜드가 크게 성장하면서 현지 시장을 주름잡아왔던 토요타그룹과 폴크스바겐그룹의 입지가 급격히 쪼그라들고 있다. 이는 현대차그룹에게는 판매 경쟁에서 오히려 기회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상반기 중국의 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포함) 판매량은 450만대 이상으로 2022년 상반기보다 44% 급증했다. 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앞으로 4년 안에 중국에서 전기차 판매가 내연기관차를 앞지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기준 중국에서 판매된 신차 가운데 순수전기차(BEV)가 차지하는 비중은 19%로 유럽 11%, 미국 5.8%의 2~3배 수준에 이른다.
토요타그룹은 내연기관차를 만들어 온 기존 글로벌 완성차업체 가운데 전기차 전환이 가장 늦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폴크스바겐그룹 역시 중국에서 판매하는 모델 가운데 전기차 비중은 약 6%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만 만들어 판매하는 중국 BYD는 올해 1분기 중국에서 44만여 대를 팔아 폴크스바겐(42만7247대)을 제치고 중국 자동차산업 역사상 자국 브랜드 최초로 현지 판매량 1위에 올랐다. 이전까지 중국 자동차 판매 1위 자리는 폴크스바겐그룹이, 2위 자리는 토요타그룹이 굳건하게 지켜왔다.
중국의 전기차 전환 추세가 거센 만큼 해외 완성차 브랜드들의 전망도 밝지 않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2026년 폴크스바겐그룹과 토요타그룹의 중국 판매량은 각각 170만 대, 120만 대로 2022년과 비교해 절반 수준으로 급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테슬라와 같은 전기차업체를 제외하면 중국에서 대부분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은 현지 시장의 전기차 확산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앞서 중국정부의 한한령(한국상품 제한)으로 먼저 매를 맞은 현대차그룹은 올해 들어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판매가 반등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중국에서 올 상반기 17만 대의 자동차를 판매해 전년 동기보다 판매량이 7% 늘었다.
현대차그룹은 2016년까지만 해도 중국에서 179만2천 대를 판매해 점유율 6.4%를 기록했다. 그러나 고고도미사일(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 정부의 한한령으로 지난해 판매량이 약 34만 대까지 줄었다. 6년 만에 판매량이 5분의 1 토막 나며 지난해 점유율은 1.3%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에 2022년 기준 글로벌 전체 판매량에서 중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폴크스바겐그룹 38.5%, 토요타그룹 23.8%인 반면 현대차는 6.4%, 기아는 3.1%에 그친다.
중국에 진출한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판매실적에서 큰 타격을 받는 가운데 현대차그룹은 현지에서 오히려 판매량을 확대할 기회를 맞을 수도 있는 셈이다.
올해부터 현대차는 고급차·고성능차를, 기아는 전기차 신차를 잇달아 내놓고 중국 시장을 재공략할 계획을 갖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선진 자동차 시장이자 가장 많은 차를 판매하는 시장인 미국과 유럽에서 고르게 판매 호조를 보이고 있는 점도 폭스바겐그룹과 토요타그룹을 추격하는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그룹은 올 상반기 미국에서 82만180대의 자동차를 판매해 역대 상반기 최다 판매 기록을 새로 썼다. 유럽(유럽연합+유럽자유무역연합+영국)에서는 57만5432대를 팔았는데 이 역시 상반기 기준 사상 최대 판매량이다.
토요타의 올 상반기 미국과 유럽 판매실적을 보면 미국에서는 102만5372대의 높은 실적을 올렸지만 유럽에서는 45만341대로 현대차에 밀렸다.
폴크스바겐그룹 역시 안방인 유럽에선 같은 기간 170만여 대를 판매해 1위를 차지했지만 미국에서는 약 18만 대를 판매하는데 그쳤다.
미국과 유럽 합산 판매량으로 보면 현대차그룹(139만여 대)은 글로벌 판매량 1위 토요타그룹(148만여 대)과 비슷한 수준의 판매실적을 올리고 있는 셈이다.
▲ 현대차가 10일 인도에 출시한 현지 전략 모델 엑스터. <현대차 인도법인>
더욱이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자동차시장(한국 제외) 가운데 3번째로 많은 차를 팔고 있는 인도에서 설비 및 전기차 관련 투자에 나서고 있다. 이를 통해 글로벌 톱3 지위를 단단히 하면서 앞선 두 자동차그룹을 추격할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 인도법인은 지난 5월 현대차 첸나이 공장이 위치한 타밀나두주와 앞으로 10년 동안 2천억 루피(약 3조2500억 원)를 투자하는 협약을 맺고 연산 17만8천 개 규모의 배터리팩 조립공장과 고속도로 등에 100곳의 전기차 충전소를 짓기로 했다. 또 인도 첸나이 공장의 자동차 생산능력을 현재 75만 대에서 85만 대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도 함께 발표했다.
앞서 3월 현대차 인도법인은 GM의 마하라슈트라주 탈레가온 공장 인수와 관련한 주요 거래 조건서에 서명했다. GM 탈레가온 공장의 연간 생산규모는 자동차 13만 대, 엔진 16만 개 수준에 이르는데 인수 뒤 설비 재정비를 거치면 생산능력을 최대 30만 대 이상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아는 지난해 아난타푸르 공장 근무체계를 2교대에서 3교대로 전환한 뒤 생산능력을 기존 30만 대에서 40만 대로 확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종합하면 현대차와 기아는 인도에서 현재 합산 약 110만 대인 생산능력을 2~3년 뒤 155만 대 이상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올해 상반기 인도 자동차 시장에서 40% 점유율로 현지 판매 압도적 1위를 차지한 마루티스즈키의 2022년 연간 판매량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상반기 인도에서 합산 43만2085대를 팔았다. 역대 최대 판매기록을 세웠던 지난해 판매량이 80만7067대였던 점을 고려하면 올해도 현지 최대 판매기록을 경신할 공산이 크다.
현대차와 기아는 인도에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 들어서도 합산 점유율 20%를 넘어서며 여유있는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더욱이 인도는 세계에서 성장 잠재력이 가장 높은 것으로 평가되는 자동차시장이란 점에서 현대차그룹의 인도를 향한 대규모 투자는 판매실적 확대로 바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인도는 일본을 제치고 처음으로 세계 3대 자동차 시장에 올랐지만 인도의 가구당 자동차 보유율은 2021년 기준 8.5%에 그친다.
또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1인당 GDP가 2500달러부터 1만 달러에 이를 때까지 자동차 구매는 급속도로 증가하는 경향이 나타나는데 올해 인도의 1인당 GDP(2700달러)가 해당 구간에 진입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들어서만 5종의 신차 모델을 내놓으며 인도 판매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언수 현대차 인도법인장은 최근 인도 전략 차종인 소형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엑스터를 현지에 출시하며 "현대차 엑스터는 인도의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업체를 이끄는 현대차의 입지를 재확인 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