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그룹이 육해공 통합방산체계를 구축한 뒤 수주의 외연을 넓히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육·해·공 통합방산체제를 수립한 뒤 수주 외연을 넓히며 좋은 출발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화그룹이 한화오션을 품은 뒤 국내 수상함 분야 일감 확보가 가시화되고 있는데 김 부회장은 글로벌 방산 ‘톱10’ 목표를 향해 해외시장을 확대하는 데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21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이 우리 해군 차기 호위함의 우선협상자로 선정돼 최종 수주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데 이어 앞으로도 여러 수상함 분야의 일감을 따내며 수주잔고를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방위사업청은 최근 울산급 배치3 5~6번함의 우선협상자로 한화오션을 선정했다. 한화오션은 최종점수 91.8855점을 받아 총 91.7433점을 받은 HD현대중공업을 0.1422점 차이로 눌렀다.
한화오션이 최종 수주까지 거의 다가선 울산급 배치3 5~6번함은 8334억 원 규모 일감이다. 지난해 한화오션 매출(4조8602억 원)의 17%에 이르는 만만치 않은 규모다.
차기 호위함인 울산급 배치3의 수주 이력을 보면 앞서 HD현대중공업이 1번함을, SK오션플랜트가 2~4번함을 수주했다. 한화오션이 5~6번함을 수주하면 전체 성적에서도 한 척만 수주한 HD현대중공업에 앞서가는 것이라 볼 수 있다.
한화오션이 한화그룹 울타리 안에 들어온 뒤 거둔 첫 번째 성과라고 할 수 있다.
한화오션의 이번에 승리를 거두게 된 결정적 요인으로는 HD현대중공업에 보안감점이 적용된 것이 결정적 이유로 꼽힌다. 하지만 한화그룹에 인수돼 그룹 차원의 지원체계가 강화되고 한화오션의 경영 안정성이 높아진 점도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동관 부회장이 구축한 한화그룹의 육·해·공 통합방산체제의 성과는 한화오션에서뿐 아니라 기존 주력사업 분야에서도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김 부회장은 한화오션의 공식출범(5월)에 앞서 4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디펜스, 한화방산 3사 통합을 매듭지으며 기존 방산 분야의 통합체제를 먼저 구축했다.
이를 통해 한화그룹의 방산역량을 결집한 만큼 시너지 효과를 본격화하는 데도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김 부회장은 지난달 7일 부산 벡스코 국제해양방위산업전에서 한화 방산계열사 부스를 직접 방문해 “한화오션이 합류하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과 함께 많은 분야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사진)이 통합방산체제를 수립한 뒤 수주 외연을 넓히며 글로벌 방산 '톱10'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특히 김 부회장은 해외시장의 문을 두드리며 한화그룹 방산 역량을 수주 성과로 이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해외시장 개척은 한화그룹이 글로벌 방산 톱10으로 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일이다.
미국 국방 전문매체 ‘디펜스뉴스’에 따르면 2021년 매출 기준 방산업체 순위에서 한화그룹은 매출 47억8700만 달러로 30위에 머물렀다. 1위인 록히드마틴(644억5800만 달러)은 물론 10위인 L3해리스테크놀로지스(149억2400만 달러)와도 아직 격차가 매우 크다.
물론 한화오션 인수로 그에 따른 외형 확대와 함께 한화그룹의 순위도 당시보다 크게 상승했을 가능성이 크지만 톱10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육·해·공 통합 역량을 기반으로 해외시장에서 더 많은 수주를 확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 부회장은 10~15일 4박6일로 진행된 윤석열 대통령의 리투아니아·폴란드 순방에 경제사절단으로 참여하며 한화그룹의 방산 수주를 앞장 서 지원한 것으로 파악된다.
앞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폴란드 정부와 K9 자주포, 다연장로켓 천무 등의 수출 계약을 맺으며 8조 원 넘는 수주잔고를 쌓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폴란드정부와 추가 협상을 진행해 올해 말까지 2차 실행계약도 맺을 예정이다.
차세대 장갑차인 레드백의 수출 협상도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번 대통령 순방기간 두 나라 정부 사이에서도 방산 수출에 관한 물밑 협상이 진행됐을 공산이 큰 만큼 세부 사항의 조율이 끝나면 하반기 중 추가 수주 가능성도 열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폴란드 해군이 추진하는 잠수함 도입사업 ‘오르카 프로그램’도 한화그룹이 눈독을 들여볼 만한 일감이다. 한화그룹은 한화오션을 통해 입찰에 도전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파악된다.
한화오션은 대우조선해양 시절인 2011년 인도네시아에 잠수함 프로젝트를 따내며 한국의 첫 잠수함 수출을 이끌었다. 국내 최대 규모의 3천 톤급 잠수함인 도산안창호함을 성공적으로 인도한 경험도 지닌다.
한화오션의 잠수함 건조 역량에 폴란드에서 여러 차례 수주 경험이 있는 한화그룹의 영업 네트워크가 더해지는 만큼 폴란드 해군의 잠수함 입찰에서 한화오션의 선전 가능성을 높게 보는 시각이 많다.
김 부회장은 호주에서도 수주 확대를 위한 기반을 닦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1년 12월 호주와 K9 자주포 수출 계약을 맺은 데 이어 레드백 장갑차 수출도 추진하고 있다.
▲ 한화에어로스페이의 차세대 보병장갑차 레드백 모습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호주 질롱시 아발론공항 내 15만㎡ 부지에 최첨단 장갑차 생산시설(H-ACE)도 짓고 있다. 3만2천 ㎡규모의 생산공장과 1.5㎞ 길이의 주행트랙 및 시험장, 도하 성능시험장, 사격장, R&D(연구·개발)센터 등 각종 시설이 들어서며 호주 현지 협력사 공장들도 입주할 예정이다.
현재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호주의 차세대 장갑차도입 프로젝트를 놓고 독일 라인메탈과 수주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밖에 캐나다 해군의 600억 캐나다달러(약 60조 원) 규모 잠수함 교체 프로젝트에서도 한국과 일본 조선사들이 유력한 수주 후보로 물망에 오르며 한화오션의 입찰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최광식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과 일본이 사실상 2파전에서 캐나다 장거리 운용이라는 소요에 더 걸맞는 한국의 승리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며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사이에서 승부를 예단키는 어렵지만 한화그룹이 미국 조선사 인수를 추진하고 있으며 미국 정치 명문가 부시가 일원을 사외이사로 영입한 것을 보면 한화그룹의 열정이 더 높아 보인다"고 바라봤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