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김성권 씨에스윈드 대표이사 회장이 주력 분야인 풍력타워뿐 아니라 하부구조물에서도 과감한 글로벌 확장 전략을 펼쳐나가며 해상풍력시장의 본격 개화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씨에스윈드는 풍력타워 분야에서 축적한 기자재 제조·생산관리 노하우를 적용해 하부구조물에서도 글로벌 선두권 기업으로 빠르게 도약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김성권 씨에스윈드 대표이사 회장(사진)이 해상풍력 하부구조물에서도 과감한 글로벌 확장 전략을 펼쳐나가며 해상풍력시장의 본격 개화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19일 증권업계와 풍력기자재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씨에스윈드가 덴마크 해상풍력 하부구조물기업 블라트(Bladt Holdings A/S) 인수를 통해 성장동력을 한층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블라트는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분야에서 20년 이상 업력을 지닌 곳으로 모노파일과 재킷 방식 등 고정식뿐 아니라 부유식 하부구조물도 만든다. 또 트랜지션피스(하부구조물과 타워를 접합하는 구조물)과 해상변전소 등도 다루고 있다.
블라트는 규모와 기술력 측면에서 글로벌 선두 수준으로 평가되는 업체다.
씨에스윈드는 지난 7일 이사회를 통해 269억 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해 블라트 지분 100%를 취득하기로 의결했다. 지분취득 예정일은 11월1일로 블라트의 실적은 2024년부터 본격적으로 씨에스윈드 실적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블라트는 이미 고객사로부터 상당한 일감을 따내며 매출도 확보해 놓은 것으로 파악된다. 올해 블라트의 예상 매출은 6천억 원 수준이며 내년에는 9천억 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블라트가 납기지연과 수익성 악화 등의 문제로 영업적자를 보고 있는 데다 부채가 약 5천억 원에 이르는 만큼 씨에스윈드는 애초 발표했던 지분 취득금액(269억 원) 이상의 추가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전혜영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공시된 취득금액은 269억 원이지만 유동부채 등을 감안하면 총 인수금액은 약 2천억 원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다만 씨에스윈드가 그동안 다수의 인수합병(M&A), 해외 생산시설 구축 등을 추진하며 기자재 제조역량과 생산관리 능력을 해외 거점에 이식하며 수익성을 끌어올린 경험을 보유한 만큼 블라트가 이미 확보한 수주 물량의 수익성을 개선해 이익 수준과 기업가치를 높이는 일이 충분히 가능할 것이란 시각이 많다.
허재준 삼성증권 연구원은 “블라트 인수가 제대로 빛을 보려면 블라트의 수익성 개선이 필수적인 상황”이라며 “씨에스윈드의 기술력과 더불어 지금까지 주요 생산법인들을 인수하고 생산관리를 실시했던 경험을 고려하면 블라트의 영업이익률은 2024년 흑자전환, 2025년 미드싱글(5% 안팎) 영업이익률로 전환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블라트가 하부구조물 분야의 세계 최대 업체고 해상풍력시장이 고성장기에 진입하는 길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씨에스윈드에 매우 낮은 가격에 인수된 것으로 판단된다”며 “인수합병 뒤 실적개선(턴어라운드) 전략으로 성장해 온 씨에스윈드로서는 블라트가 안성맞춤의 인수 대상”이라고 바라봤다.
글로벌 생산거점을 마련하고 생산능력을 확대하기 위해 인수합병과 공격적 현지투자를 진행하는 전략은 김성권 씨에스윈드 회장이 주력인 풍력타워 사업에서 성과를 낸 방식이기도 하다.
김 회장은 2020년 베트남, 말레이시아 법인의 생산능력을 각각 2배, 3배 늘리고 대만 법인을 설립한 데 이어 2021년 글로벌 풍력발전기업 베스타스의 미국 풍력타워 생산공장을 인수하고 터키공장 증설 투자를 결정했다.
그 뒤 글로벌 생산거점 확장 전략은 하부구조물로도 이어졌다.
씨에스윈드는 2021년 10월 포르투갈의 풍력타워 및 하부구조물 기업 ASM인더스트리 지분을 60% 인수한 데 이어 이듬해 2월 지분율을 100%로 확대해 경영권을 완전히 확보했다.
김 회장의 이런 공격적 글로벌 확장전략의 결과 현재 씨에스윈드는 미국, 베트남, 터키, 포르투갈, 중국, 대만, 말레이시아 등 해외 타워생산법인을 운영하며 전세계 시장에 타워를 공급하고 있다. 씨에스윈드의 풍력타워 시장점유율은 15% 안팎으로 세계 1위의 타워업체로 평가받는다.
김 회장이 주력 분야인 타워에 이어 하부구조물에 눈독을 들이는 배경에는 해상풍력의 보급 확대와 더불어 하부구조물시장이 급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깔려있다.
세계 각국 정부가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비중을 확대해 나가는 과정에서 해상풍력은 대규모 단지 건설에 적합하다는 점에서 가장 효과적 대안 가운데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김 회장도 2022년 베스타스와 합작법인 설립계약을 맺는 자리에서 “해상풍력은 씨에스윈드에 새로운 사업기회를 열어줄 미래의 블루오션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 해상풍력장치. <씨에스윈드>
해상풍력설비를 설치하려면 해저에 고정하거나 해수면 위에 띄우기 위한 튼튼한 하부구조물이 필요한 만큼 해상풍력 수요가 늘어나면 하부구조물 수요 역시 따라서 증가할 수밖에 없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시장 규모는 2030년 35조 원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는 해상풍력 타워 시장(10조 원)을 3배 넘게 웃도는 규모다.
씨에스윈드도 유럽시장의 하부구조물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씨에스윈드 측은 사업보고서를 통해 “2024년부터 대구경 하부구조물의 수요가 공급의 5배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하며 여러 글로벌 고객사에서는 씨에스윈드의 하부구조물 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희망해왔다”고 설명했다.
앞서 김 회장은 2016년 트랜지션피스를 통해 하부구조물 사업을 펼쳤지만 손실을 보고 철수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김 회장은 2021년 ASM인더스트리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하부구조물 시장에 다시 문을 두드렸다.
씨에스윈드는 ASM인더스트리 인수를 통해 기술역량을 확보하고 자체적으로 하부구조물 사업에 처음 뛰어들었을 때보다 효율적으로 사업을 전개할 수 있게 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덴마크 블라트까지 인수하기로 하며 하부구조물 분야의 기술력과 생산능력 향상을 기대해 볼 수 있게 됐다.
씨에스윈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비즈니스포스트에 “향후 10년 이상 해상풍력 수요의 폭발적 성장이 예상되는 가운데 블라트 인수로 씨에스윈드가 풍력타워사업에서 해상풍력 하부구조물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대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3천 톤 이상의 초대형 하부구조물에 대한 수요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해상풍력 공급망 내 상부구조물과 하부구조물 사업에서 주도적 시장지배력을 더욱 확장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