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부터 직접 효성첨단소재의 탄소섬유 개발사업을 챙겨온 조 부회장은 초고강도 탄소섬유 개발을 기점으로 시장을 기존 수소연료탱크, 태양광 단열재에서 우주·항공 분야로 넓히는 데에 힘을 싣고 있다.
1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효성첨단소재 탄소섬유 사업의 확장성을 향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날 효성그룹 리스크와 팩트 점검’ 보고서를 통해 효성그룹 화학3사(효성티앤씨·효성첨단소재·효성화학)의 향후 사업을 전망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효성화학은 주요 제품의 높은 원재료 가격 및 수요 위축 등으로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고 효성티앤씨는 여전히 주요 제품의 스프레드(원재료 가격과 제품 가격의 차이) 회복이 더딘 데 비해 효성첨단소재는 사업 전망이 긍정적인 것으로 분석됐다.
효성첨단소재 사업 전망이 좋게 평가된 데는 탄소섬유 사업을 향한 기대감이 중심에 있다.
탄소섬유는 실 안에 탄소를 92% 이상 함유한 섬유로 철과 비교해 무게는 4분의 1 수준이면서 강도가 크게 높은 것이 특징이다.
일본 시장조사기관 후지경제에 따르면 세계 폴리아크릴로니트릴(PAN)계 탄소섬유 수요는 2022년 9만8천 톤에서 2035년 32만7천 톤까지 연 평균 1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탄소섬유는 원료에 따라 폴리아크릴로니트릴계와 피치계 등으로 나뉘며 현재 세계 탄소섬유 시장의 대부분은 폴리아크릴로니트릴계 탄소섬유가 차지하고 있다. 효성첨단소재 제품은 폴리아크릴로니트릴계다.
효성첨단소재의 탄소섬유 사업이 긍정적으로 평가받는 또 다른 이유는 조 부회장이 탄소섬유 활용도를 친환경 분야에서 우주·항공 분야로 넓히고 있기 때문이다.
▲ 조현준 효성 부회장이 효성첨단소재 초고강도 탄소섬유 개발로 우주·항공 분야를 바라보고 있다. 조 부회장은 탄소섬유 증설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효성첨단소재는 지난해 10월 T-1000급(탄소섬유의 상대적 강도를 보여주는 분류) 초고강도 탄소섬유를 개발한 뒤 우주·항공 시장에 이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2017년 8월부터 국방과학연구소 민군협력진흥원의 ‘부처연계협력기술개발사업’에 참여한지 5년여 만에 얻은 성과였다.
효성첨단소재의 T-1000급 탄소섬유는 강도가 철보다 14배 이상 높다. 기존에 생산하던 T-700급 탄소섬유의 강도가 철과 비교해 10배 높은 것과 비교하면 물성이 상당히 개선됐다.
초고강도 탄소섬유는 우주·항공 분야에서 필수적 소재로 꼽히고 있다.
탄소섬유를 우주발사체, 위성체나 항공기에 사용하면 무게를 줄여 탑재체의 용량을 늘릴 수 있다. 또 강도를 높여 하중을 견디고 추진력을 높일 수 있다.
효성첨단소재의 초고강도 탄소섬유 개발은 일본과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로, 미래 소재의 국산화에 성공했다는 의미도 크다.
이를 통해 효성첨단소재는 지금까지 친환경에너지 시장에 공급해왔던 탄소섬유의 공급 분야를 확장할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효성첨단소재가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는 T-700급 탄소섬유는 수소연료탱크와 태양광 단열재로 사용돼 왔다.
T-1000급 개발로 효성첨단소재는 수소 및 태양광 등 친환경에너지 시장 성장에 더해 우주·항공 분야에서도 사업 확장 동력을 얻을 수 있게 된 셈이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효성첨단소재의 탄소섬유는 앞으로 긍정적 부분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며 “탄소섬유는 친환경(에너지) 시장 성장에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데 향후 우주·항공 시장으로의 진출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조 부회장은 탄소섬유 생산능력 확대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2028년까지 효성첨단소재 전주공장의 연간 탄소섬유 생산능력을 2만4천 톤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운 조 부회장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증설 계획을 1년가량 앞당기는 결단을 내리기도 했다.
효성첨단소재는 당초 지난해 11월부터 2025년 2월까지 778억 원을 들여 전주공장의 탄소섬유 연간 생산능력을 현재 9천 톤에서 1만4천 톤까지 늘리는 증설을 진행하고 있었다.
증권가에 따르면 조 부회장은 이 계획 종료 시점을 2024년 상반기로 앞당기기로 올해 초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탄소섬유의 연간 생산능력을 6500톤에서 9천 톤으로 높이는 가장 최근 증설이 올해 4월에 끝난 점을 고려하면 조 부회장이 탄소섬유 사업 확장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고 풀이된다.
효성첨단소재는 2018년 6월 효성 산업자재 부문의 인적분할을 통해 신설됐는데 조 부회장은 2011년부터 효성 산업자재PG장을 맡아 산업자재 사업을 총괄해 왔다.
▲ 효성첨단소재는 철과 비교해 무게는 4분의 1 수준으로 가벼우면서 강도는 14배가량 높은 초고강도 탄소섬유(T-1000급)를 통해 우주·항공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은 효성첨단소재 탄소섬유. <효성첨단소재>
조 부회장은 효성첨단소재 탄소섬유를 처음으로 개발한 2011년부터 탄소섬유 사업을 챙겨온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조 부회장은 지주사 효성에서 최고운영책임자(COO) 부회장을 지내고 있는 것 이외에는 다른 계열사 가운데 유일하게 효성첨단소재 사내이사를 맡아 탄소섬유를 비롯한 사업을 직접 챙기고 있다.
그럼에도 탄소섬유는 아직 효성첨단소재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효성첨단소재는 지난해 탄소섬유와 아라미드 사업에서 전체의 8.4%에 해당하는 매출 2668억 원을 기록했다. 효성첨단소재는 탄소섬유와 아라미드 사업을 묶어 매출만 공개하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효성첨단소재가 지난해 탄소섬유 사업에서 영업이익 300억 원가량을 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탄소섬유 시장의 가파른 성장성과 함께 높은 수익성(추정 영업이익률 20%)을 기반으로 실적 기여도가 점차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업계에서는 효성첨단소재 탄소섬유 사업 영업이익이 지난해 300억 원가량에서 2026년 1천억 원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 기간 효성첨단소재 전체 영업이익에서 탄소섬유 영업이익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8% 안팎에서 28%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효성 관계자는 “효성첨단소재는 2030년 탄소섬유 분야 글로벌 톱(Top)3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우주발사체, 항공기 등 다방면으로 활용되고 있는 초고강도 탄소섬유를 포함해 2030년 목표 달성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