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현대백화점그룹이 추진하는 단일 지주회사 전환이 현대백화점그룹에게 ‘가장 수월하고 이로운’ 방식의 지배구조 개편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서정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10일 현대백화점그룹 지배구조 변화에 따라 주주들에게 미칠 영향을 분석한 보고서를 내놨다.
 

현대백화점그룹의 단일 지주회사가 될 현대지에프홀딩스는 현재 현대백화점 지분 12.1%를 보유하고 있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지주사는 자회사 지분을 30% 이상 보유하거나 하나도 보유하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현대지에프홀딩스는 2년 안에 현대백화점 지분을 모두 매각하거나 30% 이상 확보해야 한다.

서 연구원은 “현대지에프홀딩스가 현대백화점 지분을 매각하면 현금 유입은 있을 것이다”며 “하지만 현대백화점 주가가 사실상 역대 최저점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그룹 입장에서는 ‘헐값’에 주식을 처분해야 하는 부담이 있었을 것”이라고 봤다.

반면 현대지에프홀딩스가 현대백화점 지분을 약 18% 확보하면 역대 최저점에서 우량 계열사 지분을 매입하면서 공정거래법상 과제도 이행할 수 있다. 이는 배당재원 확보 및 신용등급 혜택 등 여러 시너지를 낼 수 있어 그룹 입장에서 이점이 있다.

서 연구원은 “결과적으로 현대백화점그룹은 현재 취할 수 있는 ‘가장 수월하고 이로운’ 방식을 취했다”고 판단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의 판단이 각 주주들에게도 이로운지에 대해서도 대체로 긍정적인 분석을 내놨다.

우선 현대백화점 주주에게는 지배구조와 관련된 불확실성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현대지에프홀딩스의 현대백화점 주식 매수 결정이 호재로 파악된다.

현대백화점은 올해 2월 지주사 전환을 시도했다가 실패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의 계열분리는 재계에서 오래된 이슈이기도 하다.

현대지에프홀딩스가 현대백화점 주식을 공개매수하면 앞으로 현대백화점이 계열분리하거나 지주사로 전환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모두 해소할 수 있게 된다.

서 연구원은 “이제는 가치투자자들에게 현대백화점 저평가 상태가 비로소 눈에 띌 것이다”며 “올해 현대백화점 예상 주가수익비율(PER)과 주당순자산가치비율(PBR)은 각각 7.5배, 0.3배에 불과하다”고 내다봤다.

그는 “현대백화점이 이번 단일 지주회사 전환 공시를 통해 주가 저점 후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다만 현대그린푸드 주주들에 대한 영향은 중립적인 것으로 분석됐다.

현대그린푸드는 지주사 전환이 예정됐었고 이미 인적분할을 통해 사업회사로서의 가치가 부각되면서 최근 기업가치가 우상향 흐름을 보였기 때문이다.

현대그린푸드는 현대백화점그룹 인적분할 작업에서 지배구조 관련 불확실성을 가장 먼저 떨쳐 낸 계열사기도 하다.

현대지에프홀딩스에 대해서는 여러 가능성을 열어놨다.

현대지에프홀딩스가 신주를 발행하면 발행주식 수가 기존과 비교해 약 3배 수준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기존 주주들은 지분율이 희석된다는 부담이 있다.

하지만 현대지에프홀딩스 기존 주주 입장에서 지분율이 희석되더라도 지분가치가 상승하거나 적어도 유지된다면 손해볼 것이 없다.

지분가치가 상승하려면 공개매수로 유입된 계열사 가치가 향후에 상승하거나 계열사 가치가 하락하지 않으면서 기존 주주가 수취할 배당총액이 종전과 비교해 증가하면 된다.

서 연구원은 계열사 가치가 상승할지에 대해서는 확언할 수 없지만 배당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정책을 기대해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현대그린푸드와 현대백화점 주식 공개매수는 8월11일부터 9월1일까지 진행된다. 신주 청약기간은 8월14일부터 9월2일까지이며 9월18일 신주 상장이 예정됐다.

현대그린푸드 공개매수 예정 수량은 1012만5700주로 주당 공개매수 가격은 1만2714원이다. 현대백화점 공개매수 예정 수량은 490만3580주로 주당 공개매수 가격은 5만1115원이다.

공개매수에 응한 주주들은 현대지에프홀딩스 신주를 배정받게 된다. 

신주발행가액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추정 발행가액은 3605원으로 이를 적용하면 현대지에프홀딩스에서 발행되는 신주는 1억주가 넘을 것으로 보인다. 윤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