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만 TSMC가 미국 애리조나 반도체공장에 추가 인력을 투입하며 건설 속도를 높이고 있다. 사진은 TSMC 반도체 생산공장. < TSMC 홈페이지 Multimedia Gallery > |
[비즈니스포스트] 대만 TSMC가 미국 애리조나주에 신설하는 반도체 파운드리공장 건설 작업에 속도를 내기 위해 인력을 추가로 투입하며 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나노 이하 첨단 미세공정에서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인텔의 추격이 빨라지는 데 대응해 미국 내 반도체 고객사의 위탁생산 수요를 선점하기 위한 목적으로 분석된다.
닛케이아시아는 29일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TSMC가 대만에서 미국 애리조나로 수백 명 단위의 인력을 추가로 보내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TSMC의 애리조나 제1공장은 4나노 파운드리 공정을 활용하며 2024년 가동을 목표로 두고 있다. 3나노 공정을 도입하는 제2공장 투자도 확정됐다.
당초 TSMC는 공장 건설에 모두 120억 달러를 들이겠다는 계획을 두고 있었지만 최근 제2공장 건설을 결정하면서 투자 규모도 400억 달러(약 52조6천억 원)까지 확대했다.
미국 인플레이션에 따른 인건비 및 자재비 상승, 반도체 업황 침체로 TSMC가 투자 속도를 늦출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는데 오히려 추가 인력을 투입하며 속도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TSMC의 첨단 반도체공장이 대부분 위치한 대만과 달리 미국에는 숙련된 기술 인력이 부족하다는 점도 미국 공장 건설이 지연될 수 있는 원인으로 꼽혔다.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미국 정부도 TSMC의 반도체공장 설립이 늦어질 가능성을 우려해 비자 발급 절차를 돕는 등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서고 있다.
TSMC 애리조나 공장이 바이든 정부의 목표인 미국의 고사양 반도체 공급망 자급체제 구축에 핵심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바이든 정부는 중국의 대만 침공 등 지정학적 리스크를 낮추고 중국 반도체산업을 견제하기 위해 TSMC의 미국 내 파운드리공장 설립을 적극적으로 유도해 왔다.
최소 520억 달러(약 68조3천억 원)의 보조금이 걸린 바이든 정부의 반도체 지원법 시행도 TSMC의 투자 유치를 중요한 목적으로 두고 있었다.
TSMC는 미국 정부가 보조금 제공 조건으로 사업 기밀정보 요구와 초과이익 반환, 중국 투자 제한 등을 내건 데 반대하는 의견을 적극 피력해 왔다.
공장 건설 속도를 높이기 위한 조치가 이뤄지는 것은 이러한 측면에서도 어느 정도 합의점을 찾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TSMC는 닛케이아시아를 통해 “현재 (공장 건설이) 첨단 반도체 장비를 설치하는 등 매우 중요한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인력 충원 이유를 밝혔다.
삼성전자와 인텔 등 TSMC의 주요 파운드리 경쟁사에서 사업 확장에 강력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는 점도 TSMC가 속도를 내야 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평가받는다.
인텔은 최근 투자자행사에서 2025년 1.8나노(18A) 미세공정 도입 등 중장기 계획을 재차 강조하며 파운드리 업계에서 가장 기술력이 앞선 업체로 자리잡겠다는 목표를 분명히 했다.
▲ 인텔의 미세공정 반도체 양산기술 안내 이미지. <인텔> |
TSMC와 같은 선두 기업의 점유율을 따라잡을 수 있도록 고객사 유치에 힘쓰겠다는 언급도 이어졌다.
삼성전자 역시 지난해부터 주요 국가에서 반도체 위탁생산 사업 설명회 ‘파운드리포럼’을 개최하며 기술력과 생산 능력에서 모두 리더십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특히 미국 현지시각으로 27일 개최된 실리콘밸리 파운드리 포럼에서는 차세대 2나노 공정으로 모바일과 슈퍼컴퓨터, 차량용 반도체를 모두 양산하겠다는 계획까지 제시했다.
첨단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의 독주체제를 무너뜨리겠다는 목표를 인텔과 삼성전자가 모두 사업 전략에 가장 중요한 요소로 앞세운 셈이다.
TSMC가 미국 반도체공장 가동 시기를 앞당기는 일은 이러한 경쟁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다. 현재 파운드리업계 주요 고객사들이 모두 미국에 밀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애리조나 반도체공장에서 애플과 엔비디아, AMD와 퀄컴 등 기업의 파운드리 주문을 선제적으로 수주한다면 TSMC가 삼성전자와 인텔의 추격을 뿌리칠 효과적 전략을 마련할 수 있다.
두 기업 모두 이러한 고객사의 제품을 위탁생산한 경험이 적다는 약점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인텔도 미국 파운드리공장 투자를 진행하며 고객사 물량 수주를 노리고 있지만 TSMC가 이들보다 먼저 시설 투자를 시작한 만큼 시장 선점 효과를 거둘 공산이 크다.
공장 건설 속도를 앞당길수록 자연히 이러한 성과도 극대화된다.
TSMC가 제1공장 완공을 적기에 마무리한다면 제2공장 설립에도 속도를 내 최신 공정인 3나노 기술에서도 고객사 수요를 선점하는 효과를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러에 170억 달러를 들여 파운드리공장을 신설하며 4나노 미세공정 기술 도입을 예고했다. 가동 시기는 내년 하반기부터로 예정됐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