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텔이 대규모 시설 투자로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에서 성장을 노리고 있지만 외부 고객사 확보가 약점으로 남아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인텔 미국 애리조나주 반도체공장 건설 현장. <인텔> |
[비즈니스포스트] 인텔이 반도체 생산공장 건설에 100조 원 가까운 금액을 쏟아부으며 공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지만 TSMC및 삼성전자와 경쟁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첨단 미세공정 기술과 가격 경쟁력, 수익성 등 측면에서 인텔이 야심찬 목표를 두고 있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반도체 위탁생산 고객사 확보 문제는 여전히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22일 투자전문지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보고서를 내고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은 ‘게임체인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인텔이 반도체 파운드리 상위 경쟁사인 TSMC와 삼성전자를 따라잡겠다는 목표를 두고 투자를 늘리고 있지만 시장 판도를 바꿔내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는 의미다.
인텔은 현지시각으로 21일 투자자 콘퍼런스를 열고 파운드리 사업 전략과 목표, 미래 전망 등을 발표했다. 데이비드 진스너 인텔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전면에 나섰다.
진스너 CFO는 “인텔 파운드리는 현재 경쟁사와 동일한 환경에 직면했다”며 “생산 능력과 성능, 가격 경쟁력을 통해 외부 고객사의 수주를 확보하는 단계에 접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초기 투자 단계에 불과한 파운드리사업이 이른 시일에 본격적으로 인텔 실적에 반영되기 시작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다만 인텔은 파운드리 기술 발전 등 상황과 외부 고객사 확보에 관련한 내용은 하반기에 공개하겠다며 발표 시기를 미뤘다.
외부 고객사 확보는 파운드리 사업의 미래를 판단하는 데 핵심이 된다. TSMC와 삼성전자 등 경쟁사 실적도 결국 소수의 대형 반도체 고객사 수주 물량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미국 CNBC는 “애플과 엔비디아, 퀄컴 등 기업은 주로 TSMC와 삼성전자에 반도체 위탁생산을 맡긴다”며 “인텔이 TSMC를 따라잡으면 이들을 노려 수주전에 뛰어들 수 있다”고 바라봤다.
그러나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인텔이 아직 이러한 경쟁사와 비교해 경쟁우위를 증명하지 못 한 상태라며 파운드리 사업에 여전히 약점을 안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 전략을 발표한 날 주가가 하루만에 6% 떨어져 마감한 점도 투자자들의 실망감을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파운드리 분야의 경쟁력과 성장성은 결국 대형 고객사의 반도체 위탁생산 수주를 통해 증명해야 하는데 이런 측면에서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 인텔의 EUV장비 기반 미세공정 반도체 양산 안내 이미지. <인텔> |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에 상당한 규모의 투자를 벌이고 있는 시점에서 여전히 사업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점은 투자자들의 부정적 시각에 더 힘을 실을 수 있다.
최근 인텔은 독일에 건설하는 파운드리공장 투자 규모를 기존 170억 유로에서 300억 유로(약 42조5천억 원)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 오하이오주 및 애리조나주에도 이미 각각 200억 달러(약 25조8천억 원)에 이르는 대규모 반도체공장 시설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인텔이 현재 구체화된 단계로 진행하고 있는 파운드리 투자 규모만 100조 원에 육박하는 셈이다.
파운드리 사업이 이른 시일에 본궤도에 오르지 않는다면 막대한 투자에 따른 비용 부담으로 인텔 실적과 주가에 모두 부담을 키울 수밖에 없다.
인텔은 “파운드리 사업은 본사와 독립적으로 운영될 것이며 충분한 수익성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로이터는 인텔 측이 이런 목표를 이뤄낼 시점을 언급하지 않아 주가 하락을 피할 수 없었다고 보도했다.
진스너 CFO는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에서만 연간 200억 달러의 매출을 내며 삼성전자를 넘고 2위 기업에 자리잡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그러나 외부 고객사도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이런 목표 달성은 현실성이 크지 않다.
시장 조사기관 서밋인사이츠그룹은 로이터를 통해 “인텔의 이번 발표는 현재 반도체 제조사업 규모가 크지 않고 당분간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는 점을 투자자들에 보여주는 데 그쳤다”고 지적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