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대만 TSMC가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증가로 파운드리사업에서 수혜를 보고 있지만 실제로 매출에 기여하는 비중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TSMC는 애플 등 주요 고객사의 제품 수요 부진을 고려해 올해와 내년 시설투자 규모를 예정보다 축소할 가능성이 크다.
▲ 엔비디아 인공지능 반도체가 올해 실적에 기여하는 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투자은행 HSBC 분석이 나왔다. TSMC 반도체공장 전경. |
20일 대만 경제일보에 따르면 투자은행 HSBC는 보고서를 내고 “TSMC의 올해 실적과 투자 금액이 모두 시장 예상치를 밑도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HSBC는 TSMC가 2분기에 4750억 대만달러(약 19조7600억 원)의 매출을 내는 데 그칠 것이라고 바라봤다. 1분기 대비 7%, 지난해 2분기와 비교하면 11% 줄어드는 것이다.
3분기에는 최대 고객사인 애플의 아이폰용 프로세서 위탁생산 효과가 실적에 반영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매출 반등폭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아이폰을 비롯한 IT기기 수요가 전반적으로 침체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TSMC는 최근 미국 증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인공지능 반도체 열풍에 수혜를 볼 대표 기업으로 지목되고 있다.
엔비디아와 AMD의 인공지능 반도체 주력상품을 모두 TSMC에서 위탁생산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HSBC는 투자자들이 아직 지나친 기대를 걸 수 없는 시점이라며 올해 TSMC 매출에서 엔비디아 인공지능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1~2%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바라봤다.
모바일 반도체와 같은 상품이 여전히 TSMC의 실적에 대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IT업황 침체에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의미다.
HSBC는 TSMC의 올해 시설투자 금액도 시장 예상치인 327억 달러를 밑도는 290억 달러(약 32조7천억 원) 수준에 머무를 공산이 크다고 전망했다.
내년 시설투자 규모 예상치도 기존 315억 달러에서 305억 달러로 낮아졌다. TSMC가 당분간 반도체 생산 확대에 소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HSBC는 “인공지능 이외 분야에서 TSMC의 반도체 수요는 경제 불확실성에 따른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인공지능 반도체도 초반에는 실적에 기여하는 폭이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HSBC는 TSMC의 중장기 실적 전망을 반영해 대만증시에 상장된 TSMC 목표주가를 기존 643대만달러에서 703대만달러로 높였다.
19일 대만증시에서 TSMC 주가는 583대만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HSBC가 약 21%에 이르는 주가 상승폭을 예측한 셈이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