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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조' 네덜란드 연기금의 경고, 네이버 자사주 활용 협력 확대 제동 걸리나

임민규 기자 mklim@businesspost.co.kr 2023-06-19 15:4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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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조' 네덜란드 연기금의 경고, 네이버 자사주 활용 협력 확대 제동 걸리나
▲ 네덜란드 연기금운용사 APG가 네이버의 자사주 활용한 사업협력 확대 전략에 불만을 제기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네이버가 앞으로는 자사주를 활용해 사업협력을 추진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3대 연기금 운용기관인 네덜란드의 APG가 당장 적극적 행동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지만 네이버에 대한 주주관여 활동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19일 네이버에 따르면 3분기 중에 분기배당을 실시하기 위해 30일 기준으로 배당을 받는 권리주주 명단을 확정한다.

지난 10년을 놓고 볼 때 네이버가 분기배당을 실시하는 것은 작년 4분기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네이버는 그동안 주주환원 정책으로 자사주 매입을 활용해왔는데 현금배당을 늘리는 쪽으로 방향을 바꾼 것이다.

그렇다고 네이버가 현금배당만 늘리는 것은 아니다. 네이버는 올해부터 3년 동안 자사주를 매년 1%씩 소각한다는 방침도 세워뒀다.

김남선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5월8일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과거에는 환원 중 일부를 자사주 취득으로 실천한 반면 앞으로는 전부 현금배당으로 할 예정이다”며 “이와 별도로 회사가 현재 보유 중인 자사주 가운데 3%를 소각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네이버가 주주환원 정책의 방향을 바꾼 것은 자사주를 활용해 추진하는 전략적 사업제휴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 때문으로 여겨진다.

전날 네덜란드의 연기금 운용사인 APG의 박유경 아시아태평양 책임투자 총괄이사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네이버는 국내 기업 가운데 상호주가 가장 많다”며 “주주 권리 침해의 우려가 있어 APG가 주주관여 활동 중이다”고 말했다.

상호주는 기업 2곳이 각자 주식을 교환하거나 순환출자 과정에서 소유하게 된 주식이다.

박 총괄이사는 “상호주가 형성되면 전체 지분 구조에서 소수 주주의 비율이 줄어 주주의 권리가 침해된다”며 “4월 초 네이버에 상호주를 형성한 배경을 문의했고 현재 네이버가 진정으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평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내년 상반기 중에 네이버에 대한 주주관여 활동의 세부적 내용을 공개하겠다고 덧붙였다.

네이버가 자사주 맞교환으로 사업협력을 꾀하고 있는 사례는 모두 3개다.

네이버는 2017년 미래에셋증권과 5천억 원가량의 자사주를 시간외 대량매매로 거래했다. 이에 따라 미래에셋증권의 네이버 지분은 1.71%, 네이버의 미래에셋증권 지분은 7.11%가 됐다.

네이버는 2020년 10월에는 CJ대한통운 주식 3천억 원어치, CJENM과 CJENM 계열사 스튜디오드래곤의 주식 각각 1500억 원어치 등 총 6천억 원가량의 CJ그룹 계열사 주식을 취득했다. CJ대한통운과 CJENM, 스튜디오드래곤도 네이버 주식을 총 6천억 원어치 매입했다.

또한 네이버는 2021년 3월 신세계·이마트와 25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지분을 서로 맞교환하며 사업협력을 약속했다.

네이버는 미래에셋증권과 협업해 지난해 ‘미래에셋증권 자산관리계좌(CMA)-환매조건부채권(RP) 네이버통장’을 출시했다. 네이버클라우드도 미래에셋증권과 인공지능(AI) 및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 개발을 위해 협력하고 있다.

네이버는 CJ대한통운과 함께 ‘네이버 도착보장’ 서비스도 선보였고 네이버웹툰과 CJENM·스튜디오드래곤은 네이버웹툰의 지식재산(IP)을 활용한 드라마 제작을 위해 일본에 조인트벤처 스튜디오드래곤재팬을 설립하기도 했다.

이처럼 자사주 활용은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거나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어 유용한 방법으로 평가되지만 현 경영진의 우호지분을 늘리는 데 사용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다.

자사주는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는 지분인데 사업협력을 계기로 자사주를 다른 기업에 넘기면 의결권이 살아나 우호지분으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1년 10월6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미래에셋증권과 네이버의 자사주 맞교환을 대주주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로 볼 여지는 없는지 따졌고 고승범 당시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구체적 사례를 봐가면서 법적 검토를 해보는 게 좋겠다”고 대답했다.

APG가 운용하는 자금 규모는 약 800조 원에 이른다. 네이버 주식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네이버가 이들의 주장을 무시하고 계속해서 상호주 확보를 통한 사업 확대를 추진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는 올해 5월 네이버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높은 자사주 비율이 자사주의 잠재적 활용 목적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자사주를 상당수 보유하는 점에 대해 우리의 본의와는 다른 견해를 갖고 바라볼 수 있다는 점도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3년 3월 기준 네이버가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는 모두 1376만3483주로 총 발행주식량의 8.39%를 차지하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자산 경량화 전략으로 핵심사업 부문에서 확장을 하고 있고 이런 전략적 제휴가 중요하다는 것도 주주들이 공감하고 있다”며 “도착보장이나 스마트스토어 사업자 대출 같은 유의미한 사업적 시너지도 지속적으로 내고 있다”고 말했다. 임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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