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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만들면 팔리던 시절 끝나, 개소세 인하 종료에도 찻값 하락 가능성

허원석 기자 stoneh@businesspost.co.kr 2023-06-18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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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7월부터 찻값의 5%인 개별소비세(개소세)를 3.5%로 인하해주던 혜택이 종료돼 자동차 구매 수요 감소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확산 뒤 차를 만들기만 하면 팔려나가던 공급자 우위의 시장 환경도 바뀌고 있다. 이에 완성차 업체들이 신차 구매 혜택을 늘리고 있어 오히려 하반기 차량의 실제 구매 가격이 낮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자동차 만들면 팔리던 시절 끝나, 개소세 인하 종료에도 찻값 하락 가능성
▲ 완성차업체들이 신차 구매 혜택을 늘리고 있어 올해 하반기 실제 차량 구매 가격이 낮아질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사진은 이달 300만 원 규모의 제고할인을 실시하고 있는 현대차 그랜저. <비즈니스포스트>

18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최근 생산 정상화의 영향을 받아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줄을 섰던 신차 구매 대기 수요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차 분기보고서를 보면 올해 1분기 현대차의 국내 생산실적은 48만2326대로 지난해 1분기(37만6500대)와 비교해 28.1% 증가했다. 같은 기간 공장가동률은 96.7%에서 112.9%로 치솟았다.

기아 역시 올해 1분기 국내공장 생산실적이 42만648대를 기록하며 가동률이 전년 동기 87.8%에서 107.3%로 뛰었다.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판매실적과 관련해 반도체 공급 부족 상황이 개선되면서 생산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지난 2년 여의 기간 동안 길어졌던 출고대기 기간도 크게 줄어들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의 차종별 예상 납기표를 보면 지난해 12월 1년6개월이 걸리던 현대차의 전기차 아이오닉6 대기기간은 6월 들어 1개월로 크게 줄었다. 같은 기간 기아 전기차 EV6 역시 대기 기간이 12개월에서 2개월로 짧아졌다.

지난해 12월 차를 계약하면 10개월을 기다려야 했던 기아 쏘렌토 가솔린 모델은 3~4개월로, 현대차 싼타페 가솔린 모델은 8개월에서 3주로 대기 기간이 줄었다.

현대차 그랜저 2.5 가솔린 모델은 11개월에서 3개월로, 아반떼 가솔린 모델은 9개월에서 3개월로 단축됐다.

코로나19 확산 뒤 최근 2년여의 기간 동안 주요 자동차 시장에선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완성차업체가 생산 차질을 빚은 반면 저금리와 재정 확대정책 기조 속에서 자동차 수요는 급증했다.

이에 완성차업체는 만들기만 하면 팔려나가는 유례없는 공급자 우위 시장 환경에서 원자재 인상분을 그대로 찻값에 전가해 높은 값에 자동차를 팔 수 있었다. 판매를 위해 할인 등 혜택을 제공할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생산 차질 해소로 산더미처럼 쌓였던 밀린 주문이 빠른 속도로 소진되면서 공급자 우위의 시장 환경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기획재정부는 최근 신차 구입시 찻값의 5%인 개소세를 3.5%로 인하해주는 탄력세율 제도를 6월30일자로 종료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이에 신차 대기 수요가 급격히 줄어든 상황에서 하반기 소비자들의 차량 구매에서 부담이 더 커지게 됐다.

해당 혜택은 애초 6개월 단위 일몰 조항이었으나 2018년 7월부터 5년 동안 연장되며 신차 구매에 있어 상시적 지원 혜택으로 여겨져왔다.

예를 들어 출고가격이 4200만 원인 그랜저를 구매할 때 7월부터 개소세 부담이 90만 원 늘어난다. 다만 정부는 국산차 과세표준을 18% 낮추는 조치를 함께 시행해 그랜저 기준 구매가격 증가분은 36만 원으로 예상된다.
 
소비자의 신차구매부담 증가로 인한 수요 축소 우려가 제기되자 국내 완성차업체들은 개소세 인하 종료에 따른 각각의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르노코리아자동차는 6월 개소세 인하전 차를 사려는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즉시출고 및 할인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6월 브랜드 신차 구매 고객에게 QM6 퀘스트는 90만 원, QM6는 40만 원, XM3 및 SM6는 20만 원을 깎아준다. 더불어 소상공인 고객 20만 원 할인과 최소 20만 원의 재구매 고객 혜택 적용 대상 가족 범위를 확대하는 프로모션도 함께 실시하고 있다.

황재섭 르노코리아 전무는 "개소세 인하 혜택과 7월부터 시행되는 과세표준 변화에 따른 가격을 비교할 때 6월에 차를 구매하는 것이 확실히 이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7~12월 개소세 인하 종료로 증가한 구매부담을 저금리 혜택으로 줄일 수 있는 특별 금융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해당 기간 현대차 아반떼와 코나, 기아 K3를 구매하는 고객은 12개월 할부를 구매하면 무이자 혜택을, 24개월과 36개월 할부시에는 기존 5.7% 금리보다 크게 낮아진 각각 1.9%, 2.9% 이율로 구매할 수 있다. 2273만 원짜리 아반떼 모던 트림을 12개월 무이자 할부로 구매하면 기존보다 약 70만 원의 이자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정부의 개소세 인하 종료 조치에 대응해 완성차업체들이 자체 구매 혜택을 확대하는 가운데 최근 국내 자동차 판매 시장에서는 지난 2년여 동안 사라졌던 재고 할인이 다시 고개를 내밀고 있다. 

이에 하반기 실질 차량 구매 가격이 오히려 낮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현대차는 이달 지난해 12월 이전에 생산된 그랜저를 구매하는 고객에게 2.5 가솔린 모델은 200만 원, 3.5 가솔린 모델은 300만 원을 깎아준다. 포인트를 활용한 재구매 혜택과 전시차 구매 혜택 등을 모두 더하면 최대 410만 원의 구매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생산월 조건에 따라 적용 받을 수 있는 모든 혜택을 받으면 넥쏘는 680만 원, 팰리세이드와 싼타페는 460만 원, 아이오닉6는 400만 원, 아이오닉5는 370만 원, 싼타페 하이브리드는 350만 원 규모의 혜택이 제공된다.

그랜저를 제외한 재고할인 대상 모델들은 모두 대기수요가 거의 소진 된 차량들로 파악된다.

이달 해당 차량들을 계약하면 넥쏘는 즉시, 팰리세이드와 싼타페는 3주, 아이오닉6는 1개월, 아이오닉5는 1.5개월이면 차를 받을 수 있다.
 
자동차 만들면 팔리던 시절 끝나, 개소세 인하 종료에도 찻값 하락 가능성
▲ 가성비를 무기로 높은 판매실적을 올리고 있는 한국GM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 < 한국GM >

기아는 현대차와 달리 경차 라인업을 제외하면 출고 대기가 1개월 아래로 떨어진 모델이 아직 없다.

하지만 기아도 공장을 풀가동하고 있는 만큼 대기 수요가 바닥을 드러내면 재고할인에 나설 공산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기아는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2분기(4월~6월)가 연간 자동차 판매 사이클의 최성수기에 진입하는 기간인 만큼 최대 생산 및 판매를 통해 높은 대기 수요를 빠르게 해소하겠다"고 언급했다.

최근 고금리로 고객들의 차량구매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제품이 일정한 상품성을 갖췄다면 가격이 소비자들의 신차 구매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한국GM이 올해 4월 2천만 원 초반대 시작가격을 마케팅 포인트로 잡고 국내에 출시한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지난달 국내 소형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판매 2위에 올랐다. 국내 해당 차급 절대 강자 기아 셀토스의 자리를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넘보고 있는 것이다.

하반기 국내 완성차업체들은 판매 볼륨을 유지하기 위해 판촉 규모를 키워나갈 것으로 예상돼 국내 실질 신차 구매 가격이 더욱 낮아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금리 인상,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 등으로 고객들의 차량 구매 부담이 커짐에 따라 이를 최소화시키기 위해 저금리 할부를 시행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고객의 수요에 맞춘 다양한 판촉 프로그램을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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