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드와 GM 전기차가 테슬라 충전시설을 이용하면서 테슬라가 미국 충전설비 표준 주도권을 잡는다는 증권사 전망이 나왔다. 단기적으로는 경쟁사 전기차 판매고에 도움을 주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충전 수익으로 설비투자를 늘릴 수 있어 선순환을 이룬다는 전략으로 평가됐다. 사진은 지난 5월1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웨스트레이크에 위치한 테슬라 충전시설에 테슬라 차량이 충전을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테슬라가 기존에 자사 차량만을 위해 운영하던 전기차 충전소를 포드와 GM에 개방하기로 결정하면서 경쟁사의 판매 확대를 돕는 모양새가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테슬라의 선택이 단기적으로는 경쟁사를 키우는 효과를 낼 수 있지만 중장기 관점에서 전기차 충전 규격의 주도권을 잡아 수익원을 다변화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11일(현지시각) 경제전문지 포천에 따르면 테슬라가 전기차 경쟁사 포드와 GM에 테슬라 충전소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결과가 향후 중요한 수익 기반을 안겨줄 가능성이 있다.
포드는 현지시각으로 5월25일 테슬라 전기차 충전기 ‘슈퍼차저’를 자사 전기차 충전에 사용하겠다고 발표했다. 곧이어 6월8일 GM도 테슬라의 충전 설비를 이용하겠다고 밝혔다.
테슬라가 자사 전기차에 독점적으로 활용하던 슈퍼차저 인프라를 경쟁사 차량에도 개방하기로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두 기업의 전기차 소유자들은 2024년부터 북미지역에서 호환 어댑터를 구입해 테슬라 슈퍼차저로 충전을 할 수 있다.
2025년부터 출시되는 포드와 GM 전기차에는 호환 어댑터 없이 슈퍼차저를 통해 충전할 수 있는 포트도 탑재될 예정이다.
포천은 전기차 충전설비를 타사에 개방한 테슬라의 선택이 현명하지 못하다는 시각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테슬라 슈퍼차저를 통해 포드와 GM 전기차 충전 인프라가 확대된 만큼 판매량이 늘어 테슬라의 차량 수요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증권사 웨드부시는 테슬라가 경쟁사 차량에 충전설비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선택이 중장기 수익 측면에서 긍정적일 것으로 평가했다.
테슬라 전기차 판매가 일시적으로 줄어들어도 충전 서비스를 통해 벌어들이게 될 예상 수익 규모가 상당하다는 것이다.
웨드부시는 포천을 통해 “테슬라는 포드와 GM을 시작으로 전기차 업체들과 충전 파트너십을 통해 향후 수십억 달러의 매출을 창출할 수 있다”며 “타사 차량을 통한 전기차 충전 서비스 수익을 이제 막 벌어들이기 시작한 셈”이라고 전했다.
투자회사 파이프 샌들러 또한 테슬라가 2032년까지 포드나 GM 같은 협력사 차량들로부터 전기차 충전 수익으로 54억 달러(약 6조9600억 원)를 거둬들일 것으로 바라봤다.
포천은 테슬라가 전기차 충전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을 충전 인프라 확충에 다시 투자하면서 전기차 충전기 시장에서 지배력을 공고히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테슬라는 현재 북미지역에 1만2천여 개의 충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2022년 한 해 동안 북미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설비 가운데 테슬라 슈퍼차저가 차지하는 비중은 70%를 상회한다.
특히 테슬라가 대부분의 전기차 업체들에 표준으로 통하는 ‘결합 충전 시스템(CCS)’이 아니라 자체 규격인 ‘북미 충전 표준(NACS)’를 채택한 점이 주목을 받았다.
포드와 GM과 같은 대형 업체들이 테슬라의 충전 규격을 전기차에 기본으로 탑재할수록 미국 전기차 충전규격 표준이 테슬라를 중심으로 자리잡게 될 공산이 크다.
테슬라가 결국 경쟁사의 전기차 판매 확대에 기여할 수 있지만 자체 전기차 충전 인프라 투자 의지를 꺾는 ‘달콤한 유혹’을 제시해 중장기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는 전략을 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전기차 충전소를 개방하기로 한 뒤 트위터를 통해 “(포드나 GM과 같은) 다른 회사들에 슈퍼차저 네트워크를 개방하게 되어서 기쁘다”며 “다른 자동차 회사에 도움이 되고자 한다”고 전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