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화그룹이 한화오션을 계열사로 편입한 뒤 잠수함과 함정 등으로 방산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기존 육상, 공중 방산사업에 해상 분야를 더한 통합방산업체로서 ‘한국판 록히드마틴’을 육성한다는 구상을 품고 있는데 육·해·공 시너지를 성과로 입증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기존 육상, 공중 방산사업에 해상 분야를 더한 통합방산업체로서 ‘한국판 록히드마틴’을 육성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한화오션을 품은 만큼 본격적으로 육·해·공 시너지를 성과로 입증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2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 인수를 계기로 한화그룹이 각국 정부가 발주하는 해양 방산 일감을 확보하는 데 힘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주목되는 발주처는 캐나다와 폴란드다.
캐나다 해군은 600억 캐나다달러(약 60조 원) 규모의 잠수함 교체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최근 캐나다 해군 관계자들이 한국과 일본을 잇달아 방문해 잠수함 건조 현장을 둘러본 것으로 전해지면서 한국과 일본 조선사들이 유력한 수주 후보로 물망에 오르고 있다.
폴란드 국방부도 잠수함 도입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유럽 밖의 사업자들도 계약 대상으로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폴란드 방산전문지 디펜스24에 따르면 마리우시 브와슈차크 폴란드 부총리 겸 국방부 장관은 “유럽뿐 아니라 그 너머의 파트너들도 초대하고 싶다”며 입찰 대상을 유럽 외 지역을 포함해 폭 넓게 물색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이를 놓고 디펜스24는 “아마도 한국을 우선 초청하려는 것”이라고 바라봤다.
한화오션의 잠수함 분야 기술력은 세계 각국의 잠수함 도입에서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중요한 배경으로 꼽힌다.
한화오션은 대우조선해양 시절인 2011년 인도네시아에 잠수함 프로젝트를 따내며 한국의 첫 잠수함 수출을 이끌 정도로 기술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3천 톤급 잠수함인 도산안창호함을 성공적으로 인도한 경험도 지닌다.
한화오션은 SLBM(잠수함발사 탄도유도탄) 수중사출 시험평가에 성공한 이력도 있다. 이는 미국과 중국 등에 이어 세계에서 7번째로 SLBM 기술을 독자적으로 갖춘 사례다.
게다가 한화그룹에 편입돼 한화오션이란 새 이름으로 영업에 나서게 되는 만큼 한화그룹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다는 이점도 누릴 수 있다.
최근 한화오션 임시주주총회에서 미국 대통령을 2명 배출한 부시 가문 일원인 조지 P. 부시 변호사가 사외이사로 선임된 사실이 눈길을 끌었다.
재계에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미국 내 정재계 인사들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김 회장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도 인연이 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에 한화오션 사외이사로 선임된 부시 변호사는 부시 전 대통령의 조카다.
부시 변호사는 캐나다 정부의 잠수함 프로젝트를 비롯한 글로벌 영업활동은 물론 미국 내 투자활동에도 적잖은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폴란드 정부는 이미 한화그룹의 든든한 고객이기도 하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폴란드에서 8조 원 넘는 수주 성과를 올렸다.
지난해 11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폴란드 정부와 다연장 로켓 ‘천무’ 발사대, 유도탄, 장사거리탄 등을 공급하는 약 35억 달러(5조 원) 규모의 1차 실행계약을 맺었다. 8월에는 3조2천억 원 규모의 K9 자주포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폴란드 측 고위 공직자나 실무자들과 교섭을 진행하며 관계를 형성한 만큼 잠수함 프로젝트 등 해양 방산 쪽으로도 협의를 이어가기가 한층 수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한화오션의 방산 사업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높은 편은 아니다.
지난해 기준으로 상선 매출이 4조2162억 원이었던 데 반해 방산이 포함된 해양·특수선 매출은 7055억 원 수준에 머물렀다. 해양플랜트와 여객선, 기타특수선박을 제외하고 방산만 따로 집계하면 매출 비중은 더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화그룹의 방산 분야 경험과 네트워크, 자금력이 더해지며 잠수함과 함정 쪽으로 사업을 넓혀갈 잠재력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화그룹은 모태인 방산사업을 글로벌 선두인 미국 록히드마틴과 같은 글로벌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청사진을 마련해 두고 있다. 김승연 회장도 이를 위해 방산 분야의 여러 기업들을 인수하며 그룹의 방산 역량을 키워왔다.
김동관 부회장도 이런 김승연 회장의 뜻을 이어받아 한화그룹의 방산사업 가치를 더 높일 준비를 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한화그룹은 여러 계열사로 분산됐던 방산 역량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결집시켰다. 삼성그룹 방산계열사 삼성테크윈을 모태로 하는 한화디펜스, 한화의 방산부문이 물적분할한 한화방산 등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통합돼 4월 초 3사 통합이 마무리됐다.
김동관 부회장은 4월3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디펜스, 한화방산 3사 통합을 공식화하기 위해 마련한 ‘뉴비전 타운홀’ 행사를 통해 "우리는 국가대표 기업으로서 대한민국은 물론 자유세계를 수호하는 책임과 다음 세대를 위한 지속 가능한 미래를 제공해야하는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우리 모두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이 필요하다"며 "대한민국의 경제와 안보를 위한 대체 불가능한 한화그룹을 함께 만들자"고 강조했다.
▲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에서 건조한 도산안창호함.
한화그룹은 2030년 글로벌 방산 톱10에 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미국 국방 전문매체 ‘디펜스뉴스’에 따르면 2021년 매출 기준 방산업체 순위에서 한화그룹은 매출 47억8700만 달러로 30위에 머물렀다. 1위인 록히드마틴(644억5800만 달러)은 물론 10위인 L3해리스테크놀로지스(149억2400만 달러)와도 격차가 매우 크다.
다만 한화오션을 품으며 외형 자체가 커졌을뿐 아니라 통합된 방산역량의 시너지 효과까지 더해지며 한화그룹의 글로벌 방산업체로서 위상은 앞으로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승환 SK증권 연구원은 “한화그룹의 방산부문에 유일하게 빠졌던 해상·해저 분야가 한화오션 인수를 통해 채워지며 전반적 수주 경쟁력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중장기적 관점에서 한화 방산 부문과 한화오션의 시너지를 통해 강점인 잠수함·함정 등의 수주를 기대해 볼만 한다”고 바라봤다.
국제정세도 한화그룹의 방산사업에 우호적 환경을 조성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른바 신냉전 체제의 본격화로 각국의 방산 수요가 늘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이봉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신냉전체제 전환은 한국 방위산업에 호재”라며 “국제 정세 변화로 나토 회원국과 미국 우방국 등에 수출하기 편안한 환경이 조성되며 우리 무기를 수출할 수 있는 국가가 다양해지고 있다”고 바라봤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