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올해 1분기 주총시즌 화두로 자리했던 주주행동주의가 '찻잔속 태풍'에 머물렀지만 증권가에서는 주주환원 확대 기조가 여전히 유효하다고 평가한다.
특히 국민연금을 중심으로 국내 주요 연기금이 책임투자 비중을 높이는 가운데 지주사들이 주주환원 확대에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주목된다.
▲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책임투자 비중을 늘리는 가운데 주주환원에 적극적인 지주사 종목이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4월까지 주주총회에서 주주제안을 안건으로 상정한 상장사의 수가 전년 대비 57.1% 증가할 정도로 주주행동주의 열풍이 몰아쳤다.
다만 주주총회에서 이들 안건의 승인 비율은 11.4%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배당확대와 자사주 취득/소각 관련 안건의 승인율이 0%로 나타나 지나친 주주환원책을 요구한 게 패인이 아니었냐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주주환원 확대 이슈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히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들의 책임 투자 비중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연기금의 책임투자 비중 확대, 스튜어드십코드 개정, 행동주의 투자전략 확산 등 ESG 고도화를 통해 책임투자가 다시 부각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규모의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의 지난해 책임투자 적용 자산 비중은 43.1%까지 늘어 전년 대비 195% 급등했다. 특히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대상 책임투자 비중은 100%에 이른다.
국민연금은 앞으로도 책임투자의 영역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은경완 신한투자 연구원은 “기관투자자들의 책임투자 비중이 증가하는 가운데 그동안 거수기 논란을 겪던 국민연금은 향후 중장기 수익률 확보를 위해 의결권 행사 확대가 필수적이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외에도 공무원연금이 책임투자 자산 비중을 2021년 7.8%에서 2022년 22.5%로 크게 늘렸으며 우정사업본부도 2020년 1.8% 규모에서 2021년 9.1%로 키웠다. 사학연금도 2021년 1.7%에서 2022년 1.9%로 증가 추세다.
김 연구원은 “국내 주요 연기금들이 대체로 국민연금의 관행을 따르는 점을 볼 때 향후 책임투자의 비중이 늘어날 가능성이 매우 커 보인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지주사들이 주주환원 확대에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2020~22년 주요 지주회사의 별도 배당성향 평균은 49.8%로 연결 배당성향 평균(39.1%)보다 크게 높았다.
이에 연기금들의 책임투자 확대에 따라 지주사 종목이 주가 부진을 극복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코스피 상장 지주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TIGER 지주회사 ETF는 올해 들어 이날까지 0.91% 소폭 하락하며 부진한 반면 코스피지수는 같은 기간 14.81% 상승했다.
특히 올해 초 금융당국이 배당제도를 변경해 주주들이 배당을 받기 전에 배당액을 확인할 수 있게 되면서 주주환원 확대 정책의 효과가 배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 연구원은 “지주회사는 장기 저평가 영역에 있다”며 “배당제도 개선으로 주주환원이 더욱 중요해지는 가운데 자사주 취득/소각, 배당수익률 제고 등 구체적 배당정책을 제시하는 지주사의 가치가 차별화될 것이다”고 말했다.
은 연구원도 “행동주의에 대한 선제적 대응 차원에서 지주사들의 주주환원 확대 기대감은 유효하다”며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지주회사는 주주환원 확대 관련 변화가 유의미하게 나타날 것이다”고 말했다.
국내 지주사 가운데 삼성물산은 2023~25년에 걸쳐 관계사 배당수익을 60~70% 수준에서 환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보유 자사주를 5년 동안 분할 소각할 계획도 세웠다.
SK도 2022~25년에 걸쳐 매년 시가총액의 1% 규모로 자사주를 매입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해 뒀으며 올해 3월에 자사주 1%를 소각했다. LG도 2024년까지 5천억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지주사들이 주주환원을 확대하는 가운데 국민연금은 삼성물산과 LS의 비중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은 삼성물산의 지분을 2021년말 7.05%에서 2022년말 7.20%로 늘렸다. LS의 지분도 2022년 4분기말 13.54%에서 2023년 1분기말 13.88%로 늘렸다.
은 연구원은 이에 “안정된 이익을 바탕으로 자사주 소각 등 전향적인 주주환원정책을 실시하고 있는 삼성물산을 지주사 최선호주로 추천한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LS와 두산을 최선호 지주사로 꼽으며 “LS는 자회사들의 실적 강화와 2차전지 밸류체인 합류 가능성으로 지주회사 현금흐름 확대가 전망되며 두산은 원전사업 본격화와 두산로보틱스 상장 등으로 지주회사 현금유입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