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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본준 LG전자 부회장 |
LG전자가 특허괴물들과 소송에서 또 이겼다. 올해만 재판에서 세 번째 승소판결을 거뒀다. 국내 기업도 이제 더 이상 특허괴물들의 만만한 먹잇감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 연방항소법원은 17일 LG전자가 특허괴물 MPT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하는 판결을 내렸다.
MPT는 2010년 12월 LG전자가 미국에 판매하는 ‘초콜릿폰’ 등 휴대폰 9개 제품에 대해 동영상 압축기술 관련 특허를 침해했다며 9100만 달러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할 것을 요구하는 소승을 냈다. LG전자는 이미 특허 사용료를 지급하고 있는데 MPT가 해당특허에 대해 추가로 로열티를 받으려고 한다며 맞섰다.
LG전자는 2년 동안의 법정공방 끝에 미 캘리포니아 남부법원으로부터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판결을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MPT는 즉각 항소를 했으나 이번에도 역시 LG전자가 이겼다.
LG전자 관계자는 “법원의 결정을 환영한다”며 “특허괴물에 대해서 앞으로도 강경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허괴물(Patent Troll)이란 특허관리전문회사(NPE:Non-Practicing Entities)를 일컫는 말이다. 제품은 생산하지 않고 특허사용료나 손해배상금 등을 주 수입원으로 한다. 이들은 세계 각국에서 대량의 특허를 사들인 뒤 기업들을 대상으로 소송을 벌여 손해배상금이나 로열티를 챙긴다.
미국의 경우 특허를 고의로 침해하는 경우 피해금액의 최대 3배까지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 있어 특허괴물과 기업의 소송전이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다.
국내기업들도 특허괴물의 단골 먹잇감이다. 특히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특허괴물에 소송을 가장 많이 당한 기업 순위 1~3위를 오르내린다.
특허괴물들은 지난 해 일주일에 평균 5건의 특허소송을 국내기업에 제기했다.
특허청과 한국지식재산보호협회가 지난 4월 펴낸 보고서를 보면 특허괴물들이 지난 해 국내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특허침해 소송은 288건에 이른다. 2009년 54건보다 무려 5배 이상 늘었고 2012년 159건보다도 81% 증가했다. 5년 동안 연평균 52%씩 소송이 늘어났다.
그러나 이제 국내기업들도 특허관리에서 수세에 머물지 않고 공세로 전환하고 있다. 국내기업들이 특허괴물에 대응하기 위해 관련 인력을 꾸준히 늘리는 등 대응책을 모색한 결과다.
LG전자는 2001년 특허 전담조직을 특허센터로 확대한 데 이어 2011년 지식재산권(IP) 대학도 신설해 전문가 육성에 힘쓰고 있다. 특히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은 2011년 LG전자가 LTE 표준특허 세계 1위를 달성하자 특허담당 임직원에게 직접 감사편지를 보내고 피자를 돌리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2005년 특허경영을 선언하고 사업부별로 지식재산권 관리조직을 꾸려왔다. 2010년 각 사업부에 흩어져 있던 지적재산권 전담조직과 인력을 통합해 최고경영자(CEO) 직속 지식재산권센터를 설립했다. 또 매년 변리사 채용도 늘리고 있다.
특허전문 인력의 역할도 바뀌고 있다. 과거에 특허괴물의 소송에 방어적 차원에서 전문인력들이 활용됐다면 이제 특허를 출원하기 위한 연구단계부터 특허전문 인력들이 참여하고 있다.
국내기업의 특허출원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해 휴대전화 부문에서 2179건의 특허출원 을 기록해 세계 1위에 올랐다. LG전자는 1678건의 특허를 출원해 2위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