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사진)이 자율주행 시대를 맞아 전장과 파운드리 사업 고객사 확대에 고삐를 죄고 있다.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파운드리와 자동차 전장(전자장비)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직접 고객사 확보에 나섰다.
이 회장은 첨단 전기차를 통해 자율주행과 전장산업을 선도하고 있는 테슬라와 협력관계를 강화하는 한편 BMW나 벤츠와 같은 글로벌 자동차 고객사로부터 추가 수주를 이끌어낼 것으로 예상된다.
15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연내 완전자율주행 기술을 출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친 뒤 이 회장을 비롯한 삼성전자와 최고위급 경영진과 만남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삼성전자와 테슬라 사이에 전장 관련 장기적이고 구체적인 협력관계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머스크 CEO가 연내 완전 자율주행기술을 확보할 수 있다고 밝힌 지 얼마되지 않아
이재용 회장과의 만남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앞서 4월19일 머스크 CEO는 콘퍼런스콜에서 “연내 완전 자율주행기술이 출시될 수 있다”고 자율주행 기술고도화에 대한 자신감을 내보였다.
그로부터 20일이 지난 5월10일 삼성전자 북미반도체연구소에서 이뤄진 이 회장과 머스크 최고경영자의 만남에[는 삼성전자의 반도체와 전장 관련 최고 경영진이 총출동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날 만남에는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겸 대표이사 사장과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위탁생산)사업부 사장,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 등이 배석해 자율주행칩을 비롯해 폭넓은 전장 분야 협력 방안이 논의됐을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는 테슬라의 자율주행(FSD) 3.0 반도체를 14나노와 7나노 공정으로 제조했던 경험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율주행차 양산이 본격화하면 차량용 반도체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테슬라는 삼성전자에 중요한 고객사가 될 수 있다. 삼성전자는 TSMC와 차세대 자율주행 반도체를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벤츠와 BMW도 자율주행에 속도를 더하고 있어 이에 필요한 첨단반도체 파운드리를 갖춘 삼성전자의 고객사는 넓어질 가능성이 있다.
벤츠는 EQS 모델에 자율주행 레벨3(고속도로나 도심주행의 특정구간에서 운전자의 개입이 최소화되고 비상시에만 운전자가 대응하는 단계)를 이미 적용했는데 현재 시속 60km인 제한속도를 130km로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BMW 역시 올해 하반기 중으로 BMW7시리즈에 레벨3 자율주행 기능을 넣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 자동차에는 반도체가 200개 정도 탑재되지만 레벨3 이상 자율주행차에는 약 2천 개의 반도체가 필요한 것으로 파악된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시장 규모는 2021년 59조 원에서 2025년 100조 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재용 회장이 주요 반도체 임원을 대동하고 머스크 CEO를 만난 것은 테슬라를 발판삼아 자율주행 반도체 파운드리 역량을 알리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최근 파운드리 수율을 급격하게 개선하면서 고객사 확장의 가능성을 높여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4나노 공정 수율을 70% 정도까지 끌어올린 것으로 전해진다. 또 올해 상반기부터 기존 4나노 공정을 업그레이드한 3세대 4나노 반도체를 양산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에서 2018년 차량용 반도체 공정을 14나노부터 시작했는데 8나노를 거쳐 5나노까지 개선한 성과를 최근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는 차량용 반도체와 관련해 현재 최첨단 공정인 3나노의 바로 아래 단계인 4나노까지 개발한다는 목표를 세워뒀다.
남대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에서 자율주행 등 차량용 반도체 비중은 아직 높지 않지만 점진적으로 비중이 확대될 것”이라며 “자율주행 수량(Q)의 성장과 함께 판매가(P) 상승으로 사업규모는 물론 수익성도 개선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자율주행반도체 파운드리에서 시작해 전장 분야에서 고객사를 넓혀갈 구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이번 머스크와 만남에서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이 함께한 것도 주목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BMW뿐만 아니라 아우디, 페라리 등에 첨단 차량용 올레드(OLED) 디스플레이를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BMW와는 올해 에이스맨(BMW MINI에 추가된 전기차)에 13.4인치 차량용 올레드를 공급했으며 내년부터 양산하는 BMW 신형 최고급 세단 약 400만 대에 올레드 디스플레이를 공급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특히 BMW를 고객사로 확보하는 데에는
이재용 회장의 전폭적 지원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차량용 올레드 시장은 중국 업체들이 아직 진출하지 못한 디스플레이 시장이기 때문에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로 꼽힌다. 시장조사업체 DSCC는 올해 글로벌 차량용 디스플레이 출하량이 2억 장을 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가 2016년 80억 달러(9조4천억 원)을 들여 인수한 자동차 전장 계열사 하만과 함께 디지털콕핏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BMW와 벤츠, 폭스바겐 등에 디지털 콕핏 ‘레디 업그레이드’를 공급하는 계약을 맺기도 했다.
디지털콕핏은 디지털화된 자동차 안 공간을 일컫는 말인데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즐기거나 원격회의를 비롯한 업무를 수행하거나 건강을 점검하는 기능 등을 갖춘 장치를 의미한다.
김소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디스플레이는 전장용 올레드 디스플레이 수주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며 “한번 진입하면 장기간 공급이 지속되는 전장용 부품의 특성상 차량용 올레드 수주 확대는 중장기적 실적 안정성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