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전국적으로 전세사기 문제가 심각한 가운데 올해 하반기부터 아파트 역전세난도 더욱 확산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020년 임대차보호법 시행 뒤 전셋값이 크게 뛰었던 시기 맺었던 계약들의 종료 시점이 본격적으로 돌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시장이 한동안 침체국면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해 전세보증금 미반환사고에 관한 우려도 더욱 커지고 있다.
▲ 전국적으로 전세사기 문제가 심각한 가운데 올해 하반기 아파트 역전세난도 더욱 확산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은 서울 아파트 단지 모습.
11일 한국부동산원 임대차시장 사이렌에 따르면 2023년 수도권 전세금 사고건수는 1월 864건, 2월 999건, 3월 1290건으로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보증사고 비율도 1월 6.8%에서 2월 8.4%로 뛴 뒤 8%대를 보이고 있다.
보증사고는 전세계약이 해지 또는 종료된 뒤 1개월 안에 정당한 사유 없이 전세보증금을 되돌려 받지 못하거나 계약기간 중 집이 경매 또는 공매로 넘어가면서 전세보증금을 받지 못한 것을 말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올해 1분기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금액은 7974억 원이었다. 분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로 2022년 4분기(2393억 원)의 3배를 웃도는 금액이다.
여기에 빌라보다 상대적으로 안전하게 여겨졌던 아파트 전세시장의 역전세난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여경희 부동산R114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5월 역전세 관련 보고서에서 “전세가격 약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가격 고점이었던 2021년~2022년 초까지 계약한 임차인들의 전세 만료시점이 속속 도래해 역전세 문제가 한동안 계속될 수 있다”며 “전세수요가 많은 대도시, 주거선호도가 높은 신축 아파트가 더 취약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역전세는 집값 하락으로 전세시세가 계약 당시보다 낮아지면서 집주인이 세입자의 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려워진 상황을 말한다.
최근 전세대출 금리가 지난해 말보다 낮아지면서 아파트 전세거래량이 다시 늘어나는 분위기라고 해도 이미 전셋값이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는 새 세입자를 구해 전세금을 빼주는 것도 쉽지가 않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2023년 들어 4월26일까지 전국 아파트 전세거래에서 2년 전과 비교해 전세 최고가격이 낮아진 하락거래는 62%로 조사됐다. 수도권의 하락거래 비중은 66%에 이른다.
이는 올해 아파트 전세거래 18만9485건 가운데 같은 단지, 같은 면적 전세계약이 2년 전과 같은 기간에 1건 이상 체결된 거래 3만2022건의 최고 거래가격을 비교한 수치다.
부동산앱 아실에서 최근 1주일 동안 서울 아파트 전세계약 실거래가 데이터만 봐도 서울 강남구를 비롯해 곳곳에서 전세가격이 2021년보다 수억 원씩 떨어졌다.
송파구 잠실동 트리지움 아파트 전용면적 85㎡는 올해 4월과 5월 갱신요구권을 사용한 전세계약들이 각각 3억5천만 원, 2억7천만 원 역전세였다.
전세보증금이 2년 전 12억~13억 원대에서 현재 9억 원대로 내려앉으면서 집주인들은 세입자에 2억~3억 원이 넘는 돈을 돌려줘야 했다. 트리지움 아파트는 2021년 전셋값이 이전 계약보다 4억 원 넘게 올랐었다.
서초구 서초동 삼풍아파트 84㎡는 4월 6억5천만 원에 전세 재계약을 맺으면서 3억 원의 역전세가 났다.
이 집은 2021년 2월 전세보증금 9억5천만 원에 들어왔던 매물이다. 서초구 삼풍아파트 84㎡는 2021년에는 전세보증금이 10억~ 11억 원까지 올랐었다.
서울 마포구 마포프레스티지자이 전용면적 115㎡도 전셋값이 고점을 찍었던 2021년 11월에는 보증금이 19억5천만 원까지 치솟았는데 올해 같은 면적 전셋값은 12억5천만 원을 보이고 있다.
성동구 옥수동의 래미안옥수리버젠 전용면적 59.84㎡도 2년 사이 전세시세가 2억 원가량 내렸다. 4월 신고된 전세계약들만 봐도 1억8천만 원가량의 역전세 거래가 2건이나 있었다.
2021년 3월과 6월 각각 8억 원대에 계약했던 세입자가 나가고 올해 새로 6억 원대에 전세계약을 했다.
단편적으로 2021년과 2022년 상반기 최고 보증금 가격과 현재 계약 가격을 비교하면 전셋값이 반토막이 난 곳들도 많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전국 전세가격지수는 2021년 6월 처음으로 기준선 100을 넘었고 2022년 1월까지도 103.3으로 관련 통계 집계 뒤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2020년 7월 전월세 계약갱신 청구권과 임대료 상한제 등의 내용을 담은 개정 주택 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된 뒤 1년 만에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3배가 뛰었다.
서울 강동구는 1년 만에 전셋값이 42.3% 올랐다. 금천구는 38.2%, 송파구는 36.3%로 그 뒤를 이었다. 서울 노원구는 개정 임대차법 시행 전 3% 수준이던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이 시행 뒤 30.2%로 높아졌고 중랑구는 21.6%, 중구는 26.7% 수준을 보였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