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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후쿠시마 오염수 '생태계 축적'이 문제, 일본은 미나마타병 잊었나

이상호 기자 sangho@businesspost.co.kr 2023-05-10 16: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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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후쿠시마 오염수 '생태계 축적'이 문제, 일본은 미나마타병 잊었나
▲ 일본 도쿄전력 관계자들이 2023년 2월2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외신기자들을 대상으로 오염수 저장탱크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바닷물에 희석해서 안전하다.”

1956년 일본 구마모토현 미나마타시에서 수은 중독에 따른 신경질환의 발병이 확인되자 일본 정부를 비롯해 구마모토현, 수은을 배출한 화학공장 등에서 나왔던 말이다.

70년 가까이 시간이 흐른 지금.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 문제를 놓고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다.

일본의 태도는 과거 수많은 인명 피해를 불러왔던 대규모 환경오염 사례를 다시 떠오르게 한다.

미나마타병처럼 인류를 떠들썩하게 했을 정도로 대규모 인명 피해를 불러온 수준의 환경오염에는 대체로 ‘생태계 먹이사슬을 통한 오염물질의 축적’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오염물질을 배출하기 위해 희석된 물 일정량을 놓고 그 농도만 보면 당장 큰 문제가 없거나 당시 마련된 규제 기준을 만족시킬 수 있다.

아니면 행위자에게 은폐가 가능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수십 년의 세월이 흐르며 생태계의 순환을 통해 생물체 내 오염물질의 축적이 반복되면서 먹이사슬 최상위에 위치한 ‘인간’에 특히 치명적 결과를 불러왔다.

이번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도 예외는 아니다.

후쿠시마 오염수에서 가장 논쟁이 되는 물질은 ‘삼중수소(Tritium)’다.

삼중수소는 수소에 중성자 2개가 더 붙은 수소의 방사성 동위원소다. 원자량은 수소의 3배가 되지만 화학적 성질은 대체로 수소와 동일하다. 하지만 원자핵이 불안정해 전자를 내놓으며 붕괴하는 베타붕괴를 하고 방사선인 ‘베타선’을 방출한다.

방사성 물질이니 오염수에서 제거돼야 하지만 수소와 화학적 성질이 거의 같으니 물(H2O)에서 분리해 내기도 쉽지 않다.

일본이 오염수 정화를 위해 ALPS(다핵종제거설비)를 이용해도 삼중수소를 제거할 수 없다. 오염수의 유해성 논쟁에 삼중수소가 핵심 물질이 되는 주된 이유다.

일본 정부는 삼중수소를 놓고는 자국 규제 기준의 40분의 1인 1리터당 1500베크렐(㏃) 미만으로 희석해 삼중수소 농도 낮춘 뒤 배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바다에 버려지는 삼중수소의 총량이 동일하다면 아무리 희석해 국제사회 혹은 각국 정부의 환경 기준을 맞췄다 하더라도 장기적으로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

반 히데유키 일본 반핵정보자료실 공동대표는 8일 제주도에서 열린 국제토론회에서 “희석하더라도 방출 총량은 변하지 않는다”며 “방사성물질 방출 총량에 의한 환경 축적과 피폭 축적을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먹이사슬을 통해 진행되는 생물체 내 물질 축적의 속도는 상상보다 빠르다.

생물체 내 축적의 위험성을 인류에 최초로 알렸던 살충제 DDT의 축적 사례를 보면 DDT가 물에 0.02ppm(백만분율)만 있어도 플랑크톤에 50ppm, 소형어류에 300ppm, 대형어류에 2500ppm, 논병아리에 1만6천 ppm 등으로 먹이사슬 단계가 오를 때마다 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한다.

삼중수소가 생물체의 체내로 들어오면 내부피폭의 피해가 매우 큰 물질이라는 점도 문제다.

삼중수소가 배출하는 베타선은 사람의 피부도 투과하지 못할 만큼 약하기 때문에 체외에 있을 때는 큰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반대로 체내로 들어오면 몸 밖으로 배출되지 않기 때문에 체내를 돌아다니며 유전자 변형을 일으킨다.

티머시 무소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생물학과 교수는 올해 4월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회관에서 그린피스가 연 기자회견에서 “도쿄전력이 삼중수소 베타선이 피부도 못 뚫는다며 인체에 해가 없다는 식으로 홍보하지만 삼중수소가 체내로 들어오면 큰 문제를 일으킨다”고 지적했다.

이어 “1950년대부터 2022년까지 발표된 관련 논문 250건을 보면 삼중수소에서 방출되는 베타선의 ‘생물학적 효과비’는 세슘-137 감마선의 2~6배”라고 주장했다.

일본은 세계적으로도 비교적 빠르게 산업화에 성공해 그 부작용으로 미나마타병을 비롯해 이타이이타이병, 요카이치 천식 등 다양한 환경오염 피해를 이미 경험한 바 있다.

비슷한 경험을 이미 겪어 봤음에도 일본 정부는 왜 또다시 같은 역사를 반복하려는 것일까?

사회적 경험 때문인지 일본 시민사회에서는 오염수 처리를 놓고 석유비축기지 활용 등 방법을 통해 당장 배출하지 말고 반감기를 거쳐 오염물질을 줄인 뒤 배출하자는 대안 제시도 나오고 있다.

후쿠시마 지역의 어민인 카와시마 슈이치 전 일본민속학회장은 9일 정의당이 국회에서 주최한 ‘방사능 오염수 무단투기 저지를 위한 한-일 간 연대방안 모색 토론회’에 참석해 “일본의 오염수 해양 방류는 과학적으로 안전한지 불안전한지로 축소해서 말할 수 있는 일이 아니며 인간에게 안전하다고 해서 방출해도 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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