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 판매가격 인상과 판매량 증가 효과에도 불구하고 영업적자를 냈다. 전력요금이 오른 데 이어 1분기 유연탄 가격이 상승하면서 영업이익이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 사장이 지난해 8월 노조와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지만 원가 부담이 발목을 잡은 셈이다.
쌍용C&E는 올해 1분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6% 증가한 280만 톤의 시멘트를 판매했다. 또한 지난해 4월과 11월 각각 톤당 1만2천 원, 1만4천 원 시멘트 가격을 올린 효과로 시멘트 국내 매출은 전년보다 56.5% 급증한 2859억 원을 기록했다.
시멘트업계에 따르면 올 1분기 시멘트 생산량은 전년과 비교해 3.6% 늘었다. 쌍용C&E는 경쟁사보다 발빠르게 시설투자를 마쳐 정기보수를 진행했지만 경쟁사보다 가동률을 높여 판매량을 늘렸다.
쌍용C&E는 2020~2021년 순환자원처리시설 1차 시설 투자를 끝내고 지난해 생산혁신 2단계로 시설 안정화 투자도 완료했다. 쌍용C&E는 시멘트 설비 정비보수를 마쳤고 1분기 비수기를 지나 2분기부터 성수기가 돌아와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유연탄 가격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광물자원공사가 운영하는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를 보면 호주산 유연탄(Australia Premium Low Vol) 가격은 2022년 4분기 톤당 250달러 수준을 보이다 1분기 톤당 385달러까지 치솟은 뒤 지난 5일 기준 톤당 233달러 수준으로 내려왔다.
하지만 정부가 추가 전력요금 인상 계획을 가지고 있어 전력비 부담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이 사장은 올해 경영실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시멘트 가격의 추가 인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쌍용C&E 최고재무책임자를 맡고 있는 김두만 부사장은 지난 9일 신영증권 SEED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성수기가 들어서면 빠른 속도로 손익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두 차례 인상됐던 전력요금은 시멘트 가격 인상분에 반영되지 못했고 전력요금이 더 인상되면 이 부분은 시멘트 가격에 전가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정부여당은 전기요금을 kWh당 7원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전력요금을 kWh당 4.7원 인상했고 올해 1월1일부터 전기요금을 kWh당 13.1원 더 올렸다.
유연탄과 전력요금은 각각 시멘트 생산원가의 약 30%를 차지한다.유연탄 가격이 떨어졌지만 가격 인상 요인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증권가에서 추가 시멘트 가격 인상을 두고 여러 전망이 나온다.
김기룡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022년 시멘트 가격 인상의 명분이었던 유연탄 가격 급락세는 추가적 판매가격 인상 시도에 부정적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시멘트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고 하반기 전기요금 인상이 확실시 되고 있어 시멘트업체들의 가격 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바라봤다.
업계에선 이 사장이 시멘트 가격인상을 추진할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실적 개선을 반드시 이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쌍용C&E의 재무구조가 악화한 데다 주주환원 정책도 꾸준히 펴야 한다.
쌍용C&E는 올해 1분기 부채비율이 154.0%로 2022년 말 143.2%와 비교해 10.8% 높아졌다. 같은 기간 차입금은 1조4498억 원에서 1조5096억 원으로 598억 원 증가했고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49억 원에서 38억 원으로 줄었다.
다만 장기채 위주의 차입금을 구성해 1분기 평균 조달금리가 3.6%에 불과할 정도로 안정적 차입금 구조를 구축했고 정비보수가 끝난 만큼 추가 설비투자(Capex) 부담이 낮아 2분기 이후 현금흐름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쌍용C&E는 지난 3월20일 올해 1분기부터 현금배당을 주당 70원으로 줄이고 나머지 40원(200억 원)은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기로 한다고 공시했다.
쌍용C&E는 2017년부터 분기배당을 시행하고 있고 2019년 3분기부터는 주당 110원(배당총액 553억 원)의 분기배당을 유지하고 있다. 재무체력이 유지되지 않는다면 주주환원 정책에 의구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쌍용C&E 대주주 한앤컴퍼니는 재무구조 개선과 기업가치 높이기 일환으로 쌍용레미콘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쌍용레미콘은 쌍용C&E에서 100% 지분을 들고 있는 기업으로 현대건설, 대우건설, 포스코건설 등의 대형 건설사를 거래처로 두고 있다. 한앤컴퍼니는 원매자를 물색하고 있지만 5천억 원을 매도 희망가로 책정한 것으로 알려져 실적과 비교한 가격 눈높이가 높다는 말이 나온다.
김두만 부사장은 신영증권 유튜브 채널을 통해 “쌍용레미콘은 환경사업을 확대하면서 매각할 수 있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며 “현재 매수희망자를 찾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진행된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2021년 12월 대표집행임원 부사장에서 대표집행임원 사장으로 승진했다. 시멘트에서 환경으로 사업구조 개편을 이끌고 탄소중립 구현을 위한 대규모 설비투자 및 공정개선을 통해 경쟁력 확보에 나선 점을 인정받았다.
1962년 서울에서 태어난 이 사장은 보성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를 졸업했다. 1985년 쌍용양회(현 쌍용C&E)에 입사했고 2017년 대표집행임원 부사장을 맡았다. 이후 2018년 적극적 소통능력을 인정받아 2018년 제30대 한국시멘트협회장으로 선임되기도 했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