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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태 시사 줌인] 중국 향한 EU 지도자들의 외교적 화법과 윤석열의 '직설'

조광태 jktclc@gmail.com 2023-05-10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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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태 시사 줌인] 중국 향한 EU 지도자들의 외교적 화법과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37654'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윤석열</a>의 '직설'
▲ 국가 정상의 외교적 화법이 외교 성과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례로 비춰볼 때 윤석열 대통령의 직설화법에 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유럽연합(EU) 정상들의 중국 방문이 줄을 이루고 있다. 지난 해 11월 올라프 숄츠(Olaf Scholz) 독일 총리의 첫 방문이 있었고 12월 초에는 샤를 미셸(Charles Michel) 유럽 정상회의 의장이, 올 3월 말일에는 페드로 산체스(Pedro Sanchez) 스페인 총리가, 그리고 연이어 지난 달 초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각각 중국을 방문했다.

특히 마크롱 대통령의 중국방문에는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Ursula von der Leyen) EU 집행위원회 의장이 함께 했다. 벌써 5명의 EU 지도자급 인사들이 중국을 방문한 셈이다.

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날로 악화되고 있다. 미국은 반도체를 무기화하면서까지 중국에 압박을 가하고 있고, 반면 중국은 미국의 기축통화를 흔들면서 맞서고 있다. 하필 이 민감한 시기에 친미 EU 정상들의 연이은 중국 방문이 미국으로서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
 
당연히 방문의 명분은 정치적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종식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오히려 러시아가 핵사용 가능성까지 언급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말려줄 나라로는 중국밖에 없다는 것이다. 근거가 없는 얘기는 아니다.

실제로 슐츠 총리는 중국 방문을 통해 “중국은 핵무기 사용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얻어냈다. 하지만 이것이 러시아를 향한 얘기인지는 불분명하다. 언감생심 핵무기 사용 시 중국이 어떤 조치를 취하겠다는 얘기는 흔적조차 없다.

샤를 미셸 의장이 중국을 방문하자 중국은 “EU의 평화적 중재노력을 지지한다”며 화답했다. 물론 이 문구는 중국이 중재노력을 하겠다는 의사를 직접적으로 담고 있지 않다. 같은 달 하순 중국은 러시아와 합동 군사훈련을 했다. 게다가 EU가 평화적 중재노력을 했다고? 언제?

산체스 총리는 그나마 좀 더 구체적인 언급을 이끌어 냈다. “우크라이나는 주권(Sovereign) 국가이며 존재할 권리가 있다”는 것. 다만 이것이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과 동일한 의미의 주권을 의미하는 것인지, 온전한 영토 범위 내에서의 존재할 권리를 말하는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마크롱 대통령은 유일하게 중국 측의 행동을 이끌어낸 편이다. 시진핑 주석에게 젤렌스키 대통령과 통화해줄 것을 요청했고 시진핑 주석은 이에 대해 거절도 승인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26일 중국과 우크라이나 양국 정상 간의 통화가 있었다.

통화의 의도는 분명하지 않다. 단순히 마크롱 대통령에게 인사치례를 한 것일 수도 있고 이란과 사우디의 화해 중재로 몸값이 오른 만큼 차제에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중국이 러시아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의 여부가 EU-중국 사이 관계를 결정할 것”이라는 라이엔 의장의 발언이 고려의 대상은 아니었을 것이라는 점이다.

라이엔 의장의 발언은 매우 강경했지만 다른 한편으로 프랑스는 중국에 160대의 에어버스 항공기를 수출키로 합의했다. 에어버스는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3개국이 투자한 항공기 제작업체다. 

이미 슐츠 총리 방문 시 140대 항공기 수출을 합의 한 바 있는데 마크롱 대통령의 방문으로 대수를 늘리면서 이를 확실시한 셈이다. 여기에 헬리콥터 50대도 추가됐다. 프랑스 전력공사(EDF)와 해외 풍력발전 프로젝트를 함께 하기로 합의했고 알스톰 산업장비에 대한 구매 얘기도 오갔다.

프랑스는 중국선박 그룹에 컨테이너선 16척을 발주했다. 에어버스는 중국 천진공장에 추가 투자키로 하는 등 양국 간 꿀 같은 얘기가 오갔다. 이쯤 되면 동행했던 라이엔 의장의 강경발언이 무슨 의미가 있을지 싶을 정도다.

결국 프랑스는 이번 방문에서 에어버스, EDF, 알스톰을 포함해 주요기업 임원진 60여 명의 대규모 경제사절단을 동반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온 셈이다.

물론 독일도 예외가 아니다. 슐츠 총리는 12개의 주요 기업 인사들로 방문단을 꾸렸다. 이보다 앞서 중국방문단 모집에는 120개의 독일기업이 참여를 신청했다. 방문에는 BMW, 폭스바겐, 도이치방크, 지멘스, 아디다스와 같은 굵직굵직한 기업 인사들이 함께 했다. 방문의 목적이 정치적이었는지 경제적이었는지를 쉽게 가늠해볼 수 있다.

스페인은 올 7월 EU의 교대의장직을 맡는 국가다. 중국 방문을 자국의 외교력 확장의 기회로 삼겠다는 포석이 깔려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의도는 역시 경제다. 이번 방문기간 동안 양국은 전기차, 녹색에너지, 디지털 경제 등의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을 강조했다.

유럽 국가 정상들이 앞다퉈 중국을 방문하는 이유는 알기 쉽다. 경제적으로 중국이 그만큼 더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중국과 프랑스 양국의 무역규모는 지난 1995년 69억 2천만 달러에서 2021년에는 750억3천만 달러로 증가했다. 수출입 모두 연평균 9% 이상의 높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독일로서도 중국은 7년째 최대 교역국이다. 지난 해 양국 간 무역 규모는 사상 처음 3천억 유로를 넘어섰다. 전년 대비 20% 이상 급증하면서다. 관계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스페인 역시 EU를 제외하면 중국이 최대 교역국이다. 중국 쪽에서 보면 스페인은 EU에서 6번째로 큰 무역규모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2월 현재 중국에 대한 스페인의 총 투자 규모는 790개 이상 기업 38억 유로 이상에 달하고 있다.

EU 전체로 보더라도 중국은 지난 해 미국에 이어 2위 수출대상국이자 단연 1위의 수입대상이다. 전체 수입금액 중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13% 정도인 반면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액은 23%에 달하고 있다. 유럽 소비제품 셋 중 하나는 중국산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을 정도다. 희토류 등 전략적 원자재 수입의존도는 90%에 달하고 있다.

아무리 미국의 눈치가 보여도 EU가 중국을 소홀히 할 수 없는 이유다. 말 한마디 한마디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겉으로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중국의 모호한 입장을 분명히 하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아무 것도 요구하지 않는 화법이 난무할 수밖에 없다.

오히려 마크롱 대통령은 대만문제를 ‘자신들의 일이 아닌 위기’라고 과잉 언급해 서방 언론의 집중적인 포화를 맞기까지 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경제적 이익에 심취한 나머지, 외교적 화법의 기술을 깜빡 놓쳤을지 모를 일이다. 

외교적 화법의 기술은 중요하다. 그 이면에는 언제나 미묘한 이해관계가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외교적 화법을 잘 구사하면 여러 가지 이점이 있다. 같은 말이라도 외교적 화법이 아닌 직설법을 잘못 사용하면 크게 일을 망칠 수도 있다. 마크롱 대통령이 “대만에 대한 프랑스의 입장은 변화가 없다”면서 급히 진화에 나선 것은 자신의 직설법이 가져올 파장의 크기를 인식했기 때문일 것이다.

EU 각국이 중국을 주요 교역대상국으로 판단하면서 많은 공을 들이고 있기는 하지만, 그 규모를 보면 우리나라에 비할 바가 못된다. 지난 1분기만도 우리나라의 중국수출은 382억 달러에 달했다. 한 때 중국으로서는 우리나라가 두 번째 큰 수입대상 국가이기도 했다. 어쩌면 우리가 중국과의 관계에 그들보다 더 많은 공을 들여야 할 수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중국 관련 발언은 파격적이다. EU의 정상들과는 분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방미 성과 공유 기자간담회에서 중국의 북한제재 동참요구 발언, 장진호 전투 발언, 타이완 분쟁에 관한 발언 등은 모두 직설법으로 일관하고 있다. 중국은 주중 한국대사를 초치하는 등 강한 반발을 보이고 있다.

그런 와중에 우리나라와 중국과의 교역은 전에 없던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그간 중국과의 무역은 흑자로만 일관해왔다. 한 때 흑자규모가 630억 달러에 이를 만큼 중국은 우리에게 중요한 무역흑자 유발국가였다. 그러던 것이 지난 해 12억 달러 흑자라는 유명무실한 금액으로 낙하했다. 올해는 아예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적자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1분기 수출액 382억 달러는 사실 전년 동기대비 28.2% 감소한 수치다. 중국과의 주요 수출입국 23곳 가운데 최대 감소치다. 결과적으로 같은 기간 동안 79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대 중국 수출 규모 국가순위도 2위에서 5위로 추락한 상태다. 올해 들어 우리나라 전체 무역수지의 급격한 악화에 직접적인 요인이 되고 있다.

중국과 불편한 관계가 지속되면 앞으로 추이는 더 장담하기 어렵다. 경제의 상당부분을 국가가 주도하는 중국의 특성상 정치적 불편함이 경제에 미치는 파장은 크다. 여기에 중국 국민들의 반한 정서가 어떤 식으로 폭발하게 될지 알 수 없다.

정치적으로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지속하면서 중국과 불편하지 않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외교적 화법의 구사가 역할을 한다. EU 국가들이 미국의 눈치를 보면서 다른 한편으로 중국과 디커플링(Decoupling) 의사가 없음을 말할 수 있는 것도, 일상의 언어와는 다른 외교적 화법이라는 도구가 따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외교적 화법이 없는 대통령의 언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불안할 수밖에 없다. 조광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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