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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배터리 글로벌 영토 갈수록 줄어, 중국 공세에 시장 입지 지키기 만만찮다

류근영 기자 rky@businesspost.co.kr 2024-05-19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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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배터리 글로벌 영토 갈수록 줄어, 중국 공세에 시장 입지 지키기 만만찮다
▲ K-배터리업체들이 최대 경쟁상대인 중국기업의 맹렬한 공세에 맞서 글로벌 시장 입지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빠른 속도로 해외 영토를 확장해 나가는 중국기업들의 기세를 물리치는 일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K-배터리 업체들이 최대 경쟁상대인 중국 기업들 선전으로 세계 시장 입지가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는 신호가 잇따라 포착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세계 시장 입지를 지키기 위해 다방면으로 애쓰고 있지만, 빠른 속도로 해외 시장을 잠식해가는 중국 기업들 공세를 막아내는 게 상당한 과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배터리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중국 기업들이 유럽을 중심으로 세계 시장 점유율을 빠른 속도로 늘리고 있다. 

전기차·배터리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체가 중국을 제외한 세계 시장의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을 집계한 조사에 따르면 중국 CATL은 올해 1분기 27.5%의 시장 점유율을 보이며 LG에너지솔루션(시장 점유율 25.7%)을 제치고 선두 자리를 차지했다. 

그동안 CATL은 중국을 포함한 세계 시장에서는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해왔지만, 중국을 뺀 나머지 해외 시장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1위였다. 그러나 중국 외 세계 시장에서도 가격을 무기로 앞세운 중국 배터리 업체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오랜 기간 선두를 지켜왔던 LG에너지솔루션을 추월한 것이다. 

CATL을 비롯한 중국 배터리 기업들의 가장 큰 강점은 역시 가격 경쟁력이다. 

중국 기업들의 주력 품목인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는 국내 기업들이 앞세운 삼원계(니켈 코발트 망간) 배터리와 비교해 에너지밀도와 같은 성능이 떨어지는 반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얼리어답터가 주도한 전기차 초기 시장 국면에서는 뛰어난 성능을 지닌 배터리 수요가 많았지만, 전기차 시장이 대중화 단계로 넘어가고 있는 만큼 가격이 중요한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기차 보급률이 상승할수록 가격 경쟁력이 높은 LFP 배터리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세계 LFP 배터리 분야는 사실상 중국기업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데다, 이와 관련한 글로벌 공급망도 중국이 장악하고 있다.   

더구나 중국은 셀-모듈-팩으로 이어지는 기본구조에서 모듈 부분을 생략한 셀투팩 기술을 적용하며, 에너지밀도를 삼원계 배터리의 85% 수준까지 높였다. LFP 배터리의 약점인 낮은 성능을 일부 극복한 것이다.  

중국기업의 가격 경쟁력은 LFP 배터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중국기업은 한국기업의 주력 제품인 삼원계 배터리도 취급하고 있는데, 삼원계 배터리에서도 가격 경쟁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 CATL의 삼원계 배터리는 유럽시장에서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삼원계 배터리 분야에서도 중국 기업의 가장 큰 강점은 기술력에서는 크게 뒤떨어지지 않으면서도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이다. 

품목을 불문하고 중국 기업들이 가격 경쟁력을 지니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중국 정부의 강력한 지원정책도 이유 중 하나다. 정부 차원의 내수 육성과 자금·금융 지원으로 중국 기업들은 후발주자임에도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다. 

이보다 더 본질적 경쟁력은 중국 기업들의 공급망 역량이다. CATL을 보더라도 리튬, 니켈, 코발트 등 배터리 핵심 원료를 확보하는 데서부터, 전구체, 양극재, 음극재, 전해질, 분리막 등 소재와 폐배터리 재활용에 이르는 광범위한 영역을 자국 내에서 수직 계열화하고 있다.  

원료와 소재 조달을 대부분 외부에 의존해야 하는 국내 기업과 가격 경쟁력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셈이다. 
 
국내 기업들은 중국 기업들의 맹렬한 공세에 맞서 시장 입지를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특히 주요 시장에서 현지화 전략을 통해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현재 국내 배터리 제조기업들은 북미와 유럽에서 가장 많은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K-배터리 글로벌 영토 갈수록 줄어, 중국 공세에 시장 입지 지키기 만만찮다
▲ LG에너지솔루션의 미시간주 홀랜드 2공장 건설현장. < LG에너지솔루션 >
LG에너지솔루션은 현재 미국 내 연산 60GWh체제를 구축했고, 2025~2026년에는 북미에서만 연산 300GWh 넘는 배터리 생산능력을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연간 전기차 500만 대에 탑재할 수 있는 물량이다. 

이 회사는 유럽에서도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을 통해 현재 연산 70GWh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춘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SDI와 SK온 역시 북미와 유럽에서 이미 대규모 생산시설을 구축했고, 공격적 증설계획도 마련했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의 현지 생산시설은 전기차 수요 정체와 맞물리며, 일정 부분 부담요소로 작용하고 있기도 하다. 생산시설의 가동률이 떨어지며, 고정비 부담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국내 기업들의 현지화 전략은 미국과 유럽 정부의 자국산업 보호주의 강화에 따라 장기적으로는 효과를 발휘할 여지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욱이 미국이나 유럽 모두 전기차·배터리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는 정책기조를 채택하고 있어, 자국 내 공급망 강화를 위해 한국 배터리 기업과 협력을 더 강화할 전망이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의 중국산 배제에도 중국 기업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같은 법적 장치를 통해 중국기업의 진출을 차단하고 있는 미국 시장에서는 우회 진출을 지속 추진하고 있다. 

앞서 CATL은 포드와 기술 제휴를 통해 미시건주에 연산 20GWh 규모의 생산시설을 구축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 생산법인은 CATL의 지분이 전혀 없는 만큼, 중국기업의 미국 진출을 배제하는 IRA의 해외우려단체(FEoC) 조항을 법적으로 피할 수 있다. 

미국보다 제도적 규제가 느슨한 유럽에서는 보다 적극적으로 직접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CATL은 독일에 연산 14GWh 규모 생산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추가로 연산 100GWh의 헝가리 공장을 신설해 2025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밖에 중국 기업들은 동남아시아 등으로도 생산시설을 확대하며 영토를 더 넓혀나가고 있다. 

최재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원은 “유럽, 미국 시장과 큰 수요가 잠재된 동남아 시장에서 중국 배터리 기업들의 현지 생산이 본격 진행된다면 세계 시장에서 한·중 기업 사이 경쟁이 더 심화할 것"이라며 "현재 한국 기업이 점유하고 있는 시장 일부를 내줘야 할 상황이 닥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한국이 중국과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유럽과 미국 등 주요 지역의 증가하는 배터리 수요에 대해 더욱 적극 대응할 수 있는 현지 생산능력이 필요하며, 이를 위한 정부 지원 강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류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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