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그룹은 올해 미국에서 주력 전기차 신차를 출시해 '풀 라인업'을 꾸린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대부분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은 올해 전기차 신차 출시 일정이 없다. 이런 점은 현대차가 미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 지키는데 버팀목이 될 것으로 보인다.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시장에서 전기차 가격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가운데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부지침에 따른 보조금 지급 대상에 미국 전기차 모델만 포함됐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올해 미국에서 주력 전기차 신차를 출시해 전기차 '풀 라인업'을 꾸린다는 계획을 세웠는데 대부분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은 올해 전기차 신차 출시 일정이 없다. 이런 점은 현대차그룹이 미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 지키는데 버팀목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19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부지침이 마련되면서 최대 7500달러 보조금(세액공제) 지급 대상이 되는 전기차가 기존 40여종에서 미국 GM의 쉐보레와 캐딜락, 포드, 테슬라 등 4개사 16개 차종으로 축소됐다.
국내에서 주로 전기차를 만들어 수출하는 현대차와 기아는 물론 기존에 현지에서 전기차를 생산해 보조금을 지급 받아온 독일과 일본 브랜드 전기차들도 모두 제외됐다.
기존에는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했다. 하지만 IRA 세부지침에 따라 북미에서 제조·조립한 배터리 부품을 최소 50% 이상 사용했을 경우 3750달러, 미국 또는 FTA(자유무역협정) 국가에서 채굴·가공한 핵심광물을 최대 40% 이상 사용 시 3750달러를 지급한다는 내용이 추가되면서 보조금 대상 차종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는 IRA가 시행된 뒤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치열한 전기차 판매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 자동차 정보업체 켈리블루북에 따르면 올 1분기 현대차그룹은 미국 전기차 시장 판도가 요동치는 가운데 1만4346대의 전기차를 판매해 지난해에 이어 3위 자리를 지켰다.
지난해 미국 전기차 연간 판매 순위에서 0.5%포인트의 점유율 격차로 현대차를 제치고 2위를 차지했던 포드는 1분기 1만866대를 판매해 5위로 미끄러졌다.
4위를 차지했던 GM은 쉐보레 볼트EV 판매 호조에 힘입어 2위(2만670대)로 치고 올라왔다. 폭스바겐은 올해 초 미국 현지생산을 시작한 ID.4 판매량을 3.5배 이상 늘리며 지난해 5위에서 현대차그룹에 판매량에서 불과 150대 뒤진 4위에 올랐다.
모델별 판매량을 보면 1분기 미국 전기차 판매시장에서 현대차의 아이오닉5는 5735대로 7위, 기아의 EV6는 3392대로 12위를 기록했다.
최상위권에 위치한 1위 테슬라 모델Y(9만5362대), 2위 모델3(5만4954대), 3위 쉐보레 볼트 EV 및 EUV(1만9700대)는 모두 IRA 보조금 지급 대상에 포함됐다. 더불어 8위와 9위에 오른 포드의 머스탱 마하-E(5407대)와 F-150 라이트닝(4291대)도 계속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다만 기존에 보조금을 받았던 전기차 경쟁모델 가운데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 경우도 많다. 일각에서는 현대차그룹으로서는 IRA로 인한 불리한 경쟁 구도가 상대적으로 완화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1분기 판매 4위 폭스바겐 ID.4(9758대)와 5위 테슬라 모델X(6465대), 6위 리비안 R1T(6213대), 16위 닛산 리프(2354대) 등은 이번 IRA 세부지침에 따른 보조금 지급 대상에 들지 못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미국에서 IRA에 따른 보조금 제외 적용을 받지 않는 상업용 판매비중을 기존 한자릿수에서 30% 이상으로 크게 늘려 최대한 전기차 보조금 혜택을 늘리는 단기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IRA가 미국 전기차 시장 판도를 뒤흔드는 가운데 완성차업체들의 전기차 가격경쟁도 치열해지고 있어 현대차그룹은 올해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이중고'를 겪게됐다.
테슬라는 1분기 미국에서 전기차 16만1630대를 판매해 지난해에 이어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다만 전기차 시장점유율은 2020년 79%에서 올 1분기 62.4%로 크게 줄어들었다.
전기차만을 판매하는 테슬라는 생산 혁신을 통해 선제적으로 확보한 압도적 수익성을 바탕으로 올해 들어서만 5번이나 가격 인하를 단행하며 미국 전기차 시장점유율 지키기에 나서고 있다.
이에 맞서 현대차그룹은 올해 미국에서 상품성 높은 전기차 신차를 내놓고 역대급 라인업을 꾸릴 계획을 세웠다. GM을 제외한 완성차업체들은 올해 미국에 신차를 출시할 계획을 갖고 있지 않아 이런 점은 보조금 없이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이 올해 한 해를 버티는 데 큰 힘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는 3월부터 중형 세단 전기차 아이오닉6 미국 판매를 시작했다.
앞서 2월 아이오닉6는 미국 환경보호청(EPA)에서 테슬라 모델3의 1회 충전 주행거리보다 긴 최대 361마일(581km)를 인증받은 바 있다. 판매가격은 트림별로 4만1600~4만5500달러부터 시작한다. 내연기관차를 포함한 미국에서 판매하는 모든 신차 평균 가격이 4만8763달러임을 고려하면 가격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여겨진다.
이와 관련해 미국 경제매체 인사이더는 "낮은 가격에 장거리를 갈 수 있는 현대차의 전기차 세단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게 큰 고통이 될 것"이라며 "잠재적 전기차 구매자가 전기차의 높은 가격과 주행거리 부족으로 구매를 망설이고 있지만 아이오닉6는 두 부분에서 모두 탁월하다"고 평가했다.
기아는 올해 하반기 플래그십 전기 SUV EV9을 미국에 출시한다.
기아 EV9이 속한 E-SUV(준대형SUV) 세그먼트는 미국에서 연간 130만 대가 판매될 만큼 인기가 많은 차급인데 아직 대형 3열 좌석을 갖춘 전기 SUV가 흔치 않아 현지 매체로부터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미국 자동차 전문 매체 카앤드라이버는 "EV9의 출시는 미국에서 연간 수십만 대가 판매되는 인기있는 3열 SUV 차급이기 때문에 큰 의미가 있다"며 "미국에 리비안 R1S나 테슬라 모델X와 같은 몇가지 3열 전기차가 판매되지만 EV9보다 훨씬 비싸다"고 분석했다.
카앤드라이버는 EV9 미국 판매 가격이 5만~7만 달러(약 6600만~9200만 원)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자동차 전문지 모터트랜드도 테슬라나 메르세데스-벤츠, 리비안이 3열 전기차를 보유하고 있지만 EV9은 보통의 소득 수준을 가진 고객들이 살 수 있는 첫번째 전기 SUV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차는 올해 완전변경을 거친 소형 SUV 전기차 코나 일렉트릭도 미국에 내놓는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올해 소형 SUV 코나와 니로, 준중형 SUV 아이오닉5와 EV6, 중형 세단 아이오닉6, 대형 SUV EV9,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 GV60, GV70 전동화모델, G80 전동화모델로 이어지는 9종의 전기차 라인업을 미국에서 갖추게 된다.
현재 쉐보레 볼트EV 및 EUV(전기 스포츠유틸리티 차량)를 판매하고 있는 GM은 올해 쉐보레 브랜드의 준중형 SUV 이쿼녹스EV와 중형 SUV 블레이저EV, 전기 픽업 실버라도 EV를 출시할 계획을 갖고 있어 현대차그룹과 치열한 전기차 판매 2위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GM은 현재 고급 브랜드 캐딜락 리릭과 GMC 허머EV도 미국에서 판매하고 있으나 아직 안정적 생산 체제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테슬라는 중형 세단 모델3, 중형 SUV 모델Y, 준대형 세단 모델S, 준대형 SUV 모델X로 이어지는 막강한 전기차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지만 현대차 코나나 GM 볼트EV와 같은 저가 모델 출시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폭스바겐은 준중형 전기 SUV ID.4와 고급 브랜드 아우디 E-트론, Q4 E-트론을 미국에서 판매하고 있는데 올해는 미국에 출시가 예정된 전기차 신차가 아직 없다.
특히 올해 판매 호조를 보인 ID.4는 이달부터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돼 판매량 확대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를 추격하기 위해서는 규모의 경제를 확보해 전기차 생산 단가를 줄이고 미국 현지 생산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필수적인 만큼 현대차그룹은 애초 2025년으로 예정됐던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 전기차공장 준공 시점을 내년으로 앞당기는데 그룹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올해 미국에서 상품성 높은 전기차 풀라인업으로 타 브랜드와 차별화한 경쟁력을 갖춰 보조금 없이 펼쳐야 하는 1년여의 치열한 전기차 경쟁의 고비를 넘길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임현진 한국자동차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자동차산업분석 보고서를 통해 "최근 테슬라발 전기차 가격인하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며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생산 효율화 및 생산비용 절감이 관건이며, 제품차별화 등을 바탕으로 한 비가격 경쟁력 확보도 중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