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5구역 조합은 초고속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만큼 사업추진에 관한 조합원의 열망이 강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2020년 주민들이 추진위원회를 구성했고 같은 해 10월 사전타당성 심의를 통과했다. 이후 2022년 5월 정비구역 지정 고시가 됐고 2022년 8월 재개발사업 추진위원회를 허가받았다. 이어 사업을 추진하기로 한 뒤 3년 만인 지난 3월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
조합은 올해 5월 입찰공고를 내고 7월 시공사 선정을 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DL이앤씨와 GS건설이 일찍부터 적극적으로 관심을 나타내고 있어 수주전이 벌어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건설사들이 사업성과 홍보비용을 따져 대부분 정비사업 수주가 수의계약이나 단독입찰로 이뤄지는 상황에서 부산 중동5구역 재개발사업이 주목받는 이유다.
더욱이 조합이 홍보지침을 엄격히 적용하기로 한 만큼 편법 없이 DL이앤씨와 GS건설의 실력이 판가름 날 것이란 시선도 나온다.
정미경 중동5구역 조합장은 최근 한 언론매체와 인터뷰를 통해 “특히 홍보지침을 엄격히 정할 것이다”며 “건설사에 홍보규정을 엄격히 적용해 과열경쟁으로 금품·향응을 제공하거나 편가르기를 하는 조합원들에게 상처를 입히는 행위에 관해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마 대표는 중동5구역 조합의 사업을 빠르게 추진하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고 엄격한 홍보공영제를 적용하겠다는 방침을 세움에 따라 큰 홍보비 지출이 없을 것으로 판단해 더욱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DL이앤씨와 GS건설은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맞붙은 사례를 제외하면 도시정비사업 수주전을 벌인 적이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도 2020년 6월 현대건설이 가져가면서 둘 사이 승부가 가려지지 않았다.
마 대표가 주택시장 강자 GS건설과 수주전을 펼쳐 승리한다면 DL이앤씨의 주택 브랜드 가치를 더욱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또한 부산 지역에서 도시정비사업 입지도 탄탄히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DL이앤씨는 2021년 3월 부산 우동1구역 재건축사업(공사비 5500억 원)에 부산 지역 최초로 하이엔드 브랜드를 적용한 뒤 2022년 11월 촉진3구역 재개발사업(1조6천억 원)에도 아크로를 적용했다.
이어 지난해 말 부산 반여3구역 재건축(2978억 원)을 수주했다. 마 대표가 중동5구역을 따낸다면 부산에 3번째 아크로를 적용하며 부산 정비시장에서 확고한 존재감을 나타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동5구역 공사비는 아직 구체적으로 나오지는 않았다. 다만 구역면적 17만8634㎡에 3545세대를 조성하는 부산 촉진3구역 재개발사업 공사비를 고려하면 중동5구역 공사비는 6천억 원 안팎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사업규모가 작지 않은 만큼 DL이앤씨가 아크로를 들고 나온 것으로 보인다.
DL이앤씨는 주택 브랜드 가치와 비교해 도시정비 수주 실적은 여전히 아쉽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2022년 기준 시공능력평가 3위로 e편한세상과 하이엔드 브랜드 아크로를 보유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현대건설과 GS건설, 포스코건설, 대우건설 등 경쟁사들보다 도시정비 수주에 보수적이란 것이다.
그러나 마 대표는 보수적 수주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최근 다소 변화된 기류를 보이고 있다. DL이앤씨는 특히 지난해 4분기에만 7건의 도시정비사업을 집중적으로 따내 단숨에 3조2310억 원의 수주를 올리기도 했다.
DL이앤씨는 도시정비사업에서 2020년 1조3958억 원을 수주했는데 마 대표 임기 첫해인 2021년 3조816억 원으로 늘었고 2022년 4조8943억 원을 신규수주하며 기록을 세웠다.
올해도 마 대표는 건설업계 최고 수준의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사업성이 높은 곳을 선별해 목표로 한 사업지 수주는 반드시 해낸다는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DL이앤씨의 2022년 말 우발채무는 1600억 원 수준이고 부채비율은 91.3%로 건설업계 최저 수준이고 신용등급(AA-)으로 최상위권에 위치해 있다.
DL이앤씨는 경기 시흥시 은행1구역 재개발사업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지난 12일 열린 은행1구역 시공사 선정을 위한 현장설명회에 단독으로 입찰에 유찰됐다. 은행1구역 재개발 조합은 이날 시공사 선정을 위한 현장설명회를 다시 공고한다.
이밖에 서울 신정4구역 재건축 현장설명회에도 참여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 3일 열린 현장설명회에는 GS건설, 현대건설, 대우건설, DL이앤씨, 포스코이앤씨, 호반건설 등 대형건설사가 참여했다. 5월19일 입찰이 마감된다.
DL이앤씨 관계자는 “부산 중동5구역 재개발 조합에 하이엔드 브랜드 아크로를 제안한 것이 맞다”면서도 “올해도 사업성이 담보 된 사업장 위주로 선별수주 전략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