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드가 인도네시아에 대규모 니켈 가공 공장을 설립해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 확보에 힘쓴다. 이에 따라 SK온도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
[비즈니스포스트] 포드가 인도네시아에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인 니켈을 채굴하고 가공하기 위한 대규모 공장을 설립한다. 전기차 생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공급망을 안정화하려는 목적이다.
현지에서 생산되는 니켈 소재는 포드가 SK온과 건설하는 미국 내 배터리 합작공장에 공급되는 만큼 SK온이 소재 가격 상승 및 물량 확보와 관련한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포드는 현지시각으로 30일 보도자료를 내고 중국 화유코발트와 인도네시아에 니켈 소재를 가공하고 생산하는 공장을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투자 규모는 45억 달러(약 5조8400억 원)다.
해당 공장에서는 전기차 배터리에 사용되는 니켈 혼합물(MHP) 소재가 연간 12만 톤 분량으로 생산된다. 포드는 이를 통해 필요한 니켈을 업계에서 가장 낮은 가격에 수급할 수 있는 길을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포드 관계자는 폭스비즈니스를 통해 인도네시아에서 생산하는 배터리 소재를 미국 켄터키주의 블루오벌SK 공장에서 사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블루오벌SK는 포드와 SK온이 설립한 합작법인이다. SK온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소재를 포드가 직접 수급해 공급한다는 의미다.
SK온이 포드에 안정적으로 전기차 배터리를 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니켈 물량을 확보하며 소재 가격 상승과 공급 부족 영향을 피할 수 있게 됐다.
니켈은 SK온을 비롯한 한국 배터리업체의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에 쓰이는 핵심 재료로 약 33%에 이르는 비중을 차지한다.
그러나 주행거리 등 성능을 높이는 고사양 배터리에는 니켈의 비중이 더욱 높아진다. 전기차 제조사들의 기술 경쟁에 따라 수요가 더욱 가파르게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2021년 초 1톤당 1만6천 달러 안팎이던 니켈 평균 가격은 지난해 5만 달러에 육박할 정도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현재 시세는 2만4천 달러 수준에 머무르고 있지만 가격 상승 리스크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니켈의 가격 상승은 SK온 등 한국 배터리업체가 LFP(리튬인산철) 소재를 사용하는 CATL 등 중국 경쟁사와 맞서기 어렵도록 하는 요인으로 꼽혔다. LFP 배터리에는 니켈이 사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포드가 직접 대규모 투자를 통해 니켈을 직접 수급할 수 있는 공급망을 확보하면서 SK온의 배터리사업에 안정성을 더하게 됐다.
포드가 CATL과 미국 배터리공장 설립에 협력하기로 했지만 니켈 물량 확보를 동시에 추진한다는 것은 그만큼 SK온의 전기차 배터리에도 여전히 큰 기대를 걸고 있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SK온과 포드는 켄터키주에 2곳의 배터리공장을 신설한다. 2024년부터 순차적으로 가동을 앞두고 있다.
인도네시아 니켈 공장은 2026년 가동이 예정되어 있어 SK온의 원활한 전기차 배터리 생산에 기여하기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포드는 2026년까지 연간 전기차 생산량 200만 대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니켈 소재 확보를 공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인도네시아에서 생산되는 니켈 소재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해당 법안은 미국과 무역협정을 맺은 국가에서 생산된 소재를 일정 비중 이상 탑재한 전기차 배터리만 지원 대상으로 삼는다.
다만 현지시각으로 31일 발표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 세부 지침에 따라 다소 변동이 있을 수 있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최대의 니켈 생산국으로 꼽힌다. 다만 니켈과 같은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는 현지에 공장을 설립한 기업만 확보해 해외로 수출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현대자동차 등 기업도 인도네시아 정부 정책에 맞춰 현지에 생산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김용원 기자
▲ 포드와 SK온 합작법인 블루오벌SK의 전기차 배터리공장 조감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