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퀄컴이 내년 선보일 프로세서부터 ARM의 기술 대신 자체 아키텍쳐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퀄컴 '스냅드래곤8' 시리즈 모바일 프로세서 이미지. |
[비즈니스포스트] 퀄컴이 이르면 내년에 선보일 고성능 모바일 프로세서에 ARM의 반도체 설계기반(아키텍쳐) 대신 자체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시스템반도체에 새 아키텍쳐를 활용하는 일은 성능에 큰 변화를 이끌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퀄컴의 주요 고객사인 삼성전자 갤럭시 스마트폰의 성능 경쟁력에 큰 변수가 될 수도 있다.
30일 IT전문지 WCCF테크 보도에 따르면 퀄컴이 스냅드래곤8 4세대 프로세서부터 ARM 대신 자체 설계기반 ‘오리온’ 코어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퀄컴은 현재 애플과 삼성전자, 미디어텍 등 다른 모바일 프로세서 경쟁사와 마찬가지로 ARM의 반도체 아키텍쳐를 기반으로 스냅드래곤 프로세서를 설계하고 있다.
아키텍쳐는 시스템반도체를 설계할 때 가장 기본이 되는 청사진 역할을 한다. ARM은 모바일 반도체 아키텍쳐 분야에서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며 거의 모든 설계업체를 고객사로 두고 있다.
ARM은 반도체기업 및 스마트폰업체에 기술 사용료를 거두는 방식으로 대부분의 실적을 올린다. 최근 상장을 앞두고 라이선스 비용을 대폭 높이려는 계획도 추진되고 있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고 있는 만큼 ARM이 기술 사용료를 대폭 인상해도 고객사들이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 반영됐다.
그러나 퀄컴은 2021년 반도체 설계기업 누비아를 14억 달러(약 1조8천억 원)에 인수해 자체적으로 아키텍쳐를 설계해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퀄컴이 예상대로 내년 말 선보일 4세대 스냅드래곤8 프로세서부터 자체 아키텍쳐를 활용한다면 ARM에 지불하는 기술 사용료를 절약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WCCF테크에 따르면 퀄컴의 자체 아키텍쳐는 ARM의 기술과 비교해 프로세서 성능을 대폭 끌어올릴 수 있는 잠재력도 갖추고 있다. 3세대 프로세서 대비 구동 성능이 최대 40% 높아질 것이라는 구체적 전망도 나온다.
퀄컴 스냅드래곤8 4세대 프로세서는 삼성전자가 2025년 초 출시할 갤럭시S25에 탑재될 가능성이 유력한 제품이다.
따라서 퀄컴의 이런 아키텍쳐 변화가 갤럭시S25의 성능 경쟁력을 크게 향상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는 갤럭시S25의 가격 책정에도 변수로 꼽힌다. 삼성전자 등 스마트폰 제조사가 ARM에 기술 사용료를 별도로 지불하지 않고 퀄컴 프로세서를 사들여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퀄컴이 예상대로 자체 아키텍쳐를 4세대 스냅드래곤8 프로세서부터 상용화해 삼성전자에 공급하면 갤럭시S25의 가격은 낮아지고 성능은 대폭 개선되는 효과가 예상된다.
다만 실제로 퀄컴이 단기간에 ARM 아키텍쳐에 의존을 낮추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아직 퀄컴의 자체 아키텍쳐가 시장에서 검증을 거치지 않은 기술이기 때문이다.
▲ ARM의 반도체 아키텍쳐 기술 관련 이미지. |
퀄컴이 인수한 누비아는 2019년 설립된 신생기업인 만큼 30년 넘는 사업 경험을 갖추고 있는 ARM과 비교해 기술 측면에서 약점을 안게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ARM이 퀄컴과 누비아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도 앞으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ARM은 퀄컴이 누비아를 인수한 것과 관련해 라이선스 계약 위반 및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며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누비아의 아키텍쳐가 ARM 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누비아가 ARM의 고객사인 애플 출신의 반도체 전문가들이 설립한 기업이라는 점을 문제삼아 ARM의 기술이 동의 없이 퀄컴으로 넘어갔다는 주장이 핵심이다.
반면 퀄컴은 ARM의 주장이 근거 없는 공격에 불과하다고 일축하며 퀄컴이 모든 기술과 관련해 정당한 권리를 확보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소송전이 핵심 고객사인 퀄컴의 이탈을 우려한 ARM의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퀄컴이 누비아를 거액에 인수한 배경은 중장기적으로 ARM의 아키텍쳐를 계속 활용하기에는 비용 등 측면에서 불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ARM의 아키텍쳐 기술 발전이 정체되고 있어 퀄컴의 프로세서 성능 상향을 저해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퀄컴이 자체 아키텍쳐 기반의 모바일 프로세서를 삼성전자 등 고객사에 공급하는 일은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러운 수순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최근 갤럭시 전용 프로세서 개발 계획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만큼 차기 스마트폰에 퀄컴의 프로세서를 탑재하지 않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