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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배달앱 이중가격 소비자만 '봉', 플랫폼 사업자가 나서라

윤인선 기자 insun@businesspost.co.kr 2023-03-24 16: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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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배달앱 이중가격 소비자만 '봉', 플랫폼 사업자가 나서라
▲ 매장 가격과 배달 가격이 다른 '이중가격' 문제 해결을 위해 배달앱 3사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비즈니스포스트] 똑같은 김치찌개라도 가격이 달라진다. 음식점을 직접 찾아가 주문했을 때와 배달로 음식을 시켰을 때 가격이 서로 차이가 난다. 같은 음식의 다른 가격은 배달 수수료 때문이 아니다. 수수료를 제외하고도 음식 가격이 다르다.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주문하는 메뉴의 가격이 매장에서의 가격과 다른 '이중가격'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지난달 서울 시내 34곳의 음식점 메뉴 가격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음식점 20곳(58.8%)이 매장에서 판매하는 가격과 배달앱 가격을 다르게 책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가운데 13곳(65.0%)은 가격이 다르다는 사실을 고지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이중가격을 고지한 경우라도 소비자가 음식을 주문할 때 확인이 어려운 배달앱 음식점 '정보'란에서 사업자명, 전화번호 등과 함께 표시했다.

결국 소비자 입장에서는 배달앱을 통해 음식을 주문할 때 해당 가격이 매장에서 직접 주문할 때와 같은지, 다른지 알 길이 없다는 얘기다.

한국소비자원의 조사 결과 발표 이후 한 달 정도가 지난 현재 과연 달라진 게 있을까. 이중가격에 대한 고지는 여전히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배달앱 3사(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에 이중가격의 경우 소비자에게 고지할 것을 요청했고 각 업체로부터 계획서를 제출받았다.

올해 2월 기준으로 국내 배달시장 점유율 66.8%를 차지하고 있는 '배달의민족'은 소비자들이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방식을 통해 지속적으로 고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다만 업체별로 고지되는 방식이 아닌 배민앱에서 가격이 다를 수 있음을 전체 공지 방식으로 고지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요기요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업주들에게 가격과 관련해서는 어떤 내용이든 협조를 구하기가 부담스러운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유는 요기요가 처한 상황 때문으로 보인다.

요기요는 2013년부터 '최저가격보장제'를 시행한 적이 있다. 이 제도의 장점은 매장 가격과 배달 가격을 다르게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만약 다르게 하는 업체가 있으면 매장에 정정 요청을 진행했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2016년 업주들의 자율성 침해라는 판단을 내렸고 요기요에게 과징금을 부과하고 검찰 고발을 한 바 있다. 요기요는 2016년부터 최저가격보장제를 중단했고 현재도 소송이 진행 중이다.

그렇다면 소비자 입장에서 이중가격에 대한 고지만 제대로 이루어지면 문제가 다 해결될까. 아니다. 소비자들의 불만은 이중가격 자체에 있기 때문이다.

몇 년 동안 코로나19로 인해 배달앱을 이용하는 사람이 급증하면서 이중가격에 대한 논란이 커졌을 뿐이지 사실 논란의 시작은 이미 오래됐다.

이중가격이 소비자들의 눈총을 받은 가장 큰 이유는 소비자들이 배달비를 따로 지불하고 있기 때문이다. 배달비까지 지불하는데도 같은 메뉴를 매장보다 더 비싼 가격에 주문해야 하는 것이다.

업주들이 이중가격을 책정하는 가장 큰 이유 역시 배달비 때문이다.

네이버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를 보면 배달비 부담을 이유로 이중가격을 책정하려는 글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는 업주들이 부담할 배달비 가운데 일부를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형식의 '꼼수'다.

이런 상황에서 이중가격 문제 해결을 위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것은 배달앱 3사다. 

배달앱 업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가격 책정은 업주 고유의 권한이기 때문에 관여할 수가 없다는 입장이다.

최근 몇 년 사이 배달업계는 유례없는 호황을 맞았다. 코로나19로 인해 외식을 꺼리고 집에서 배달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같은 기간 배달비는 꾸준히 증가했고 최근에는 소비자가 지불해야 하는 배달비만 7천 원에 이르는 매장도 등장했다.

소비자들은 배달비 이외에도 매장보다 500원, 1천 원씩 더 비싼 음식값을 지불하는 것이 불만이고, 업주 입장에서는 배달비 부담 때문에 매장보다 비싼 가격을 책정하는 것이라면 배달비 조정을 위해 배달앱 3사가 더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야 한다.

배달업체들은 입으로는 늘 상생을 말하지만 소비자와 업주 그 어느 쪽에도 만족스러운 방안을 내놓은 적이 없다.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배달앱 3사의 월간활성사용자(MAU) 수는 2922만 명을 기록했다. 2021년 3월(3195만 명) 이후 3천만 명 밑으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12월부터 3개월 연속으로 감소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배달음식의 온라인 거래액은 26조339억 원으로 2021년과 비교해 1.4% 늘었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매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지난해에는 1%대에 그친 것이다.

최근 날씨는 완연한 봄이지만 배달업계에는 오히려 다시 겨울이 찾아오고 있다. 윤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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