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2만6천 원.' 쏘카에서 2019년 이후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받은 임직원들의 스톡옵션 행사가격이다.
현재 쏘카 주가가 1만8천 원대 안팎에서 움직인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회사가 부여한 스톡옵션이 무용지물이나 다름없어 보인다.
▲ 박재욱 쏘카 대표이사(사진)에게 주가 부양은 핵심 과제 가운데 하나로 여겨진다. 임직원들에게 준 스톡옵션보다 쏘카 주가가 낮은 상황에서 금전적 보상이라는 약속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
박재욱 쏘카 대표이사가 올해 회사의 주가를 끌어올리는 일이 더욱 중요한 이유다.
23일 쏘카 사업보고서를 보면 현재까지 쏘카가 임직원들에게 부여한 스톡옵션의 총 수량은 모두 160만900주다.
이 가운데 9만7688주는 스톡옵션 부여가 취소됐는데 퇴사 등의 이유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제외하면 현재 쏘카 임직원이 보유하고 있는 스톡옵션의 총 수량은 150만여 주다.
쏘카 임직원 가운데 일부는 이 스톡옵션을 행사했다. 행사된 수량은 지난해 말까지 모두 9만8200주였고 올해 3만1550주가 추가로 행사됐다.
사업보고서가 공개된 22일 기준으로 아직 행사되지 않은 스톡옵션 물량이 모두 137만여 주라는 뜻이다.
문제는 2019년 이후에 스톡옵션을 받은 임직원들은 현재 스톡옵션을 행사하고 싶어도 행사할 수 없다는 것이다.
2018년까지만 해도 쏘카는 임직원들에게 스톡옵션을 줄 때 행사가격을 1만6천 원으로 정해서 부여했다. 하지만 2019년부터 부여된 스톡옵션의 행사가격은 2만6천 원이 됐다.
회사에 상대적으로 늦게 합류한 임직원들에게 조금 더 높은 행사가격을 책정한 셈이다. 초창기 구성원들에게 보다 많은 혜택을 부여하는 벤처업계의 관행을 그대로 따랐다.
하지만 쏘카 주가가 기업공개 이후 힘을 쓰지 못하면서 높게 책정된 스톡옵션의 행사가격은 임직원들에게 악재가 됐다.
22일 종가 기준으로 쏘카 주가는 1만8630원이다. 행사가격 2만6천 원으로 스톡옵션을 받은 임직원들로서는 스톡옵션을 행사하면 사실상 손해를 보는 것이다.
이들이 보유한 스톡옵션은 모두 56만 주가량 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물론 쏘카가 2019년 이후에 스톡옵션을 부여할 때만 해도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과거 쏘카는 비상장사로서 외부 투자 유치를 받을 때 기업가치로만 1조 원 이상을 인정받았다. 상장만 성공한다면 1주당 2만6천 원이라는 행사가격도 임직원들에게 득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쏘카가 기업공개를 본격화하던 지난해 8월 희망 공모가격으로 제시했던 금액은 1주당 3만4천~4만5천 원이었다. 2만6천 원에 스톡옵션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도 최소 1주당 8천 원, 많게는 1만9천 원까지 차익을 볼 수 있었다.
만약에 스톡옵션으로 1만 주를 받았다면 이를 행사함으로써 8천만~1억9천만 원의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대외 악재에 따라 공모주 시장에 한파가 몰려오면서 쏘카의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진 것으로 보인다.
행사가격 2만6천 원에 스톡옵션을 받은 임직원 가운데 스톡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기간이 된 물량만 모두 16만 주가량 된다. 나머지 약 40만 주도 올해 안에 행사기간이 도래한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박재욱 쏘카 대표에게 회사의 기업가치를 높이는 일은 중요한 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
회사가 임직원들에게 스톡옵션을 지급하는 이유는 통상적으로 우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목적일 때가 많다. 보수로만 파격적 대우를 해주기 힘든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이라면 더더욱 이런 목적에서 스톡옵션을 적극적으로 준다.
실제로 박 대표는 쏘카 이사회나 임시·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주기적으로 임직원들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한 것으로 파악된다. 회사의 미래를 위해 쏘카에서 일해준다면 나중에 금전적으로 보상해주리라는 의도였을 것이다.
물론 박 대표가 쏘카의 주가를 당장 끌어올려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2만6천 원에 스톡옵션을 받은 이들의 스톡옵션 행사기간을 보면 대체적으로 2024년 6월부터 2026년 12월까지 행사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이 기간에만 쏘카 주가를 잘 부양한다면 임직원들에게 제시한 금전적 보상이라는 약속을 잘 지킬 수 있다.
주가 상승이 비단 박 대표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박 대표의 역할이 제한적인 것도 사실이다. 다만 박 대표가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따라 쏘카의 실적이 좌지우지된다는 점에서 그의 역할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쏘카가 지난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연간 영업이익을 냈다는 점에서 안정적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나아가 이익 규모를 키워나가는 것은 기업가치 산정의 근본이 되는 기초체력을 키운다는 점에서 중요한 임무이기도 하다.
상장업체 분석기관 에프엔가이드가 집계한 증권가 전망을 종합하면 쏘카는 올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4334억 원, 영업이익 296억 원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2022년보다 매출은 9%, 영업이익은 210.8% 늘어나는 것이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