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호 기자 leegh@businesspost.co.kr2023-03-21 10:4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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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SVB(실리콘밸리은행) 파산 사태로 본격화된 미국발 은행위기가 유럽 등 전 세계로 번지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주식을 비롯한 주요 자산가치가 급격히 떨어지는 시점이 다가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1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증권사 JP모건은 이른 시일에 ‘민스키 모멘트’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 주요 증권사가 미국경제 민스키 모멘트 현실화를 우려했다. 사진은 현지시각으로 17일 뉴욕증권거래소(NYSE) 장이 마감한 다음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 흐름을 나타낸 화면. 이날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384.57포인트(-1.19%) 내린 3만1861.98로 거래를 마쳤다. <연합뉴스>
민스키 모멘트는 차입을 과도하게 한 투자자들이 채무를 이행하기 위해 우량자산마저 매각해야만 하는 시점을 뜻한다. 미국 경제학자 하이먼 민스키가 주장한 이론이다.
민스키 모델에 따르면 금융시장 사이클은 투자자가 기존 투자 포트폴리오를 대체하는 것에서 시작해 호황, 도취, 신용경색, 대폭락의 다섯 단계를 거치는 경향이 있다.
JP모건은 현재 미국 은행위기가 신용경색 직전의 상황을 나타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용경색은 금융기관이 미래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시중에 자금을 유통시키지 않아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는 현상을 뜻한다.
마르코 콜라노비치 JP모건 수석 전략가는 “시장과 규제 당국이 긴축 통화정책에 압력을 높이고 있다”며 “각국 중앙은행에서 투자자들이 느끼는 공포감 확산을 성공적으로 막는다고 해도 신용경색은 빠르게 찾아올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을 냈다.
코로나19 판데믹 시기 경기부양을 위해 미국 등 여러 주요 국가는 사실상 제로금리를 유지했고 투자자들은 낮은 이자로 자금을 빌려 무리한 투자를 벌이는 사례가 많았다.
지난 3년 가까이 풀렸던 막대한 양의 자금이 인플레이션 심화로 이어지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를 시작으로 각국 중앙은행들은 빠른 속도로 기준금리를 높여 대응하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새로 발행되는 국채 금리도 상승하면서 기존에 발행된 낮은 금리의 국채 가격이 하락했고 안전자산으로 꼽히던 국채에 투자한 SVB 등 여러 금융기관이 큰 손실을 입는 상황에 처했다.
민스키 모멘트는 이러한 금융기관 위기를 지켜본 일반 투자자들까지 대출 상환을 위해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마저 팔아치움으로써 주식 등 자산 가치에 대폭락이 찾아올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콜라노비치 전략가는 투자자들이 주요 자산 가치에 보수적 시각을 유지하며 방어적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라고 조언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콜라노비치 전략가는 2022년 미국 증시가 폭락을 거듭할 때도 주식시장 강세를 예상하던 월스트리트의 대표적 낙관론자로 알려졌다. 그조차 민스키 모멘트 현실화 가능성을 꺼내들며 자산가치 폭락을 예상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는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