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삼성그룹 건설계열사들이 그룹에서 추진하는 반도체와 바이오 설비 투자 확대의 수혜를 기대하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삼성엔지니어링은 이미 내부 계열사 일감으로 쏠쏠한 실적을 올리고 있는데 삼성전자와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이 최근 잇따라 추가 공장 증설 등 대규모 설비투자 계획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 삼성그룹 건설계열사들이 그룹 반도체, 바이오 설비 투자 확대의 수혜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
20일 전자공시시스템 다트 공시를 살펴보면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2023년 1분기에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사업장과 관련해 평택4기 하층서편 마감공사(1조7600억 원)와 평택3기 상층동편 마감공사(1조2650억 원) 등 3조 원 규모의 일감을 수주했다.
평택3기 상층동편 마감공사는 앞서 2022년 11월 체결한 550억 원 규모 계약의 변경계약이라는 점을 고려해도 올해 이미 삼성전자로부터 2조 원이 넘는 일감을 확보한 셈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2022년 12월 말 기준 회사의 전체 도급액(83조3006억 원) 가운데 삼성전자의 국내외 설비 증설, 성능개선 공사 도급액이 14조 원에 이른다.
반도체공장 등 하이테크부문 외 삼성디스플레이 기흥 사옥(6856억 원), 삼성생명보험의 서소문빌딩 재개발(6740억 원), 삼성서울병원 리모델링(1529억 원) 등 일감도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 3기는 대부분 2023년까지, 4기는 2024년, 5기는 2025년까지 공사를 진행하게 된다. 공정 진행에 따라 평택 반도체 공장 프로젝트만으로도 앞으로 수년 동안 매출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삼성전자는 최근 평택 반도체단지 투자금액(60조 원 이상)의 5배 규모인 300조 원을 들여 용인에 반도체 산업집적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용인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은 부지면적도 710만㎡로 평택(289만㎡)의 두 배가 훌쩍 넘는다.
물론 용인 반도체 공장이 20년 장기 투자 프로젝트인 만큼 당장 삼성물산 건설부문 수주실적에 포함되지는 않지만 평택에 이어 끊이지 않는 먹거리를 확보한다는 점은 확실하다.
삼성전자의 평택 반도체 공장이 그렇듯 통상 하이테크 공사는 설계와 시공을 동시에 진행하는 ‘패스트트랙’ 공법을 적용한다는 점에서 예상보다 빨리 매출이 발생할 가능성도 크다.
삼성전자가 반도체사업에 국내외 투자를 확대하면서 최근 3년 동안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삼성전자 거래금액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2020년에는 삼성전자와 거래금액이 3조7307억 원, 2021년에는 4조494억 원으로 늘었다.
지난해에는 평택 반도체 공장과 미국 테일러 반도체 공장까지 조기 발주되면서 삼성전자와 거래금액이 7조1499억 원으로 뛰었다. 이는 삼성물산 건설부문 지난해 전체 매출(14조5980억 원)의 절반 수준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2022년 삼성전자 일감과 해외건설 수주가 쌍끌이를 하면서 전체 실적도 큰 폭으로 늘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2022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021년보다 32.8%, 238.6% 급증했다. 신규 수주실적도 16조9680억 원으로 목표치(16조7천억 원)를 초과달성했다.
삼성엔지니어링도 비화공부문에서 그룹 계열사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함께 삼성전자와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등 계열사 설비 증설 공사를 도맡고 있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엔지니어링은 안정적 화공부문과 함께 삼성전자 투자 확대가 곧 수주 증가로 이어지는 비화공부문도 투자 포인트”라며 “삼성엔지니어링 비화공 매출은 2017년 이후 3조5천억 원, 원가율 80% 후반대를 유지했고 2022년에는 수주가 늘어나면서 매출 5조2천억 원, 원가율 87%를 달성했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 자료에 따르면 삼성엔지니어링은 올해 40억 달러 규모의 수주예정 후보에도 해외 화공플랜트 프로젝트 외 삼성전자 설비투자 관련 프로젝트도 포함돼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이미 회사 매출의 30%가량을 삼성전자 일감에서 확보하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회사가 2022년 삼성전자로부터 거둔 매출은 3조2834억 원(비화공)이었다. 회사 전체 매출의 32.6%에 해당한다.
삼성엔지니어링은 2020년에는 삼성전자로부터 매출 1조8767억 원, 전체 매출의 27.8%를 거뒀고 2021년에는 삼성전자 매출이 2조1145억 원으로 28.2%를 차지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삼성전자 외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송도 바이오공장 추가 수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7일 이사회를 열고 인천 송도에 약 2조 원을 투자해 제5공장을 건설하는 계획을 확정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송도 제5공장은 2025년 9월 가동을 목표로 당장 올해 상반기 착공에 들어간다. 삼성엔지니어링이 수주하면 곧바로 올해 매출로 이어질 수 있는 부분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앞서 2020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송도4공장 건설사업을 수주해 23개월 만에 준공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삼성바이오로직스로부터 2021년 매출 2710억 원, 2022년 매출 5981억 원을 거둬들였다. 매출 비중으로 보면 2021년은 3.6%, 2022년은 5.9% 수준이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