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국민연금 수익률 악화에 이은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투자 실패로 국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게 됐다.
정부가 연금개혁을 핵심 국정과제로 제시한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손실은 연금개혁 추진에 부담이 될 수 있다.
▲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해외투자와 대체투자 역량을 강화하는 데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이에 김태현 이사장은 해외투자와 대체투자 역량을 강화해 수익률을 높이는 데 더욱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16일 금융투자업계 및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기금운용 실적을 향한 국민들의 관심이 여느 때보다 높다.
정부가 국민연금 기금고갈을 늦추기 위해 보험료율 인상을 뼈대로 하는 연금개혁을 추진하고 있는데 들려오는 기금운용 실적이 신통치 않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재정에 있어서 운용 수익률은 중요하다. 운용 수익률에 따라 기금 고갈 시점을 앞당길 수도, 늦출 수도 있다.
만약 수익률이 저조한 상황에서 연금보험료 부담만 늘어난다면 국민들의 반발만 살 수 있다.
지난해 국민연금기금 운용 수익률은 -8.22%로 손실금은 무려 80조 원 가까이 된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약세장이었던 점을 고려해도 손실규모가 너무 크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지난해만 유독 수익률이 낮은 것도 아니다. 최근 10년 평균 수익률은 4.7%로 캐나다(10.0%)·노르웨이(6.7%)·일본(5.7%) 등 주요국보다 낮다.
여기에 실리콘밸리은행 파산 사태라는 악재를 연이어 마주하게 되면서 국민연금을 향한 여론이 싸늘하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실리콘밸리은행 주식 1218억 원, 채권 171억 원 등 모두 1389억 원어치를 보유했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실리콘밸리은행 주식 가운데 기금운용본부가 직접 투자한 주식은 294억 원, 외부 위탁 투자액은 923억 원이다.
미국 정부가 실리콘밸리은행 예금은 전액 지급 보증하기로 했지만 주식과 채권은 보호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대규모 투자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국의 국부펀드인 한국투자공사(KIC)가 실리콘밸리은행 파산 전인 지난해에 보유했던 실리콘밸리은행 모기업 주식을 400억 원 넘게 팔아 손실을 줄인 것이 알려져 국민연금은 비교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투자공사는 지난해 말 기준 실리콘밸리은행의 모회사인 실리콘밸리은행파이낸셜의 주식 2만87주를 보유했다. 당시 기준 평가액은 462만3천 달러로 우리 돈으로 약 60억 원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11만3561주(약 3813만2천 달러·496억5천만 원 상당)보다 9만3474주가 줄어든 양이다. 1분기 새 보유 지분의 82.3%를 매도한 셈이다.
한국투자공사는 2021년 3분기부터 실리콘밸리은행파이낸셜 지분을 크게 늘려 지난해 3월말 기준 14만3520주까지 보유했으나 이후 단계적으로 보유량을 줄였다.
반면 국민연금은 위탁운용분을 제외하고 직접투자분만 보면 지난해 9월말 8만911주에서 12월말 10만795주로 실리콘밸리은행 지분을 오히려 늘렸다.
최근에는 실리콘밸리은행 파산의 여파가 끝나기도 전에 세계적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의 재무건전성 우려로 국민연금의 추가 손실을 우려하는 시선도 떠오른다. 2021년 기준으로 국민연금은 크레디트스위스 주식을 2755억 원어치를 보유한 것으로 파악된다.
15일(현지시각) 스위스 취리히 증시에서 크레디트 스위스 주가는 24.24% 하락하며 장을 마감했다. 뉴욕증시에서도 크레디트스위스 주가는 장중 30%가량 폭락하기도 했다.
지난해 국민연금의 해외주식 수익률은 -12.34%로 국내주식 수익률 -22.76%에 비해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오며 대체투자 수익률은 8.94%로 유일하게 수익을 냈다. 2021년에도 국내주식 수익률이 6.73%에 그칠 때 해외주식 수익률은 29.48%에 이르렀으며 대체투자 수익률은 23.80%였다.
국민연금이 출범한 이후 전체 기간을 놓고 봐도 해외주식(8.5%)과 대체투자(9.94)의 수익률은 국내주식(5.22%) 수익률을 앞선다.
2022년 12월 말 기준 자산 비중을 살펴보면 국내주식 14.1%, 해외주식 27.1%, 국내채권 34.9%, 해외채권 7.1% 대체투자 16.4% 등이다. 국민연금 수익률을 높이려면 42%에 이르는 채권 비중을 낮추고 주식과 대체투자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를 위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4월10일자로 박성태 전략부문장을 뉴욕 사무소장으로 임명하는 등 부문장 및 실장급 인사를 실시한다.
해외사무소 강화 계획의 일환으로 기금본부의 2인자에 해당하는 박성태 전략부문장을 뉴욕사무소장에 보내 미주 지역 투자를 맡기는 것이다.
실장급 인사는 대체투자 운용 조직을 위주로 단행했다.
안지용 인프라투자실장은 주식운용실장으로, 황미옥 대체리스크관리실장은 인프라투자실장으로 이동한다. 이재욱 뉴욕사무소장은 대체리스크관리실장, 박원웅 대외협력단장은 런던사무소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해외사무소의 역할을 강화해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고 초과수익 창출을 위해 자산배분 체계 개선, 대체투자 전략 다변화 및 리스크 관리 강화를 추진할 검증된 리더십이 필요한 점을 반영했다"고 인사 배경을 설명했다.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