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미국이 대만 내 반도체 생산시설을 파괴할수도 있다는 미 전직 고위관료 발언이 나왔다. 사진은 대만 신추시 신추과학공원에 위치한 TSMC 본사. < AP > |
[비즈니스포스트] 중국이 대만을 침공한다면 미국이 대만 TSMC 공장을 파괴할 수도 있음을 암시한 전직 미국 고위관료의 발언이 나왔다.
미국이 전략자산인 첨단 반도체 생산공장을 중국에 넘어가게 두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14일(현지시각) 경제 전문지 비즈니스인사이더는 트럼프 행정부 국가안보보좌관 출신인 로버트 오브라이언이 미국 싱크탱크 수판센터(Soufan center)가 주최한 글로벌 안보 포럼에서 발언한 내용을 보도했다.
오브라이언 전 보좌관은 포럼에서 “중국이 대만 TSMC 공장을 장악하면 첨단 반도체 생산능력을 가지고 세계 경제를 통제하게 된다”며 “미국과 동맹국들은 반도체 생산설비가 중국의 손에 넘어가는 것을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TSMC 공장을 미국과 동맹국들이 파괴할 수도 있음을 암시하는 발언이다.
그의 발언에선 중국이 대만의 TSMC 반도체 생산시설을 점령해 첨단 반도체를 중국군 무기에 쓰면 미국이 안보까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엿보인다.
TSMC는 전 세계 시스템반도체 업계에서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생산 능력을 보유한다.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TSMC는 전 세계 시스템반도체의 65%, 첨단 반도체의 90%를 대만에서 생산한다.
본사를 포함해 모두 14곳의 TSMC 반도체 생산공장이 대만 전역에 퍼져 있다.
첨단 반도체는 각종 산업 제품에서부터 안보무기에까지 두루 쓰인다. 이 때문에 미중 경제전쟁의 핵심 자원으로 등극해 기술과 생산시설 유치경쟁이 치열하다.
오브라이언은 미국이 TSMC 공장을 파괴하는 것을 세계 제2차대전 당시 영국이 프랑스 해군함대를 파괴한 ‘캐터펄트 작전’에 비유했다.
사건 당시 프랑스는 나치 독일에 항복한 상태로, 해군함대는 북아프리카 알제리 메르 엘 케비르 항구 근처에 정박해 있었다.
오브라이언은 “윈스턴 처칠 영국 수상은 프랑스 함대가 독일 손아귀에 들어가는 것을 막고자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며 1천여 명이 넘는 프랑스 병사와 군함을 희생시키면서까지 전략자산이 독일측으로 넘어가는 것을 막은 결단을 높이 평가했다.
전직 정부 고위관료의 이러한 발언은 미국도 동맹국 대만의 전략자산을 유사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유사시 파괴할 수 있다는 점을 암시한다.
대만 TSMC 공장 파괴 시나리오가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미국 육군대학원이 2021년에 발표한 논문은 중국의 대만 본토 침공을 억제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로 TSMC 공장을 대만 스스로 파괴하는 시나리오를 담았다.
주요 전략시설을 없애 중국의 대만 침공 필요를 없앰으로써 전쟁을 억지한다는 내용이었다.
TSMC 공장 파괴 시나리오가 연이어 나오는 이유는 중국이 반도체 생산시설을 확보해 미국과의 경쟁에서 우위에 서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TSMC는 미국 전직관료 발언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하지 않았다고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덧붙였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