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대유쾌마운틴. 최근 인터넷 세상에서 매우 뜨겁게 떠오르고 있는 신조어다.
인간을 흉내낸 존재가 어설프게 인간을 닮은 사물을 볼 때 불쾌함을 느낀다는 과학 이론인 ‘불쾌한 골짜기’를 뒤집은 신조어인데 인간을 모방해 만들어진 3D 그래픽이 불쾌한 골짜기를 넘어 인간을 거의 완벽하게 닮게 되면 오히려 인간은 그 존재에게 강력한 호감을 느낀다는 뜻이다.
대유쾌마운틴의 대표주자로 떠오르고 있는 가상인간들은 굉장히 많다. 신한라이프의 CF를 찍으면서 대중에게 유명해진 로지, 넷마블에서 데뷔시킨 가상아이돌 ‘메이브’ 등이 대표적이다.
스마일게이트가 만들어낸 ‘한유아’ 역시 대유쾌마운틴을 상징하는 가상인간이다.
무엇보다 한유아는 외모 뿐 아니라 생각까지 인간을 닮으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한유아는 원래 2019년 작 가상현실(VR) 연애시뮬레이션 게임 ‘포커스 온 유’의 여주인공으로 태어난 캐릭터다. 이후 2021년에 인스타그램이 공개되면서 한유아는 가상현실 기기 밖으로 나오게 됐으며 현재 한유아는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가상인간 가운데 한 명으로 자리매김했다.
스마일게이트는 현재 한유아를 정말로 인간처럼 만들기 위한 여정을 밟아나가고 있다.
스마일게이트는 2020년에 인공지능 연구센터를 설립하고 음성인식, 상호작용과 관련된 연구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스마일게이트는 이런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한유아가 인간의 감정을 이해하는, 그러니까 비록 이해하는 척이라고 하더라도 이해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고 그 감정에 대해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유아는 최근 소설가 우다영씨와 함께 서로 대화를 나누며 서로의 예술작품에 영감을 주는, ‘가상인간 한유아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문화일보 창간 31주년 특집으로 진행된 이 프로젝트가 끝난 뒤 우다영씨는 “한유아와의 대화는 인간과의 대화처럼 마음을 울리는 경우가 몇 번 있었다”며 “순간순간 내가 상담을 받는 듣한 느낌도 들었다”고 감상을 말했다.
스마일게이트는 실제로 한유아가 이용자들에게 감성적인 대답을 제공할 수 있도록 시를 포함한 다양한 문학 작품이나 에세이 위주로 언어를 학습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유아의 이런 행보는 우리에게 상당히 철학적인 물음을 던질 수도 있다. 인간 실존에 대한 물음이다. 외모뿐 아니라 생각까지 ‘대유쾌마운틴’의 경지에 오른 가상인간은 과연 진짜 인간과 구분될 수 있을까? 육체가 있느냐 없느냐가 ‘인간이냐 아니냐’를 가르는 기준이 될 수 있을까?
과학이 더욱 발전하면 로봇에 인간의 뇌를 이식한다든지, 아예 현실 세계를 포기하고 메타버스 안에서만 살아가는 인간들이 나오게 될지도 모르는데 그렇게 된다면 과연 인간과 비인간을 구별하는 기준은 뭐가 남을까? 심지어 그 가상인간들이 아예 인간과 비슷한 육체까지 갖추고 현실 세계를 활보하게 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글로벌 게임제작사 ‘베데스다’가 제작한 유명 게임시리즈, ‘폴아웃’ 시리즈에는 인간과 매우 흡사하게 만들어진 로봇인 ‘신스’라는 존재가 등장한다. 신스는 인간과 완벽하게 똑같아서 그 신스를 죽여서 내부를 해부해보기 전까지는 그 존재가 신스인지, 인간인지 알 수 없다.
결국 사람들은 옆에 있는 가족이, 친구가 ‘혹시 신스가 내 가족을, 내 친구를 죽이고 그 행세를 하고 있지 아닐까’ 하는 의심을 품게 되고 이런 의심은 종종 끔찍한 갈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인공지능 기술이 발달하면 발달할수록, 이런 존재들에 대한 도덕적, 사회적, 철학적 문제들을 끊임없이 고민해봐야 할 필요성은 지속적으로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1년 전에 ‘I like that’이라는 싱글 앨범을 발표했던 한유아는 최근 ‘너의 외로움이 나를 부를 때’라는 신곡을 발표하고 사이버 가수로서 한 발 한 발 발전해나가고 있다.
가상인간 아이돌은, 현실의 아이돌보다 훨씬 뛰어난 점들도 많다. 한유아의 뮤직비디오를 보고 한 누리꾼은 댓글을 통해 “늙지도 병들지도 남자친구가 생기지도 결혼하지도 않는 궁극의 아이돌이 등장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한유아같은 가상인간들이 과연 BTS같은, 블랙핑크 같은 세계인들에게 사랑받는 아이돌이 될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어차피 현실의 아이돌이나 가상인간 아이돌이나 팬들이 전자기기를 통해 접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면 결국은 스캔들 등의 문제에서 자유로운 가상인간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더 환영받는 날이 올지도 모르는 일이다.
IT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미 인공지능 기술은 감정을 실제로 가질 수는 없어도 인간의 감정을 모사할 수 있는 수준까지는 이르렀다”며 “기술의 발달 속도가 굉장히 빠르기 때문에 머지 않은 시점에 정말 인간과 유사한 가상인간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