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올해 중국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의안들이 다수 제안됐다.
미국의 반도체 기술규제에 따른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 중국 양회에서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의안들이 다수 제안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22년 10월16일 베이징에서 열린 공산당 전체회의에 참석해 연설을 하고 있다. <신화통신> |
홍콩 사우스차이나포스트는 9일 중국 관영언론이 발행한 자료를 인용해 “중국 고위 관료들이 중국의 반도체 자급 노력을 지원하고 중국내 반도체 산업 생존을 위협하는 미국의 기술봉쇄 전략에 대응하기 위한 여러 방안들을 중국 정부에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셰상화 쓰촨성인민정치협상회의 부주석 겸 전국대표는 중국 최고 입법기관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미국에서 지난해 8월 발효된 ‘반도체칩과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과 유사한 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반도체 육성 법안을 통해 반도체 기술 연구의 돌파구를 마련하고 첨단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도록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는 취지다.
셰 부주석의 제안에는 중국이 국가와 반도체산업 이해관계자들에게 전자 설계자동화 등의 반도체 소프트웨어 도구뿐 아니라 7나노미터, 5나노미터, 3나노미터 등 첨단공정 개발에 집중하도록 법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이런 첨단 공정과 소프트웨어 도구들은 대부분 미국 기술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지금 같은 무역 규제 환경에서는 중국 기업들이 접근하기 쉽지 않다.
왕셩양 인민정치협상회의 상하이 대표는 중국의 반도체 자급 강화를 위해 반도체 공급망 수장을 임명할 것을 제안했다. 해당 직제는 지방정부 차원에서는 마련돼 있기도 하지만 전국 단위에서는 조직 구조가 갖춰져 있지 않다.
이번 양회에서는 교육에 초점을 맞춘 반도체 관련 제안도 다수 나왔다.
중국과학원의 일원인 류중판 정치협상회의 위원은 중국내 반도체 산업이 고급 인재 측면에서 큰 격차로 뒤처지고 있다며 이 간격을 좁히기 위해 전문 반도체대학 설립을 제안했다.
류 위원은 중국이 ‘낮은 수준의 무질서한 경쟁’을 피하고 뱀의 꼬리보다는 용의 머리를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중국은 국내 반도체 부문의 국제 경쟁력을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용 머리’ 제조사를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핵심 반도체 설계와 관련된 지식재산(IP) 개발의 자급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경제정보화위원회 부국장을 맡고 있는 장잉 정치협상회의 위원은 중국이 더 많은 해외 지식재산을 확보하고 반도체 기술 혁신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핵심 거래 플랫폼 구축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덩종한 비미크로인터내셔널 공동 창업자는 중국의 독자 표준과 지식재산권, 소프트웨어를 통해 반도체 자립생태계를 형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미크로인터내셔널은 중국 반도체 장비제조사다.
덩 창업자는 반도체산업에서 중국의 우호 세력을 넓히고 글로벌 공급망 안정을 보장할 국제 협력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올해 양회에서 나온 이 같은 제안들은 중국 반도체산업을 억누르는 미국의 압력이 증가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지난해와 비교해 반도체와 관련된 제안들이 크게 늘어났다는 점을 보면 중국 정치 엘리트 사이에서 위기 의식이 커진 점을 보여준다.
미국이 일본, 네덜란드와 함께 중국에 특정 첨단 반도체 제조장비 수출을 제한하기로 합의하면서 중국 정부는 자국 반도체 자급 기조에 미칠 피해 가능성을 놓고 반발하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6일 연례 회의와 별도로 열린 토론 연설을 통해 미국이 다른 서방 국가들을 이끌고 중국의 진보를 억압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시 주석은 미국이 주도하는 억제, 포위, 억압이 중국의 발전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