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한솔 기자 limhs@businesspost.co.kr2023-03-09 12: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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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대웅제약이 보툴리눔톡신 생산기지를 새로 건설한다. 메디톡스와 보툴리눔톡신 균주 출처를 둘러싼 법적 공방을 벌이는 가운데 오히려 사업 규모를 확대하는 것이다.
대웅제약 글로벌사업을 이끄는 전승호 대웅제약 대표이사 사장은 보툴리눔톡신제제 '나보타'를 회사의 대표적인 제품으로 꼽은 바 있다. 나보타의 성장 여력을 키우기 위해 사업 불확실성을 무릅쓰고 신규 투자에 나섰다.
▲ 전승호 대웅제약 대표이사 사장이 보툴리눔톡신사업 강화를 위해 신공장 건설에 나선다.
9일 대웅제약에 따르면 현재 경기도 화성 향남공장에서 운영하는 나보타 전용 생산시설 인근에 신공장을 위한 부지를 이미 확보해놨다.
신공장 건설에 필요한 예산도 곧 손에 들어온다. 10일 자기주식 500억 원 규모를 지주회사 대웅에 매각할 것으로 예정됐다. 이 500억 원은 신약 연구개발 예산으로도 쓰이지만 공장 건설에 투입되는 부분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대웅제약이 2013년 처음 향남 나보타 생산시설을 지을 당시 200억 원이 시설자금으로 들어갔고 이후 377억 원이 추가로 투입돼 증설이 이뤄졌다.
전승호 사장은 자기주식 처분을 알리며 "이번 결정을 통해 후속 신약 후보물질 개발뿐 아니라 나보타의 글로벌 시장 확장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대웅제약은 나보타의 글로벌 수요가 급증하면서 생산시설 확대가 필요해졌다고 본다. 나보타 매출은 2020년 504억 원에서 2022년 1420억 원으로 2년 만에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제품 매출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생산도 활발하다는 뜻이다. 향남 공장의 전체 가동률은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무려 154%에 이른다. 일반적인 생산능력을 초과한 생산이 이뤄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향남 공장에서는 나보타 이외에도 정제·캡슐, 액제 등 다양한 의약품을 만들고 있다. 그러나 생산실적을 보면 보툴리눔톡신에 해당하는 생물학제제의 생산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향남 공장의 생물학제제는 2022년 1~3분기 199억 원 규모가 만들어져 전년 전체 생산 규모인 143억 원을 뛰어넘었다. 같은 기간 정제·캡슐, 액제의 생산 규모가 전년 전체 수준에 크게 미치지 못한 것과 대조적이다.
대웅제약이 상당한 규모의 신공장을 구상하고 있다는 것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이번 투자는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와 보툴리눔톡신 균주 소송에서 불리한 처지에 놓인 상황에서 결정됐다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작지 않다. 전 사장은 자칫 나보타 국내사업이 중단될 수도 있는 위기와 사업 확대 기회를 면밀히 저울질한 끝에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앞서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보툴리눔톡신 균주와 제조공정을 도용해 나보타를 만들었다며 국내에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최근 1심에서는 대웅제약이 패소했다. 재판부는 대웅제약에 메디톡스의 손해배상금 400억 원을 지급하고 균주 완제품과 반제품은 폐기하라고 주문했다. 대웅제약은 즉각 항소에 나섰으나 만약 이같은 법원 판결을 뒤집지 못할 경우 국내사업에 큰 차질이 불가피하다.
다만 나보타는 국내 판매보다 수출 비중이 훨씬 큰 제품이다. 지난해 나보타 전체 매출 1421억 원 중 해외 매출이 77%를 차지했다. 대웅제약이 보툴리눔톡신 소송 패소 가능성을 의식해 추가 투자를 꺼린다면 향후 성장 폭이 대폭 축소될 수밖에 없다.
대웅제약은 올해부터 특히 나보타 생산 확대에 힘써야 한다. 올해 나보타 중국 허가 및 진출이 예상되는 한편 독일, 오스트리아 등 출시 국가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어서다. 대웅제약은 2월 기준으로 60여 개 국가에서 나보타 품목허가를 획득했고 80개 국가 이상과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애초 전 사장은 메디톡스와 소송에서 대웅제약이 결국 이길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기도 하다. 대웅제약은 메디톡스의 보툴리눔톡신 균주 도용 주장에 대해 균주를 자체 확보했으며 제조공정도 자체 개발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전 사장은 2월 식품의약품안전처장 주최 제약업계 CEO 간담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메디톡스와 소송에 대해 "2심에서 결과가 뒤집히는 경우가 많다"며 "우리는 자신 있다"고 말했다.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