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희 기자 JaeheeShin@businesspost.co.kr2023-03-08 15: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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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29개국 가운데 29위로 11년째 최하위.'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국제 여성의 날'을 앞두고 발표한 '유리천장 지수'에서 한국의 성적표다.
유리천장 지수는 남녀 고등교육 격차, 소득격차, 여성의 노동 참여율, 고위직 여성 비율, 육아비용, 남녀 육아휴직 현황 등 세부 지표를 종합해 이코노미스트가 매해 발표한다.
국내 상장사(금융회사 제외)의 여성 대표이사 비율을 살펴보면 6% 미만에 그친다. 이마저도 오너일가 일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열악한 국내 상황에서 올해 본격적으로 경영을 시작하는 유통업계 여성 CEO들에 관심이 모인다.
유통업계에서는 최근 성과와 전문성을 바탕으로 여성 대표이사를 선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동안 일부 소수의 오너일가 여성들에게만 허용됐던 '금단의 영역'이 능력 있는 여성 인재들에게 개방되고 있는 것이다.
한층 젊어지기까지 했다. 여성 CEO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주로 40대가 포진돼 있는데 젊은 나이임에도 그만큼 능력이 입증됐기에 수장에 오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제 그들에게 남은 과제는 성과로 다시 한번 능력을 증명하는 일이다.
8일 여성의 날을 맞아 유통업계 신임 여성 CEO들의 경영 전략을 살펴봤다.
◆ 부진에 빠진 '황제주' LG생활건강 반등 노리는 이정애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신임 여성 대표이사는 부진에 빠진 '황제주'의 실적 방어 책임을 맡은 이정애 LG생활건강 대표이사 사장이다.
이 사장은 1963년생으로 1986년 LG생활건강에 입사해 LG생활건강 사업부문 3곳을 두루 거친 마케팅 전문가다. 이 사장은 지난해 11월 LG생활건강 대표이사 내정과 함께 LG그룹 최초의 공채 출신 여성 사장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 이정애 LG생활건강 대표이사 사장은 LG그룹의 최초의 여성 사장이다. 실적반등을 노리고 있다.
그는 LG생활건강의 실적반등을 노리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후퇴하면서 17년 연속 성장 기록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 사장의 올해 경영전략 키워드는 '혁신' '해외사업' '소통'으로 정리할 수 있는데 구체적으로는 북미지역 화장품 사업 강화와 뷰티테크 신사업 육성 등을 통해 목표를 실현하려고 한다.
현재 LG생활건강은 대표 브랜드인 한방화장품 '후'의 브랜드 리뉴얼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북미 시장 소비자들의 취향을 반영한 포장과 향의 제품을 선보이겠다는 것이다. 북미지역 마케팅 강화와 디지털 전환을 추진할 인재로 문혜영 전 아마존 글로벌마케팅총괄을 올해 1월 미주지역총괄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MZ세대 공략을 위한 뷰티테크 제품의 출시도 앞당겼다.
LG생활건강은 휴대용 타투 프린터 '임프린투'를 지난달 27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3'에서 선보였다. 임프린투는 타투를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새길 수 있는 특징을 지녔다.
임프린투는 2분기 국내와 북미를 시작으로 향후 유럽에서 출시된다. 당초 예정됐던 4분기보다 출시 일정이 앞당겨진 것이다.
◆ '시장독주' CJ올리브영 내실 다져야 하는 이선정
이선정 CJ올리브영 대표이사는 CJ올리브영의 내실을 다지는 중이다.
지난해 10월 CJ그룹의 정기임원인사가 발표됐을 때 재계에서는 이선정 CJ올리브영 대표이사에 주목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내세운 성과주의에 기반한 인재경영을 상징하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 이선정 CJ올리브영 대표이사는 CJ그룹 최연소 대표이자 CJ올리브영 최초의 여성 대표이다. CJ올리브영의 향후 재상장을 대비해 내실을 다지고 있다.
이 대표는 1977년생으로 2006년 한국미니스톱에서 CJ올리브영으로 자리를 옮긴 뒤 상품기획(MD)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현재 'CJ올리브영 최초 여성 대표'와 'CJ그룹 최연소 대표' 두 가지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다.
이 대표는 CJ올리브영 자체브랜드(PB)의 해외 진출과 옴니채널 전략 강화를 통해 CJ올리브영의 향후 재상장 시기까지 기업가치를 끌어올려야 한다.
이 대표는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CJ올리브영은 국내 헬스앤뷰티(H&B) 시장의 선두자리를 굳히는 데 성공했다. 롯데쇼핑의 '롭스'나 GS리테일의 '랄라블라' 등 경쟁 헬스앤뷰티 브랜드는 매장을 철수하며 백기를 든 모양새다.
특히 CJ올리브영은 아랍에미레트(UAE)를 교두보로 삼아 최근 성장하고 있는 중동 화장품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자체 색조화장품 브랜드 '웨이크메이크'의 현지 유통채널을 오프라인으로 늘린 데 이어 글로벌 모델로 K팝 걸그룹 '르세라핌'의 멤버 허윤진씨를 발탁했다.
또한 자체 기초화장품 브랜드 '브링그린'의 수출을 타진하고 있으며 현지 반응을 보고 계속해서 자체브랜드 진출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온라인몰과 오프라인 매장을 연계한 '옴니채널 전략'도 이어가고 있다. CJ올리브영은 7일 기존 오프라인 매장의 물류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매장 7곳은 리모델링하고 매장 2곳은 위치를 이동시기기로 결정했다. 한편 매장 2곳은 폐점을 결정했다.
◆ 비알코리아 디지털 전환 추진 과제 부여받은 이주연
이주연 비알코리아 대표이사는 기술에 방점이 찍힌 인재다. '프랜차이즈 공룡' SPC그룹의 커피사업 강화라는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영입됐다.
이 대표는 1975년생으로 결제기술 분야에서 거둔 다채로운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달 23일 SPC그룹 최초의 여성 대표이사에 올랐다. 비알코리아는 아이스크림 프랜차이즈 베스킨라빈스와 도넛 프랜차이즈 던킨을 운영하고 있다.
▲ 이주연 비알코리아 대표이사 부사장은 SPC그룹 계열사 최초의 여성 대표이사이다. 커피사업 강화라는 SPC그룹의 고민을 해결하고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기 위해 영입됐다.
이 대표는 현대카드에서 디지털본부, 전략기획본부를 거치면서 디지털 혁신과 핀테크 신사업을 주도했으며 비자카드로 자리를 옮긴 뒤에는 한국-몽골 사이 결제 상품과 솔루션을 총괄했다.
비알코리아로 영입되기 전에는 스타벅스코리아(현 SCK컴퍼니)에서 전략기획본부장, 최고마케팅책임자를 맡아 사이렌오더 고도화, 신규 디지털 플랫폼 개발 등에서 성과를 냈다.
프랜차이즈업계에서는 비알코리아의 디지털 전환과 커피시장 공략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 위해 SPC그룹이 스타벅스 출신의 이 대표를 영입했다고 바라본다. 또한 수년째 실적이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는 던킨의 체질개선도 이끌 것으로 예상한다.
SPC그룹은 1999년 신세계그룹과 스타벅스 국내 사업권을 따내기 위한 경쟁을 막판까지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배를 마신 SPC그룹은 2002년 파스쿠치, 2014년 커피앳웍스 등을 선보였지만 아직도 스타벅스에 대항할 만한 카페 프랜차이즈는 갖고 있지 못한 상태다.
이 대표는 지난달 말부터 업무를 보기 시작했으나 디지털 전환 이외에 다른 청사진은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 '문화 콘텐츠' 플랫폼 도약 준비하는 예스24 최세라
최세라 예스24 각자대표이사 내정자는 예스24의 문화 플랫폼 도약을 위해 다양한 형식과 장르의 콘텐츠를 확보하고 있다.
최 대표는 1973년생으로 2003년 예스24에 입사해 도서사업본부에서 여러 직무를 두루 거치며 △오프라인 서비스 확대 △총알배송서비스 강화 △모바일 전환 △도서정가제 대응 등에서 성과를 인정받은 출판유통업계 전문가다.
▲ 최세라 예스24 각자대표이사 후보자 상무는 예스24 최초로 사원으로 입사해 대표이사에 오른 인물이다. 온라인 서점인 예스24를 다양한 문화 콘텐츠 플랫폼으로 도약시키려고 하고 있다.
3월 말 열리는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대표이사로 정식 선임되면 예스24 최초의 여성 대표이사가 된다. 평사원 출신 첫 대표이사이기도 하다.
예스24는 올해 온라인 서점 시장 1위(회원 수 기준) 유지와 함께 매출 목표로 9천억 원을 잡았다.
최 대표는 이를 위해 △자체상품 확대 △신규 지식재산 확보 △K콘텐츠 투자 강화 △미술품 관련 사업 고도화 등에 나서고 있다.
구체적으로 기존에 인수한 콘텐츠 플랫폼 및 신규 사업 안정에 힘쓸 것으로 예상된다.
예스24는 지난해 여성향 웹소설 플랫폼 '북팔' 지분 77.4%를 인수하고 뮤지컬 전문잡지 '더뮤지컬'의 재발행에 들어갔다. 이외에 지난해 8월 미술품 조각 투자 및 강연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티파오'를 론칭한 바 있다.
◆ '11번가 2.0'으로 수익성 회복 힘쓰는 안정은
안정은 11번가 대표이사 사장은 고객 중심의 성장전략을 통해 비전 '11번가 2.0'을 달성하려고 한다.
안 사장은 1975년생으로 야후코리아, 네이버, 쿠팡, LF 등을 거친 이커머스 서비스 기획 전문가다. 2018년 11번가에 포털기획그룹장으로 입사한 뒤 고속 승진으로 지난해 12월 11번가 최초의 여성 대표이사에 올랐다.
▲ 안정은 11번가 대표이사 사장은 11번가 최초의 여성 대표이사이다. 올해 재무적 투자자들의 투자금 회수(엑시트)를 앞둔 가운데 고객 중심의 성장전략을 통한 11번가의 성장성 확보와 수익성 회복에 매진하고 있다.
11번가는 최근 실적 부진에 빠져 있다. 11번가는 2022년 매출 7890억 원, 영업손실 1515억 원을 냈다. 2021년보다 매출은 41% 늘었지만 영업손실 규모도 2배 정도 확대됐다.
11번가는 올해 재무적 투자자들의 투자금 회수가 예정된 만큼 안 사장은 고객 중심의 전략을 통한 성장성과 수익성 회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안 사장은 6일 온라인 명품 플랫폼 '우아럭스'를 출범시키며 11번가 2.0에 시동을 걸었다. 앞으로 로컬프레시푸드센터(LFFC)에 기반한 생산자 직속 신선식품 플랫폼 '신선밥상'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안 사장은 지난달 15일 열린 11번가 타운홀미팅에서 △오픈마켓 경쟁력 강화 △배송 경쟁력 강화 △트래픽 증대 △비즈니스모델 강화 등 4개 영역에서 올해 집중해야 할 과제 10개를 선정했다.
지난달에는 구글 제품 브랜드관을 개설한 데 이어 추가로 협업 결과물을 내놓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신재희 기자